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과 경험을 쌓으면 성공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 능력주의사회라는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이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벌거벗은 몸뚱이로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은 채 태어나고, 살면서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다 해도 죽을 때는 단 하나도 쥐지 못한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인데,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현실을 생각하면 맞지 않는 말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부질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씁쓸한 책 몇 권을 소개한다.
‘설계된 판’(존 Y. 캠벨 · 타룬 라마도라이 지음/ 김승진 옮김/생각의힘). 기울어진 금융 시스템과 불공정한 돈의 게임을 설명하는 책.금융시장이 이미 자산과 정보를 가지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폭로한다.
누구에게나 중립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할 금융시장이 부의 격차를 더욱 고착화시키며, 특히 개인의 선택이나 금융 지식 부족이 아니라 “설계된 fixed” 시스템 자체가 설계된 불평등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본 금융상품의 구조 개선, 수수료 규제, 공공 옵션 제공, 자동화된 저축과 투자 시스템 등 제도적 개입을 통해 개인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의 배신’(베른트 크리머 지음/이은미 옮김/추수밭). 사람들은 땀 흘린 만큼 보상받을 거라고 믿으며 힘겹게 발버둥 친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낮다.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흙수저는 금수저에 비해 성공 조건과 배경에서 이미 뒤진다. 이 책은 성공 옆에 배신이라는 단어를 놓았다. 현대사회의 성공 숭배 문화를 사회학 심리학 철학적 관점으로 통찰하며. 현대사회가 키워낸 성공 신화에 일격을 가한다.
성공의 우연성, 성과의 모호한 판단 기준, 불평등 심화 등 능력주의의 실체를 파헤치는 한편, 성공에 대한 우리의 모순적인 태도를 꼬집는다.
‘상속계급사회’(일라이자 필비 지음 /방진이 옮김 /돌베개). 가족의 부와 다양한 지원 및 세대 간 자산 이전이 삶의 기회를 결정하는 ‘상속주의’가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노력하면 보상받는 사회’라는 현대 사회 능력주의의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책. 상속은 이제 더는 부모가 죽으면서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자산과 상속이 자녀들의 삶의 기회를 결정하고 있다. 오늘날 불평등의 핵심이 개인 소득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 부모의 자산과 그 상속 가능성에 있다는 의미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만약 노력이 부질없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