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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의 영원한 ‘롤모델 언니’ “끝이요? 또다른 챕터 열어야죠”

영화 ‘오케이 마담2’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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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케이 마담’의 후속편으로 돌아온 배우 엄정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6년 만에 만들어진 속편에서 엄정화는 더 활동적이고 다채로운 액션을 소화했다. CGV 픽처스 제공
- 34년차 女배우 첫 시리즈물 감격
- “속편 이끌수 있는 힘 생겨 뿌듯”

- 크루즈 배경의 더 화려해진 액션
- 수영 출연 설득해 찰떡 연기호흡

- 병마·슬럼프에도 멈춤없는 도전
- “누군가에 힘이 되는 선배이고파”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위에 이런(언니 같은) 선배가 없잖아요. 나, 항상 언니가 생각나. 내가 올라가는 이 계단을 언니는 이미 올라갔겠구나.” (‘서울체크인’에서 이효리가 엄정화에게 한 말)

“저희(후배들)한테는 그냥 언니의 존재가 힘이에요. 저희는 항상 그렇게 보고 있어요, ‘언니도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나도 해야지’ 이런 느낌이랄까.” (‘댄스 가수 유랑단’에서 현아가 엄정화에게 한 말)

스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롤모델. 엄정화다. 올해로 데뷔 34년 차.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와 정규 1집(타이틀곡 ‘눈동자’)으로 동시 데뷔한 이래 엄정화는 후배들로부터 ‘당신이 걸어간 길이 나의 나침반’이라는 고백을 받으며 살아왔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제1의 엄정화로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걷는 길을 앞서 걸어간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는 것. 그런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것. 후배들로서는 든든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엄정화가 ‘오케이 마담2’로 또 한 번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오케이 마담2’는 2020년 여름 개봉해 12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케이 마담’의 후속편.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OTT 등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며 6년 만에 속편으로 탄생했다. 충무로에서 여배우가 코믹 액션 프랜차이즈 영화의 원톱에 선 건 사실상 최초다. 엄정화 개인에게도 첫 시리즈물은 각별하다.

■6년 만의 속편… 이번엔 크루즈

영화 ‘오케이 마담2’의 한 장면.
엄정화는 “속편은 혼자 마음먹는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속편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이 기쁘고 뿌듯하다.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너무 자화자찬인가?”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오케이 마담’은 엄정화에게 슬럼프를 이겨내게 해 준 전환점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오케이 마담’을 찍기 직전에 3년 정도 슬럼프가 왔다. 커리어에 벽이 생긴 느낌이었다”며 “내게 배역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떡하나, 사람들이 배우 엄정화를 잊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래서 ‘오케이 마담’이 들어왔을 때 너무 기뻤다. 정말 제대로 하고 싶었다. 눈물 날 만큼 소중한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엄정화는 1편에 이어 시장에서 꽈배기를 튀기는 맛집 사장 미영으로 분했다.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로 살아가지만, 1편에서 밝혀졌듯 그녀에겐 특별한 과거가 있다. 북한 특수 요원 출신이었던 과거가. 남편 석환(박성웅)에게조차 신분을 속이고 살아가던 미영의 정체는 1편의 비행기 하이재킹 사건 때 가족을 구하려다 탄로 난 바 있다.

‘오케이 마담2’는 1편의 좁은 비행기에서 벗어나 푸른 바다 위 크루즈로 무대를 옮겼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초호화 크루즈에 오른 미영의 가족이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요 내용이다. 액션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넓어지면서, 액션 자체도 더 다채로워졌다. 정체를 숨겨야 했던 1편과 달리, 무술 고수로 살아온 과거를 가족이 인지하고 있는 것도 미영의 활동 범위에 보다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 엄정화는 “크루즈의 모든 공간을 다 활용했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생기니까 부담도 물론 됐지만 너무 즐겁더라”며 “관객이 크루즈도 구경하고, 그 안의 액션도 보며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편에서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엄정화의 체력은 오히려 좋아졌다. 철저한 자기 관리 덕이다. “‘오케이 마담’을 끝낸 뒤에 액션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 복싱을 더 열심히 했다.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 바로 액션을 할 수 있는 몸을 유지하려고 했다. 나이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거나, 주변에서 저를 배려해 액션 분량을 줄이는 일은 없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 절박함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나만 하면 지겹기에 요가 필라테스 서핑 웨이트도 돌아가면서 한다”고 전했다.

식단 관리 역시 엄정화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무거워지고, 몸이 무거워지니까 마음도 무거워졌다. 이전처럼 해서는 다이어트 효과도 안 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는데, 그때 시작한 게 탄수화물과 당분을 제한하는 저탄저당 식단”이라며 “최근에는 하루 한 끼만 먹는 ‘1일 1식’도 하고 있다.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염증 수치가 떨어지고, 혈액도 맑아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꽈배기 먹방 신’을 찍을 때 죄책감(?)은 없었을까. 없었단다. 오히려 “간만에 원없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엄정화를 보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명언이 생각났다.

■“나아가는 선배 되고 싶다”

‘오케이 마담2’가 공간과 함께, 액션 레벨업을 위해 신경 쓴 또 하나는 빌런이다. 빌런이 강할수록, 이에 맞서는 주인공의 존재감도 커지기에 빌런은 중요한 터. 이 중요한 미션을 안고 2편에 합류한 이는 최수영이다. 소녀시대 멤버로 활약한 ‘아이돌 가수 수영’을 떠올리면 의외일 수 있으나 ‘런 온’ ‘무브 투 헤븐’ ‘발레리나’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폭을 넓혀온 ‘배우 수영’을 떠올리면 호기심이 생기는 캐스팅이다. 엄정화는 그런 수영의 능력을 알아보고, 캐스팅과 관련해 ‘같이 하면 좋겠다’는 DM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범죄 조직의 수장 안야 역으로 분한 최수영과의 액션 호흡에 대해 엄정화는 “수영이가 팔다리가 길고 춤으로 단련된 감각이 있어서 액션 습득이 빨랐다. 바로 잘 맞춰지더라. 액션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며 “수영이는 가수와 배우를 병행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더 애착이 가는 후배다. 둘 다 너무 잘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미영과 안야의 바닷가 대결 신에 대해서는 “그날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날씨가 추웠다. 우박이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엄밀히 말하면, 촬영을 접어야 하는 날씨였는데 괜히 욕심이 났다. 뒤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덕분에 파도가 보이게 풀쇼트를 찍을 수 있었다”고 해당 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정화는 늘 이런 식이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일단 걸어가 본다. 예기치 않은 병마(엄정화는 갑상선암으로 긴 시간 투병했고, 이로 인해 성대 마비를 겪었다)가 와도, 슬럼프가 찾아와도 결국 스스로 길을 파낸다. 엄정화가 갑상선암 수술 후 발매한 노래의 제목은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었다.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관객은 하나둘 퇴장하고”라는 가사에서 대중은 그녀가 가수로서 작별을 우회해 말하는 것으로 짐작했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첫 챕터가 끝났지만 또 다른 챕터가 열리는 것”을 의미했다. 엄정화가 많은 이의 롤모델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롤모델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쁘면서도 책임감이 생긴다. 힘들 때마다 현역에서 같이 하는 선배가 있으면 힘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도전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배가 되고 싶다.”

엄정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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