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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NEW 부산시립미술관 ‘방향’ 보여줄 4개의 전시

2년 만에 재개관, 동시 오픈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9-22 19:22:5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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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 특별전 ‘퓨처 뮤지올로지’ 전시 전경.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국내외 미술관 9곳 예술적 실험
- 변화 고찰 ‘퓨처 뮤지올로지’ 외
- 격동 시대 한국미술 다룬 전시
- 시립미술관 역사·역할 조명도

2년여 만에 새롭게 문을 연 부산시립미술관이 네 개의 전시를 동시에 시작했다(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2면 보도). 지난 17일 오픈한 네 개의 전시는 각각의 공간 성격을 드러내며 시립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줘 모두 흥미롭다.

■퓨처 뮤지올로지

‘미래의 미술관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부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장에서 열린 특별전 ‘퓨처 뮤지올로지’는 미술관의 미래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수집과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미술관(박물관)을 넘어서고자 한 ‘뉴 뮤지올로지(New Museology)’가 등장한 이후 30년이 지난, 미술관을 둘러싼 지형이 또다시 달라진 지금, 미술관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국내외 미술관 9곳은 각자가 벌이는 예술적 실험을 소개하며 또 다른 거대한 실험의 장을 마련했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 기후위기, 지식 생산과 유통 방식의 변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전통 회화의 확장 등 각 미술관이 집중한 주제와 작품을 통해 미술관이 사회와 관계를 맺고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공공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기획 의도대로 전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처럼 느껴진다. 9개 미술관이 시도한 각각의 실험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고 느끼며 생각해야 하는 과정을 제공하며, 그것이 리드미컬하게 펼쳐져 탐색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ZKM(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은 AI 에이전트를 통해 미술 작품 제작과 유통 과정을 상상해 펼친 ‘퍼포먼스 리뷰’를 소개했고, 이 외에 ▷심해 채굴, 수중문화유산 보전 등 ‘해양’에 관한 이슈를 다룬 TBA21(‘오션 스테이지’) ▷인공지능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 집중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아시아의 무역사 계보를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노동·인간·기술을 조명한 C-LAB(‘아프라시안 신경망’)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새로운 감각을 드러낸 아트센터 나비(‘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들’ 등) ▷우물마루를 통해 건축·물질·관객이 하나의 공동 생태계를 이루는 경험을 제안하는 카오 야이 아트 포레스트(‘숨’) ▷동시대 무빙 이미지 예술의 한계를 넘어선 ACMI(호주 영상 문화 전문 박물관) ▷고정된 종이 회화를 길게 연결하며 이미지가 이야기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CAFA 미술관 ▷메타버스 미술관을 펼친 부산시립미술관 등의 실험도 모두 흥미롭다. 내년 3월 14일까지.

재개관 특별전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1945~1953’ 전시장 앞에 설치된 벽화 ‘피어오르고 사라지지 않는’. 김성효 선임기자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바다 높은 물결 위에 있다:1945~1953

거대한 벽화 ‘피어오르고 사라지지 않는’이 입구에 배치돼 인상적인 제2·3전시장의 특별전은 격변의 시대와 그때를 살아간 예술가를 조명한 전시다.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53년 한국전쟁 직후까지 혼란과 혼돈의 시절을 당시 활동했던 예술가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해석을 교차시켜 광복 이후의 한국 사회도 살펴본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예술과 그 시절 부산 미술을 다뤘고, 예술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자 시도한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대형 벽화 ‘피어오르고…’는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과 프로야구 출범이 동시에 이뤄졌던 1982년의 격동의 시대를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전시에는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주요 미술관·박물관·작가·유족·개인 소장가 등으로부터 구한 250여 점의 작품과 450점의 자료를 소개했다. 평소 보기 어려운 그때 그 시절 그 작가의 작품과 신문 기사, 영상, 책, 지금 찾기 어려운 작품의 목록이 기록된 팸플릿까지 귀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특별전은 광복 이후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새로운 세계, 새로운 미술 ▷새로운 질서, 갈라지는 열망 ▷전쟁의 시대 ▷전후의 질서 등 4개로 나눠 보여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염원과 미군정 아래 펼쳐진 혼란과 피폐했던 삶, 폭력과 탄압의 사회를 예술로 기록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궤적을 좇는다. 특히 양달석 김종식 등 부산을 대표하는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작품과 새로운 해석, 부산 미술사에 대한 정리 등 지역 미술에 관한 연구와 결과를 소개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시립미술관이 2018년 개관 20주년에 연 전시 ‘모던·혼성:1928~1938’과 ‘피란수도 부산-절망 속에 핀 꽃’ 사이의 공백기를 다뤘다는 것도 의미를 더한다.

전시 제목은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대표 작가 임화의 시 ‘현해탄’의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내년 2월 14일까지.

어린이 갤러리 ‘안전기지’ 전시 전경. 김성효 선임기자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 안전기지

2층에 새롭게 마련한 프로젝트 갤러리의 첫 전시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은 부산시립미술관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어지기 전부터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까지 긴 시간 맺어온 지역 미술계와의 관계, 그리고 리모델링 공사 과정을 기록한 자료를 4명의 작가가 재구성해 선보였다. 앞으로 지역 미술사 연구에 집중할 공간의 첫 주인공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을 내세운 것이 의미 있다. 내년 3월 14일까지.

지하1층 어린이 갤러리의 ‘안전기지’는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애착 이론’을 바탕으로 ‘감각’과 ‘AI’를 통해 아이들이 미술관을 애착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게 꾸민 것이 전시의 포인트. 네임리스가 가벼운 소재로 자연물을 형상화한 구조물은 마치 거대한 동굴을 오르고 기대고 부딪치며 탐험하는 경험을 안겨주고, 방앤리가 조명·소리·캐릭터·인공지능 시스템 등을 연결해 살아 있는 공간으로 꾸민 거실은 아이가 AI를 탐색하고 관계 맺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내년 5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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