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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시 전체가 무대…부산 춤꾼들 길거리 즉석 무당춤으로 英 홀리다

BIDF 에든버러 가다 <1> 22년 만에 첫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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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부산국제무용제 팀이 에든버러 최대 번화가 로열 마일로에서 전통 춤과 소리로 공연을 홍보하고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교회·펍·식당 등이 공연장 변신
- 부산국제무용제 공연팀·실무진
- 전단 2000장 직접 돌리며 홍보
- 김형민·황정은 데뷔전 성공적
- 현지관객 호평에 관계자들 고무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대상을 마주할 때가 드물게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런 존재였다. 규모가 세계 최대라는 점이 핵심이 아니었다. 온 도시가 진정으로 공연예술 축전의 장으로 3주 동안 탈바꿈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부산국제무용제(BIDF)는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보내온 협업 제의를 받고, 공연 팀과 실무진을 처음으로 올해 파견(지난 24일~다음 달 1일)했다. 22년 연륜을 쌓은 BIDF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과 직접 교류하는 것은 처음이다. BIDF의 확장과 성장을 모색하는 이 여정에 동행해 BIDF의 에든버러 프린지 입성 현장을 취재했다.

■압도하는 규모와 열기

‘이 거대한 예술 축제가 어떻게 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거지?’ 지난 25일(현지시간) 도착한 이후, 머리를 떠나지 않은 궁금증이다.

공식 자료에 나오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예술축제로서 해마다 4000개 이상의 공연단체가 3주 동안 수만 회 공연을 펼친다…’는 건조한 설명으로는 담을 수 없는 거대함과 경이로움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완전히 공연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첫날 만난 택시기사는 “에든버러 인구가 약 50만 명인데 축제 기간에는 이 숫자가 두 배가 된다”고 했다. “모든 ‘공연장’이 특별했다”고 말할 수 있다. BIDF가 파견한 공연 팀이 닷새간 공연하는 무용예술 공간 댄스베이스는 에든버러성 입구에 자리한 멋진 국립공연장이었다. 어셈블리 조지 스퀘어와 에든버러 대학교 주위 등지에는 정식 공연장도 풍부했다.

이와 함께 일상 속 삶의 공간도 축제 기간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교회 성당 대학교 소극장 재즈바 식당 칵테일바 강연장 갤러리 펍 스튜디오 호텔 야외공간 사우나 등등이 줄줄이 정식 공연장이 됐고 도서관은 전시공간으로 쓰였다.

에든버러 중심가인 로열 마일 등지는 말할 것도 없고,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다녔다. 이들은 그대로 ‘구름 관중’으로 변해 공연장을 채웠다. 장르 또한 엄청나게 많았다. 코미디 뮤지컬 음악 춤 오페라 연극…. 이루 다 꼽기 힘들다. 에든버러성에서는 별도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함께 열리고, 도심에서는 에든버러 북페어가 한창이었다.

■홍보 전쟁

영국 춤예술 전용극장 댄스베이스에서 열린 부산국제무용제 황정은 안무가의 공연 ‘Hazy’.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의 공연예술 페스티벌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 여기서는 펼쳐졌다. 수많은 공연 단체와 예술가가 자기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다는 점이다. 워낙 다양하고 많은 공연 전문가가 운집하니 거리 홍보 방법은 기상천외하고 다채로웠다. 동시에 수많은 작품이 경합하며 형성하는 엄청난 경쟁 압력 속에 홍보 또한 일종의 전쟁처럼 치열했다.

