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문화레시피] 잿더미 될뻔했던 철종·영조 어진, 부산 귀환

부산박물관 ‘조선의 기록…’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진을 제작·보수·봉안할 때 반드시 펼쳤다는 일월오봉도.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 1954년 용두산 대화재 화마로
- 조선 왕실 유물 보관 창고 불타
- 어진·은 제기 등 3500여점 소실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개최 기념
- 국립고궁박물관과 특별전 마련
- 영조 연잉군 때 초상화 등 눈길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 1954년 12월 27일 자 2면 머리기사는 전날인 26일 큰불이 난 상황을 ‘용두산에 또 불…약 300동을 전소’라는 제목 아래 긴박하게 보도한다.

“용두산 바락(barrack)촌을 초대화(大火)가 휩쓸었다. 26일 상오 1시 17분 부산시 광복동 2가 8번지 5동 9반(미화당백화점 후편) 전기부속상 정수홍 씨 판잣집 2층 식모방에서 발화하여, 화염은 마침 불어닥치던 서북풍으로 부근 일대 판자옥으로 연소에 연소를 거듭하여 마침내 용두산 서편 쪽을 중심으로 광복동 동광동 … 이러한 대화재로 용두산 주변의 바락은 거의 대부분 소진된 것이다.” 바락은 그때 피란민·영세민이 살던 집단 가옥, 쉽게 말해 판잣집 촌이다.

부산은 약 1년 전인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 역전 대화재로 경악스런 피해를 본 상태였다. 그런데 1954년 12월 26일 ‘용두산 큰불’ 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한민족을 거듭 경악하게 하는 피해를 안긴다. 이날 용두산 대화재의 화마는 피란민 판잣집 촌과 붙어 있던 건물 한 동을 태워버린다. 1951년 4월 부산에서 출범한 국립국악원의 창고였다. 이 창고가 불타면서 한국 역사학계에 잊히지 않을 악몽이 화인(火印)처럼 찍힌다.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 왕실의 귀중한 유물을 급히 한데 모아 부산으로 옮겨, 안전을 위해 창고에 봉인한 뒤 한시름 놓는다. 그 창고가 바로 국립국악원(부산국악원) 창고였다. 창고 안에는 조선 궁중 유물 4000여 점이 보관됐다. 그중 3500여 점이 용두산 대화재로 불타버렸다. 겨우 546점 건졌다. 소실된 진귀한 문화 자산에는 조선 역대 국왕을 그린 어진 다수, 왕실 유물, 역대 재상 초상, 고서적, 은 제기, 어필 등이 포함된다.

부산박물관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열리는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영조 어진’(왼쪽)과 ‘철종 어진’. 두 어진은 1954년 부산 용두산 대화재의 화마를 피해 살아남은 극소수의 어진 가운데 일부다.
부산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오는 13~29일 부산 벡스코 일원)라는 중요한 국제 문화 행사를 기념해 공동 특별기획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萬世)에 전하노니’를 부산박물관(남구 대연동)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마련한다. 지난 7일 개막한 이 특별기획전에, 부산 시민으로서는 한결 특별한 손님이 왔다. 조선 영조와 철종을 그린 어진이다. 부산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영조 어진’과 ‘철종 어진’은 72년 전 용두산 대화재 때 국립국악원 창고 안에서 불타 없어질 뻔하다가 살아남은 어진 단 3점 가운데 2점이다. 전시장에서는 영조가 ‘21살 연잉군’이던 시절 그린 초상화도 볼 수 있다.

1861년 그린 철종 어진에는 “내 나이 31세 때의 초상”이라는 철종의 친필이 있건만, 용두산 대화재 때 불에 타 얼굴과 의상(군복)이 훼손된 모습이 고스란히 있어 불이 났던 당시의 긴박함이 전해진다. 용두산 대화재 때 국립국악원 창고 열쇠를 못 찾아 문을 열지 못한 바람에 피해가 더 컸다는 가슴 쓰린 증언도 있다. 소실된 유물 3500건을 파악할 수 있던 목록마저 1960년 화재로 타버려 현재로는 없어진 게 무엇인지 알기조차 힘들다는 기록도 있다.

이 공동 특별기획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오는 외국인 참가자 2500여 명과 내국인 500여 명을 맞이하기 위해 인문으로 차린 아주 많은 잔칫상 중 하나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조선의 품격과 솜씨와 정신이 얼마나 빼어난지 곧장 느낀다. 아울러, 혼란하고 가난했던 1954년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에 닥친 비극을 곱씹고 더 깊은 문화유산 사랑을 다짐하는 계기로도 삼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6. 6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0. 10"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