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이고 우연적 형태로 '기(氣)'의 형상을 표현하는 금경 작가의 '맥태동(胎動)-feeling' 시리즈.

- 30일까지 갤러리 몽마르트르

대형 캔버스를 앞에 두고 마주앉았다. 하얀 목장갑을 낀 손에는 큰 붓이 들려 있다. 한참 숨고르기를 한 작가는 미리 칠해 놓은 검정 바탕 위로 한 호흡에 붓을 휘젓는다. 붓이 지나간 자리는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듯 거친 흔적들이 남았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재빨리 캔버스를 든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놀림에 따라 물감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며 우연의 형상을 남긴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작업실에서 만난 금경 작가의 '기의 형상화, 기화(氣畵)'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동양의 기('기의 형상화')로 석·박사 논문을 쓴 작가답게 20여년째 그는 기(氣)가 넘치는 서양화로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찾고 있다.

갤러리 몽마르트르(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즉흥적이고 우연적 형태의 운율'을 취하며 추상화의 맥을 잇는 금경 작가의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玄)의 일획, 흘림의 표출'로 대변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일단 그는 대상이 갖는 형상성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물감 자체의 변주와 유·무형의 형태가 갖는 긴장관계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작품이 검은색과 흰색의 강력한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물감이 섞이거나 분리되면서 자유자재의 형상이 그려졌다. 이전 작품이 역동적이면서 활화산처럼 분출하는 강한 에너지를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침잠하는 고요함으로 자신을 제어했다. 작가는 검은색을 사용한 것에 대해 생명, 에너지의 근원으로 '어머니의 자궁'을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의 자궁은 동 트기 전의 깜깜한 어둠, 무적의 안전지대다. 고향, 즉 어머니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내 그림에서 현은 자궁, 고향, 대지, 생명, 근원과 동의어이며, 이는 결국 어머니로 귀결된다. 일획의 현은 시작을 알리는 탄생, 태동이며, 여명이고 에너지의 발산이다." 작가의 말이다. 이어 그는 "이전과 달리 물감의 물성을 이용한 흘림 작업도 많은데, 붓으로 그리는 것뿐 아니라 마블링 기법으로 물감을 '흘리는'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계명대 서양화과에서 석사, 대구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는 세종문화회관, 성산아트홀 등에서 10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한·러 수교 21주년 기념초대전, 부산미술 80년 부산시립미술관 10주년 개관 기념전, 한·중 17주년 수교기념 특별기획 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부산(051-746-4202)에 소개된 후 다음 달 7~13일 서울(공 아트스페이스)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