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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처럼 얽힌 바이올린…조각, 그려지다

조현수 작가 ‘인터스페이스’展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3-14 19:00:0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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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플라스틱 뿌려 만든 조형물
- 부산 갤러리카린 5월 30일까지

바이올린 형태의 조각상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모토크로스(오토바이 크로스컨트리 경기) 선수의 형상은 섬유 소재로 구현한 것처럼 얼기설기한 질감에 속은 비어 있어 가벼워 보인다. 그물망처럼 자유롭게 선들이 마구 얽히면서 만들어낸 형태는 어딘지 모르게 유약하고 낡은 형상을 갖는다. ‘그려진 조각’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조현수 작가의 ‘violin’. 갤러리카린 제공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카린은 여러 개의 선으로 하나의 면과 입체적 구조물을 만드는 조현수 작가의 ‘interspace(사이의 공간)’ 전시를 오는 5월 30일까지 연다. 그의 작품은 둔탁한 조형이 아닌, 표면에 강화 플라스틱 액체를 드로잉 하듯 뿌리기 방식을 적용해 속이 텅 빈 가벼운 형태를 추구한다.

작품의 표면은 선으로 구성돼 있다. 드로잉을 모티브로 시작해 선들의 조합으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려진 조각’의 표면은 그물망 형태를 띄게 된다. 의도적으로 제작한 형틀에 액체의 강화플라스틱을 뿌림으로써 마치 물감자국으로 이루어진 조각처럼 보이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현된 사물은 뿌리기 행위의 흔적을 반영하는 동시에 시선을 통과시키는 가벼운 형태라는 특징을 갖는다.

작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익숙한 주변 사물에서 차용한 입체 조형물을 제작한다. 각각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오브제는 개인의 생활 반경 속에서 마주한 장소와 사물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했다. 여기서 사물은 버려지거나 기능을 상실해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버려진 것을 재해석하면서 숨겨져 있던, 인식하지 못한 의미를 자유롭게 찾아나가는 전시다.

작품들은 모두 ‘유일’하다. 통상 입체 작품의 경우 틀이나 거푸집을 만들어 일정 횟수까지 에디션 번호를 부여하며 복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화 플라스틱 액체를 흘리는 작업방식에 따라 똑같은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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