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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주연을 맡은 김혜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김혜수는 성공한 인플루언서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해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 쿠플 블랙코미디 드라마로 컴백
- 자수성가한 사업가 ‘경희’ 열연
- “익숙한 클리셰 비틀어 흥미로워”
- 의상으로 상류층 콤플렉스 표현
- 김지훈·조여정과 호흡 인상깊어
- 리얼타임 방식 7화 명장면 꼽아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라니. 6화까지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이야기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과연 그 제목 임자 만났구나 싶었다. 비가 새는 단칸방에 살면서 성공을 결심하는 경희(김혜수)와 재홍(김지훈) 부부에게서 출발하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유튜브 골든 버튼을 달성하며 사업가로 성공한 이들 부부가 이웃집에 사는 피부과 원장 수정(조여정)의 가족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블랙 코미디. 삶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가 워낙 실시간으로 폭주하다 보니, 불륜이 상대적으로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인플루언서로 완벽 변신
김혜수 역시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제목에 확 낚였다”며 “최근 본 대본 중 가장 유니크하고 재미있었다. 드라마가 다루는 불륜, 뺑소니, 자녀 문제 등은 익숙한 클리셰일 수 있지만, 이 익숙한 사건들을 비틀고 전환해 나가는 방식이 완전히 새로웠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불륜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은 장치일 뿐, 예기치 못한 변수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하게 까발려지고 드러나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수가 연기한 경희는 밑바닥에서 자수성가한 100만 인플루언서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리고 한 가정의 실질적인 가장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을 일궈낸 악바리 근성과 추진력만큼이나, 이 인물에겐 태생부터 부자였던 이들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결여돼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인물에겐 결핍으로 작용한다. 화려한 옷을 갑옷처럼 두르고 다니는 것도 그 결핍에서 나온다. “100m도 안 되는 앞집 여자 집에 가면서도 고급스러운 트위드 소재 옷에 커다란 핑크 리본을 목에 휘감는” 경희를 두고 김혜수는 “진짜 상류층인 앞집 여자를 이겨먹고 싶다는 욕망과 상류층에 대한 콤플렉스를 의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덕분에 신이 난 건 김혜수 스타일리스트와 드라마 의상팀이다. “최근 참여한 ‘소년심판’ ‘트리거’에서 맡은 인물은 외관이 도드라지면 안돼서 메이크업을 죽이거나 착장을 제한했다. 심지어 ‘트리거’ 때는 단벌이었다”며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의 경희는 스타일링에서도 정반대의 인물이기에 스태프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스태프들이 그동안 정말 많이 자제하면서 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역량을 한껏 발휘한 스태프들의 노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20대 아이돌과 똑같은 옷까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한 김혜수에게 호평이 쏟아진 것. 그렇다면 실제 생활에서의 김혜수는 어떨까. 그는 “상황에 맞게 입어야 할 때는 따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제가 그날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나는 애초에 나이에 맞게 옷을 입는다는 개념이 없다”며 “나이에 맞는 옷이 편한 사람은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고, 반대로 또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싶은 사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니까 김혜수에게 의상은 ‘취향’의 반영이자, 각자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는 “살다 보면 정말 누구를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본인의 외피를 꾸미는 것이라 생각한다.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가 짜장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가 비난하거나 칭찬하지 않지 않나. 나에겐 옷도 딱 그 정도다.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경희라는 인물에 더 밀착되기 위해 김혜수는 준비 과정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생태도 파악했다. “유튜브를 많이 검색했다. 몰랐는데, 실버 버튼 10만까지 가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더라. 지금은 유튜브가 포화 상태라 그조차도 더 어려워졌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경희는 아마 유튜브 초창기에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중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인물을 다마고치 키우듯 대리만족하며 키워낸 콘텐츠를 가진 인간일 거라고 서사를 잡았다”고 전했다.
김혜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차별성에도 주목했다. “모두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배우는 연기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반면 인플루언서는 목적 자체가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해서 김혜수는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남편 재홍으로 출연한 배우 김지훈이 “선배 김혜수에게 연기로 인정받는 게 목표”였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를 알고 있다는 듯 김혜수는 수줍게 웃으며 “김지훈은 오랫동안 잠재력을 가지고 살아남은 배우다. 좋은 조건이 있음에도 그동안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 같다. 연기로 보여주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겠나”며 “이번 작품을 통해 김지훈이라는 배우의 특화된 이미지가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 들어 고맙고 반갑다”고 전했다.
드라마 ‘장희빈’ 후 23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한 조여정에 대해서는 “조여정이라는 배우는 정말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각자의 색을 가진 배우로 성숙해져 다시 만나는 기회는 참 드물고 소중하다”며 “연기하는 순간에는 선배와 후배가 없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난다. 좋은 배우와 공연하면 나 역시 함께 좋아진다. 조여정은 그런 배우”라고 애정을 표했다.
■아직도 헤맨다는 41년 차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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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의 한 장면.
쿠팡플레이 제공 |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41년째 스테디셀러 배우로 사랑받고 있는 특출한 케이스다. 특히나 사석에서 늘 멋진 애티튜드를 보여주는 김혜수를 향한 영화인들의 존중은 각별한 면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에겐 이런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배우들의 이정표’. 그러나 정작 김혜수는 이 수식어에 손사래를 친다. 그는 “감사한 말씀이지만 그 자체가 무겁게 느껴진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야지’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그런 여유조차 없다. 저는 침착함과 여유를 가질 실력이 안 되는 배우다. 조바심 내면서도 감쪽같이 ‘척’하는 백조에 가깝다. 밑으로는 발만 저어댄다. 백조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아직 헤매고 있다”는 표현도 썼다. “대중들은 여러 시대를 경험하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대하다 보니 수준이 높아졌다. 그 부분이 늘 무섭다”며 “성적이 잘 나와도 아쉬움은 늘 있다. ‘당신이 연기 제일 잘하는 것 같아’라는 소리를 들어도 아쉽다. 경력에 비해 아직도 내가 알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표현하는 것 사이의 격차, 괴리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있다”고 고백했다.
자괴감이 있다는 김혜수지만, 이번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확실해 보였다. 그는 특히 네 명의 주요 인물이 한 공간에 모여서 폭주하는 7화(26일 공개)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7화는 극 중 시간과 실제 상영 시간이 거의 동일하게 흐르는 리얼타임 방식으로 구성됐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만큼 공포스럽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구현하지?’ 싶어서. 이 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걱정이 더했다”고 털어놨다. 공포를 이겨내게 해 준 건, 동료들이다. 그는 “리허설을 하면서 각자 준비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감독님의 연출도, 모든 여백을 메워준 배우들의 합도, 스태프들도 훌륭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