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15> 송창식을 불러본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2 20:19:1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시봉 멤버들 공연 모습. 왼쪽부터 김세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삼십삼 년 전 여름의 어느 저녁, 고등학교 2학년 생이었던 나는 비가 오는 것도 아랑곳없이 동네 레코드 가게로 달려 갔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음반 한 장. 바로 '토함산'과 '사랑이야', '이십년 전쯤에', '나의 기타 이야기' 같은 주옥같은 송창식의 음반을 사기 위해서였다.

집으로 오자마자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걸고 바로 카세트 녹음기로 전곡을 복사하며 들었다. 지금 들어도 완벽한 감동을 선사하는 1978년 송창식의 걸작 앨범은 마악 첫사랑을 시작하던 고교 2학년짜리를 거의 실신지경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밤새워 듣고 또 들었다.

창밖으론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초기 송창식의 노래 중에 유독 비에 관한 노래가 많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카세트 녹음기를 들고 설악산으로 가는 수학여행 기차에 올라 도착할 때까지 이 노래의 복음을 같은 반 급우들에게 질리도록 들려주었다.

2011년 상반기 한국 대중음악의 놀라운 두 사건이 있다면 세시봉 붐과 '나는 가수다' 신드롬일 것이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 '놀러와'에 출연한 세시봉 멤버들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첨단의 비주얼 이미지가 군웅할거하는 세상에서 예순 중반에 다다른 이들이 펼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하모니에 이들을 알 턱이 없는 젊은 세대까지 감동을 나누었으며 새삼 통기타 붐까지 되살아나는 현상까지 일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국 투어는 전석이 매진되는 놀라운 노익장을 과시하며 연말까지 끝없는 스케줄이 잡혀 있는 중이다.

1968년 송창식이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윤형주와 트윈폴리오로 등장했을 때 화제의 중심은 보이 소프라노의 미성을 지닌 명문 의대생 윤형주였다. 하지만 한 장의 앨범을 끝으로 이들이 솔로로 각자의 길을 나섰을 때 송창식은 한국 대중음악사를 아로새기는 거장으로 거듭난다.

1970년 '창밖에는 비오고요'를 담은 솔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시작된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1986년 '담배가게 아가씨'와 '참새의 하루'를 담은 그의 최대 걸작 앨범 ''87 송창식'으로 막을 내린다. 이 기간 그가 발표한 명작들을 나열하려면 신문의 두세 면이 필요할 것이다.

그의 음악이 가장 성숙하게 발효되는 그 시점에 그는 마치 마술처럼 우리 앞에서 사라졌고, 미사리의 작은 통기타 하우스 무대 말곤 일체의 공식 활동을 거부하는 미스터리의 행보를 이십 년이 넘도록 이어왔다.

송창식은 가왕 조용필의 맞은 편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지닌 우리 대중음악의 영원한 가객이다. 그는 아직도 매일 눈을 뜨자마자 노래를 연습하고 노래를 만드는 현역이다. 그가 왜 오선지로만 남아 있는 수많은 신곡들을 음반으로 발표하지 않는지 왜 자신만의 콘서트를 열지 않는지는 본인 말곤 아무도 모른다.

세시봉 콘서트에 모여든 머리 희끗희끗한 관객들, 지난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협곡을 헤쳐온, 콘서트라는 문화가 사뭇 생소하기만 한 이 대한민국의 공신들은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훔친다.

세시봉 콘서트는 그저 효도용 디너파티를 넘어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리고 이젠 송창식이 '담배가게 아가씨' 다음을 우리에게 보여줄 때가 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2. 2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3. 3이란, 美에 호르무즈 개방 ‘7일 계획’ 전달…“선택은 美에 달려”
  4. 4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5. 5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6. 6[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7. 7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8. 8[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1. 1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7. 7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8. 8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9. 9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10. 10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7. 7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2. 2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3. 3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4. 4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5. 5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6. 6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7. 7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8. 8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9. 9'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10. 10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5. 5[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