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 일곱 개의 이름/차병직 지음/창비/2만3000원
한국 실크로드 연구와 문명교류사 연구에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정수일(1934~2025) 평전. ‘위장간첩 깐수 사건’ 이면에서 출발해, 중국 이집트 알제리 북한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학문 세계를 구축한 치열한 삶의 여정이다. 정수일은 첩보원인 동시에 실크로드 연구자였다. 사형이 구형된 법정에서 그는 자기 목숨이 아니라 압수된 컴퓨터 속 ‘고대 동서교류사’ 원고를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감옥에서 쓴 ‘실크로드학’은 실크로드 역사와 문명교류를 하나의 학문 체계 안에서 파악한 그의 대표작이다.
# ‘방치된 아이’ 봄이의 이야기
- 나, 정봄, 달라질 거야/황지영 지음/오영은 그림/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부모와 친구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문제를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황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돌봄의 대상인데 오히려 엄마의 심기와 상황을 살피고, 살얼음판에 선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들려준다. 봄이의 엄마 아빠는 이혼한 건 아니지만 아빠는 거의 집에 오지 않고 안부조차 전하지 않는다. 엄마는 무기력하고 봄이에게 관심도 없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평범한 열두 살 봄이는 서운하다. 다행히 봄이에게는 다정한 친구들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고 엄마를 챙기는 봄이를 응원한다.
#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성 탐색
- 북극곰이 내린다/박화남 시집/시인동네/1만2000원
2015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화남 시조시인의 세 번째 작품집. 2022년 천강문학상 시조 부문 우수상과 중앙일보 중앙시조신인상을 받고, 시집 ‘황제펭귄’ ‘맨발에게’를 내는 등 인상 깊은 활동을 해왔다. 박화남은 추억을 말아 올리는 낭만에 빠지지 않고 동시대에 공존하는 인간·비인간의 상호성을 탐색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누구나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로, 이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시를 밀고 나간다. 그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이상적인 리듬으로 아는 삶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 우리 말글 역사 품은 유산 소개
- 국어 문화재 한글 문화재/홍윤표 지음/태학사/2만4000원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홍윤표 국어학자가 국어 및 한글 관련 생활사 유물 14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2000년대 초부터 관련 유물을 조사 연구해 문화재로 지정하는 일을 추진했다. 당시까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던 자료 중에 국어나 한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그리고 국민 언어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료에 주목했다. 주로 근대시기 자료다. 1536년 세워진 한글 영비(靈碑), ‘말모이’와 ‘조선말큰사전’ 원고, 문자 보급 교재와 한글 타자기 등 우리 말글의 역사를 품은 유산을 소개한다.
# 현대사 굴곡 속 한 여성의 삶
- 흐뭇한 인생/안이희옥 지음/들꽃/1만7000원
한 여성의 삶에 새겨진 개인 기억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시대의 상처를 되돌아보는 안이희옥 작가의 중단편소설집.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살아온 민중의 역사를 담았다. 유년기의 가난한 삶, 1970년대 청년기와 유신 시대, 1980~1990년대 직장 생활과 한글 문해교육, 2000년대 여성문제, 팬데믹을 거쳐 생태·평화운동까지. 한 여성의 일생을 관통해온 생애사의 시대와 역사가 교차한다.
저자는 “봉건을 채 못 벗어난 어려운 시절에 감히 독립적으로 살고자 했던, 여자로서 감히 ‘존재하고자’ 했던 조촐하면서도 대담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 세계 첫 ‘우주 개’ 라이카의 희생
- 라이카의 산책-별로 떠난 떠돌이 개/알무데나 파노 글·그림/성미경 옮김/분홍고래/1만6800원
1957년 11월 3일, 인류는 처음 살아 있는 생명을 우주로 보냈다. 모스크바 거리의 평범한 들개는 사람들에게 잡혀 우주 실험체가 됐고 ‘라이카’라는 이름도 받았다. 차갑고 좁은 공간에서 이유도 모른 채 훈련을 견딘 라이카를 태운 우주선은 인간들의 환호 속에 발사됐다. 라이카는 끝없이 펼쳐진 검은 우주 속에서 뜨거운 온도와 몸이 부서질 듯한 진동, 캄캄한 어둠을 홀로 견뎌야 했다. 이 그림책은 인류 최초 우주 탐험 뒤에 가려져 있던 작은 생명의 희생을 애도하며, 인간의 진보가 무엇 위에 세워졌는지 묻는다.
# 죽음 전 지나온 삶 들여다보기
- 나를 위한 엔딩노트/디멘시아뉴스 지음/디멘시아북스/1만7000원
죽음을 맞기 전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내 뜻을 정리해 두는 엔딩노트. 엔딩노트라면 재산과 보험, 장례와 유언처럼 삶의 마지막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는 노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나를 충분히 돌아보게 한다. 유년시절 기억, 좋아하는 것 등을 묻는 199가지 질문에 답하다 보면 인생의 조각이 맞춰진다.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지내고 싶은 장소, 간병과 생애 말기 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 반려동물 돌봄, 장례 방식과 장지 선택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