BIDF가 파견한 공연 팀은 두 개 팀, 4명이다. 솔로 작품 ‘그을음(영문 제목 Hazy)’을 들고 온 부산의 떠오르는 신진 안무가 황정은, 지난해 BIDF 젊은 안무가 경연 AK21에서 당당히 최고상을 받은 안무가 김형민(작품 ‘드루와’·영문 제목 DeRuWa)과 춤꾼 신애린 이정연이다. 여기에 김민수 테크니컬 디렉터, 강정윤 BIDF 기획팀장, 김소현 BIDF 대외협력 및 통역 담당이 실무진으로 함께 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김형민 안무가의 ‘드루와’ 무대.
이들 모두에게 ‘거리로 나가 플라이어(전단)를 나눠주며 우리 공연을 우리가, 내 공연을 내가 직접 홍보한다’는 상황은 낯선 듯했다. 몸에 익지 않은 일이니, 실무진이 에든버러 현지 인쇄회사에 주문해 만든 플라이어 2000장을 돌리는 일은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위기 극복의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6일 최대 번화가인 로열 마일로 처음 진출한 BIDF 팀의 단장 격인 강정윤 팀장이 한국 색채 물씬 나는 무당 복장에 방울과 부채를 들고 춤추며 홍보에 나섰다. 김형민 안무가는 공연 소품인 갓을 쓰고 호흡을 맞췄다. 황정은 안무가는 거리 춤을 추었고, 테크니컬 디렉터 김민수 감독까지 우리 춤 우리 소리를 하며 가세하자 이정연 신애린 씨의 손길도 빨라졌다. 그 사이 김소현 대외협력 담당은 영어로 홍보했다. 공연 홍보 플라이어는 한결 빨리 줄어들었다.

■첫 공연

지난 27일 오후 1시 15분, 부산에서 간 모든 춤꾼과 실무진이 부러워한 춤 예술 전용 극장인 댄스베이스의 스튜디오 1에서 BIDF 팀 첫 공연이 열렸다. 모두 5회로 예정된 공연의 첫 순서였다. 72석 객석은 절반쯤 찼다. 수없이 많은 공연이 하루 내내 펼쳐지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에서 자기 작품을 스스로 홍보하는 것 말고는 크게 수단이 없는 신진 안무가와 공연 팀에게 데뷔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공연이 끝난 직후 관객의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판소리 공연을 많이 봐서 높은 안목을 갖추고 수준 높은 논평을 하는 일반 관객을 ‘귀명창’이라고 한다. 공연예술 도시답게 에든버러에도 ‘귀명창’이 많은 듯했다. BIDF의 영상 인터뷰 요청에 응한 여성 관객은 이렇게 말했다. “황정은의 작품은 신체의 놀라운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정서의 깊은 곳에 가 닿은 훌륭한 작품이었다. 조명도 인상 깊었다. 김형민 안무의 ‘드루와’는 안무가 뛰어났고 에너지가 넘쳤다.”

모로코 마라케시의 작은 춤 축제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는 한 신사는 “오늘 본 작품을 모로코에서 선보일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온 젊은 여성 관객 몰리나 씨는 “추상성이 높은 장르여서 좀 어렵게 다가오기는 했다. 하지만 모든 출연진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느꼈다”고 평했다.

김형민 황정은 안무가는 “첫 공연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고, 배운 점도 많다”며 “남은 시간, 공연과 홍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BIDF 신은주 운영위원장

- “축제는 예술가 성장 돕는 지속가능한 플랫폼 돼야”

- 취임 후 국제안무가캠프 육성
- 국제무대 사로잡은 안목 입증

부산국제무용제(BIDF) 신은주 운영위원장(사진)은 평소 “예술가를 육성하는 일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예술이 후퇴하지 않고 발전해 사회에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충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려면 “예술가를 그 일의 중심에 놓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는 BIDF가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무용제에서 인상 깊은 성과(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14면 보도)를 거둔 데 이어, 올해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공식 진출한 일련의 일 또한 “예술가의 성장과 육성 관점에서 꾸준히 가동한 접근법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과정”으로 본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신 운영위원장이 2022년 취임하자마자 시작한 ‘부산국제안무가캠프’를 이야기해야 한다. “탁월한 세계적인 안무가들 초빙해 부산과 한국의 젊은 무용 예술가가 창의적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BIDF 운영위원장 취임 이전에도 부산국제춤마켓(BIDAM)을 오랜 기간 여는 등 그는 국제 교류에서 좋은 성과를 축적했다.

그런 그는 ‘국제 페스티벌 활용법’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무가를 육성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 축제를 통해 마스터클래스 및 창작·제작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축제는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축제는 초청 공연만 하는 장이 전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플랫폼이 돼야 하는 시대이다.” 세계 무대로 젊은 춤 예술가들이 나가 안무와 작품 창·제작을 넘어, 이 시대 춤 예술 전반을 넓고 깊은 안목에서 통찰하는 능력을 기르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부산국제안무가캠프를 통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칸국제무용제는 물론,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먼저 연락이 와 함께하자고 했으니 BIDF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신 운영위원장은 올해 에든버러에 공연단과 실무진을 파견했으며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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