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의 고통, 은유의 詩로 담다
가면의 감정- 김혜영 시집 /청색종이 /1만3000원
1997년 ‘현대시’로 등단 후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다정한 사물들’ 등에서 독자적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김혜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시집 제목이 말하는 ‘가면’은 감정을 숨기는 장치가 아니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또 하나의 얼굴에 가깝다. 시인은 현실의 고통을 정면으로 진술하는 대신 낙타와 외계인, 그림자와 천사, 수련과 오로라 같은 형상 속으로 옮겨 놓는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상처는 타인의 슬픔과 만나고 개별적 경험은 더 넓은 공감 영역으로 확장된다.
# 조기 교육이 뇌에 미치는 영향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천근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1만8800원
유명 영어유치원 입학 시험과 대형 학원 레벨테스트를 뜻하는 ‘4세 고시’ 혹은 ‘7세 고시’. 우리 사회의 조기교육 광풍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30년 넘게 소아청소년 17만 명을 진단·치료하며 아이들의 뇌 발달을 연구해 온 국내 최고 소아정신의학 권위자가 과열된 조기교육 현상에 경고를 보낸다. “인간의 뇌는 DNA에 입력된 순서에 따라 발달하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영유아기에 이루어지는 도를 넘어선 학습이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뇌에 어떤 치명적 손상을 남기는지 조명한다. 조기 교육의 후폭풍을 경고하며 ‘균형 잡힌 뇌’를 위해 필요한 것을 짚어준다.
# 외톨이 소녀의 친구가 된 소년
냉이꽃의 추억- 배익천 글 /윤문영 그림 /청개구리 /1만5000원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배익천 작가의 대표 동화 ‘냉이꽃의 추억’. 첫 발표 지면은 1980년대 국립부경대학교 전신인 부산수산대학교 학보였다. 1991년에는 여섯 편의 중편동화와 함께 묶어 ‘냉이꽃의 추억’을 냈다. 그 작품이 윤문영 화가의 따스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가녀린 어깨 위에 찰랑이는 단발머리의 소녀는 다리가 불편했고 외톨이였다. 그런 소녀를 기다리다 가방을 들어다 주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대신하는 소년이 있었다. 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 살인 로봇, 폐허로 내던져지다
휴먼, 어디에 있나요?-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1만9800원
현대 SF의 거장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의 신작 장편. 인류가 멸종의 길을 걸으며 인공지능의 노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찰스는 완벽한 시종 로봇이다. 어느 날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로 면도칼로 주인을 살해하는 사고를 저지른다. 졸지에 직장과 이름을 잃은 살인 로봇 찰스는 성벽 너머 폐허로 내던져진다. 찰스는 인간 없는 황무지에서 자신을 수리해 줄 기관과 새로운 존재 이유를 찾아 떠난다. 인류가 사라진 뒤에도 매뉴얼에 따라 공전하는 시스템의 지옥도를 풍자와 유머로 포착했다.
# 우리땅서 함께 살아온 야생동물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최태영 지음 /돌베개 /2만6000원
지리산 설악산 DMZ 일대에서 다양한 동물을 연구한 최태영 박사가 들려주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 평생 야생 포유동물을 쫓아다닌 저자는 한국 최고의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이다. 이 책에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물의 삶과 죽음에 관해 풀어냈다. 30여 년간의 탐사 경험과 연구를 통해 마음속에 쌓은 이야기다. 토끼 너구리 삵 고라니 늑대 산양 소쩍새 등 동물 이야기가 과학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저자의 성장 과정, 우리 땅의 환경 변화, 한국 사회 및 역사와 관련되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로드킬 밀렵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전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비슷한 우리말들의 멋과 맛
춤추는 한국어- 김삼환 지음 /나무발전소 /1만7000원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빠르게 는다. 만약 외국인이 ‘발이 넓다’에서 발은 얼마나 넓어야 하는지, ‘마음을 잡다’에서 마음은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김삼환 시인이 해외 한국어 교원이 되어 우즈베키스탄과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발견한 우리말의 멋과 맛을 풀어냈다. ‘가뜬하다’와 ‘거뜬하다’, ‘배려’와 ‘고려’, ‘알은체’와 ‘아는 체’, ‘실마리와 돌파구’ 등 익숙해서 그 차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말을 하나씩 불러낸다.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까지 들여다본다.
# 다정한 괴짜천재 ‘레오나르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1만7500원
인류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만큼 유명한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레오나르도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면? 신의 손을 가진 화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만능 천재,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비밀스럽고 고독한 인물. 레오나르도는 이런 인물일까? 아니다. 그를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건 잘생기고 다정하며, 부당하게 화를 낸 적 없이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고 노래와 농담을 즐겼던, 친구가 차고 넘쳤던 매력적인 한 인간이다. 이 책에는 누구나 자기 곁에 두고 싶어 한 사랑스러운 ‘괴짜 천재’ 의 반전 에피소드가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