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홍석 작가의 ‘Opening and Shutting 77-21’. 조현화랑 제공 |
- 작고한 단색화 거장 김홍석展
- 다음 달 2일까지 조현화랑서
- 인기 중견 작가 이진이 복귀전
- 어컴퍼니 기획 시리즈에 참여
부산의 ‘귀한’ 작가를 조명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한국 단색화의 중요한 맥락으로 평가받는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이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마련됐고,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은 이진이 작가의 전시가 어컴퍼니(해운대구 중동)에서 진행 중이다.
■김홍석 ‘실의 숨결’
하얀 화면을 사선으로 촘촘하게 채운 가늘지만 힘이 느껴지는 실. 무언가 흘러내리듯, 혹은 무언가를 향해 올라가는 듯, 부드럽고 연약한 화면 위에서 실은 응축된 힘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단색과 실로 만들어진 화면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운동과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는 완결된 형상이 아닌 무엇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잠재적 상태를 드러내는 것 같다.
조현화랑에서 개최한 김홍석(1935~1993) 개인전은 한국 현대미술사와 단색화의 흐름에서 조명받아야 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 전시다. 박서보 김창열 이우환 등과 함께 한국 단색화의 중요한 맥락을 차지하지만 일찍 작고했기에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그의 연작을 소개하며 조명했다.
김홍석 작가는 1970년대 부산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1980년대에는 도쿄 파리 뉴델리 워싱턴DC 등 해외로 범위를 넓혀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전시를 소화했으며, 호암미술관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공공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추상미술, 단색화의 흐름에서 통상적인 회화 재료 대신 실 한지 먹 등을 사용해 단색조 화면을 구성하고 여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물감 대신 바늘을 들고 실을 꿰맨 그의 화면에서 실은 캔버스에 스며들거나 도드라지며 독특한 회화적 실험을 완성하고 새로운 긴장을 형성한다.
전시에는 그의 작업 중 ‘개폐’와 ‘발아’ 연작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화면의 잠재적 상태를 가장 응축된 방식으로 드러낸 ‘개폐’와 한지 실 등을 덧입히고 뜯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화면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드러내는 ‘발아’ 연작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의 긴장과 그 안에서 움트는 생성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열린다.
■이진이 ‘결의 온도:숨긴 붓질, 드러낸 흔적’
 |
| 이진이 작가의 ‘Blue Variations’.
어컴퍼니 제공 |
매끄럽고 정제된 화면, 차갑고 서늘한 색채, 생생한 촉감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회화.
이진이(57) 작가의 작품은 묘하고, 매력적이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포착한 그의 화면에는 숨겨진 인간의 내면과 의식·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지점이 담겨 있다. 붓질의 흔적을 감춘, 마치 기계로 뒤덮은 듯 매끄럽고 완벽한 화면은 생생하지만 서늘한 시각적 긴장감을 만들어 더 강렬하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진이 작가가 오랜만에 신작을 내놨다. 그동안 기획전이나 단체전에 간간이 작품을 보였지만 자신의 최근작으로 채운 전시를 연 것은 오랜만이라 ‘복귀전’이란 별칭이 붙었다. 작가는 부산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아트페어와 주요 단체전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로도 꼽힌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소파의 모서리나 구석진 공간을 포착한 화면은 짙푸른 색채가 지배한다. 구김과 주름이 흘러내리듯 부드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도로 차갑다. 반면 주변을 감출 수 없는 투명한 구슬과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풍선 등은 차갑고 서늘하지만 깊어진 작가의 변화가 드러낸다.
이 전시는 어컴퍼니가 내놓은 올해 기획 시리즈 ‘수집된 관심, 해방된 재료’의 첫 번째 순서다. 어컴퍼니는 캔버스를 바탕으로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돌파해 나가는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진행한다.
1부는 매끄러운 화면의 이진이 작가와 캔버스에 물감을 쌓아 올리고 밀어내며 회화 고유의 촉각적 생동감과 날 것의 흔적을 드러낸 전은숙 작가의 작업을 대조적으로 배치했다.
9월 열리는 2부는 점의 노동과 빛의 기록을 다루는 박자현·박상용의 ‘기록의 밀도’, 연말에 열 3부는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미니크 드 비어의 개인전으로 준비한다. 1부 전시는 18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