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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용봉문탁자장.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
‘장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기술을 갈고닦아 자신의 힘으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는 흔히 장인을 ‘혼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전통공예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나전칠기를 보자. 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옻칠을 하고 자개로 장식을 더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재료와 공정, 그리고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것은 하나의 완성된 기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만든 사람 역시 한 명의 장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점의 작품에는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손길과 협업 과정이 쌓여 있다. 완성된 형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까지 함께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소목장은 나무를 다듬어 기물의 형태를 만든다. 나무의 결을 살피고 치수를 맞춰 가구의 뼈대를 완성한다. 하지만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위에 나전장이 옻칠을 하고 자개 장식을 더해야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나전칠기의 모습이 갖춰진다. 나전장의 작업 역시 단순하지 않다. 자개를 실처럼 가늘게 잘라 기하학적인 문양을 만드는 ‘끊음질’, 얇게 만든 자개를 도안에 따라 오려 붙이는 ‘줄음질’ 등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나전장은 옻나무에서 옻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일부터 옻칠과 자개 작업까지 직접 수행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장인과 전통기술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계와 대량생산이 익숙해진 시대에 오랜 시간 숙련을 필요로 하는 전통기술을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기술을 배우고 전승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한때 자연스럽게 전승되던 기술도 이제 그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남아 있는 유물을 지키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만들어낼 기술과 사람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 유물의 일부밖에 지키지 못하는 셈이다. 공예품의 제작 기술과 장인의 경험, 그리고 서로 다른 기술이 만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기억하고 이어가는 것. 그것이 전통공예를 온전히 보존하는 방법일 것이다.
박물관에서 나전칠기를 만난다면 이제 작품의 화려한 문양만 바라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여러 장인의 손길과 기술도 함께 떠올려보면 어떨까. 작품 너머에 있는 그 손길과 기술까지 바라볼 때, 나전칠기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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