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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안용 작가의 영상 작품 ‘추억의 지층’ 스틸컷.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 영상자료·3D프린팅 조각 등 구성
- 부산지역 인구 유출 다각도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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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풍경을 3D 프린팅 조각으로 만든 ‘계획된 집’.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촌스러운 영상 속에 사람이 북적인다. 1990년대 대학생의 ‘핫 플레이스’였던 부산대 앞과 대표적인 번화가 남포동은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는 청춘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지금 부산대 앞은 빈 상가가 늘어섰고, 남포동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으로 북적인다. 영상 속 청춘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그들이 떠난 도시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정안용(43) 작가는 ‘지역 소멸’과 ‘청년 유출’ 문제를 꾸준히, 진정성 있게 탐구하며 작품에 담아왔다. 그가 낭만시간연구소(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연 개인전 ‘추억의 지층’은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를 한층 거시적 관점으로 확장한 작업으로 채워졌다. 이전 작업이 청년과 노인 등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영상 기록과 아카이빙 자료, 전문가 구술 등을 통해 사라진 이들과 빈 공간을 조명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작가가 인구 유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과 이를 형상화한 3D프린팅 조각 등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이번 작업의 시작이 “친구들의 부재”에서 출발했다고 전한다. 주변의 친구들이 각자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 부산대와 남포동 등 옛 번화가와 동구 영도구 서구 등 원도심을 걸으며 그곳의 과거를 조사하고 현재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한 프레임에 담는 ‘재사진화’ 작업을 통해 부산의 이전과 지금의 모습을 대비해 달라진 풍경을 선명하게 전한다. 또 드론 촬영과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장소를 3D 프린팅 조각으로 입체화하며 지층이 쌓여 형성된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것을 두고 작가는 “재현도 복원도 아닌, 사라지는 것에 최소한의 존엄을 남기는 일”이라고 부연한다.
지금이야 ‘해양 수도’ 거점 지역으로 주목받지만 동구는 청년 유출 문제가 심각한 원도심 중 하나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쌓은 시간과 기억은 저 아래 깊은 부분부터 축적돼 도시의 지층, 즉 기반을 단단하게 버텨주고 있다. 정안용 작가의 작업은 그 지층에 관심을 두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개인전은 2026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 지역 15개 공간이 함께 마련한 ‘다면적 실험실:부산’ 참여 전시로 마련됐다. 매력적인 예술공간에 다양한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며 부산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낭만시간연구소 외에 제이작업실(송성진 김민정 백철준), 갤러리 이비나인(임상진 윤정재), 아이테르 범일가옥(박수진 박지민 장빛나) 등 동구 일대 공간의 전시를 함께 둘러보면 더 꽉 찬 느낌이 든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열리며, 사전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