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실로 수놓은 생동감, 붓질 숨겨둔 긴장감…회화 고정관념 깨다

부산 ‘귀한 작가’ 전시회 2제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7-07 19:15:35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홍석 작가의 ‘Opening and Shutting 77-21’. 조현화랑 제공
- 작고한 단색화 거장 김홍석展
- 다음 달 2일까지 조현화랑서

- 인기 중견 작가 이진이 복귀전
- 어컴퍼니 기획 시리즈에 참여

부산의 ‘귀한’ 작가를 조명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한국 단색화의 중요한 맥락으로 평가받는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이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마련됐고,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은 이진이 작가의 전시가 어컴퍼니(해운대구 중동)에서 진행 중이다.

■김홍석 ‘실의 숨결’

하얀 화면을 사선으로 촘촘하게 채운 가늘지만 힘이 느껴지는 실. 무언가 흘러내리듯, 혹은 무언가를 향해 올라가는 듯, 부드럽고 연약한 화면 위에서 실은 응축된 힘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단색과 실로 만들어진 화면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운동과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는 완결된 형상이 아닌 무엇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잠재적 상태를 드러내는 것 같다.

조현화랑에서 개최한 김홍석(1935~1993) 개인전은 한국 현대미술사와 단색화의 흐름에서 조명받아야 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 전시다. 박서보 김창열 이우환 등과 함께 한국 단색화의 중요한 맥락을 차지하지만 일찍 작고했기에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그의 연작을 소개하며 조명했다.

김홍석 작가는 1970년대 부산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1980년대에는 도쿄 파리 뉴델리 워싱턴DC 등 해외로 범위를 넓혀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전시를 소화했으며, 호암미술관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공공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추상미술, 단색화의 흐름에서 통상적인 회화 재료 대신 실 한지 먹 등을 사용해 단색조 화면을 구성하고 여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물감 대신 바늘을 들고 실을 꿰맨 그의 화면에서 실은 캔버스에 스며들거나 도드라지며 독특한 회화적 실험을 완성하고 새로운 긴장을 형성한다.

전시에는 그의 작업 중 ‘개폐’와 ‘발아’ 연작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화면의 잠재적 상태를 가장 응축된 방식으로 드러낸 ‘개폐’와 한지 실 등을 덧입히고 뜯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며 화면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드러내는 ‘발아’ 연작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의 긴장과 그 안에서 움트는 생성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열린다.

■이진이 ‘결의 온도:숨긴 붓질, 드러낸 흔적’

이진이 작가의 ‘Blue Variations’. 어컴퍼니 제공
매끄럽고 정제된 화면, 차갑고 서늘한 색채, 생생한 촉감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회화.

이진이(57) 작가의 작품은 묘하고, 매력적이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포착한 그의 화면에는 숨겨진 인간의 내면과 의식·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지점이 담겨 있다. 붓질의 흔적을 감춘, 마치 기계로 뒤덮은 듯 매끄럽고 완벽한 화면은 생생하지만 서늘한 시각적 긴장감을 만들어 더 강렬하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진이 작가가 오랜만에 신작을 내놨다. 그동안 기획전이나 단체전에 간간이 작품을 보였지만 자신의 최근작으로 채운 전시를 연 것은 오랜만이라 ‘복귀전’이란 별칭이 붙었다. 작가는 부산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아트페어와 주요 단체전에서 빠지지 않는 작가로도 꼽힌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소파의 모서리나 구석진 공간을 포착한 화면은 짙푸른 색채가 지배한다. 구김과 주름이 흘러내리듯 부드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도로 차갑다. 반면 주변을 감출 수 없는 투명한 구슬과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풍선 등은 차갑고 서늘하지만 깊어진 작가의 변화가 드러낸다.

이 전시는 어컴퍼니가 내놓은 올해 기획 시리즈 ‘수집된 관심, 해방된 재료’의 첫 번째 순서다. 어컴퍼니는 캔버스를 바탕으로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돌파해 나가는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진행한다.

1부는 매끄러운 화면의 이진이 작가와 캔버스에 물감을 쌓아 올리고 밀어내며 회화 고유의 촉각적 생동감과 날 것의 흔적을 드러낸 전은숙 작가의 작업을 대조적으로 배치했다.

9월 열리는 2부는 점의 노동과 빛의 기록을 다루는 박자현·박상용의 ‘기록의 밀도’, 연말에 열 3부는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미니크 드 비어의 개인전으로 준비한다. 1부 전시는 18일까지 진행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9. 9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10. 10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10. 10[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7. 7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8. 8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7. 7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