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곡진 역사 살아온 아버지들
- 아버지는 위대한 문장이다/김종희 지음/사이펀/1만7000원
문화·예술·인문공간 ‘빈빈문화원’을 운영하면서 방송과 도서관 등에서 인기 인문학 강사로, 계간 ‘사이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종희의 산문집. 책 제목에서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 묵직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저자의 가슴에 남은 아버지의 모습은 비단 저자만의 아버지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우리 시대의 어둡고 굴곡진 역사를 살아온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이 책 ‘아버지는 위대한 문장이다’는 현대사와 가족사를 배경으로 현대 한국인의 자화상을 드러내는 고백서이다.
# 노인·노동자들 목소리 담은 詩
- 불투명 인간/피재현 시집/걷는사람/1만2000원
피재현 시인의 신작 시집. 사라진 것의 기억을 담은 ‘우는 시간’, 어머니의 삶을 진혼곡으로 새긴 ‘원더우먼 윤채선’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에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아 온 노인들, 이주 노동자들, 역사의 희생자들, 먼저 떠난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불투명한 존재들이 함께 피워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시 ‘대치’의 전문이다. “약이나 한 달 치 처방해주세요/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처방전이나 써 주세요/ 그냥 두면 다 썩어요 우린 책임 못 집니다/ 일하러 가야 해요 처방전이나 주세요/ 정말 우린 책임 없습니다/ 목발을 짚은 노동자가 진료실 문에 기대서서 의사와 대치 중이다”
#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
-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지음/안상환 옮김/민음사/1만4000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28년 만에 500번을 선보인다. 100권 단위의 이정표마다 ‘춘향전’ ‘홍길동전’ ‘이상 소설 전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 한국 작품을 세계 문학 정전 사이에 배치했다. 500번은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로,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자 한 세계가 소멸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1946년 피퍼 출판사에서 간행되어 그해 뛰어난 독일어 작품으로 선정됐고,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 일제가 한반도에 새긴 군사흔적
- 본토 결전의 흔적들/이완희 지음/선인/2만5000원
태평양전쟁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은 ‘일억총옥쇄’와 ‘전군특공’이라는 구호 아래 총력전을 준비했다. 일본 본토는 물론 식민지 조선과 대만까지 포함한 1억 명의 인구 전체가 전쟁에 투입되는 체제에서, 육·해군 모든 부대가 자살 공격을 감행한다는 극단적 슬로건이자 지침이었다. 한반도 역시 그 결전에 편입되었다. 제주부터 김해 광주 평택까지 한반도 전역이 일제의 거대한 전쟁기지였다. 일제 군사 유적을 추적해 온 이완희 전 KBS PD가 현장 답사와 아카이브 사료 분석으로 한반도에 새겨진 흔적을 밝힌다.
# 1950년대 앵벌이 생존 투쟁기
- 아코디언/천명관 지음/창비/1만8000원
장편소설 ‘고래’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천명관의 장편소설. 10년 기다림 끝에 만난 이번 작품의 무대는 한국전쟁의 흙먼지가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 서울. 전쟁 직후 가냘픈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길거리로 내몰린 앵벌이 아이들의 생존 투쟁기다. 피란길 눈보라 속에서 엄마 손을 놓친 동이는 거리에 남겨진 고아가 된다. 동이가 떠밀려간 곳은 ‘양 목사’가 거느리는 앵벌이 움막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도시는 여전히 전장이었다. 약한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의 숨을 붙들고 벼랑 끝에서 버티는지 집요하고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 수영 초심자들을 위한 입문서
- 수영의 과학/브렛 호크 지음/이민아 옮김/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여름이면 시원한 물놀이가 절로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수영이 최고이다. 수영은 물놀이를 넘어, 모든 근육군을 사용하는 종합 운동이다. 여타 운동들과는 달리 관절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근력과 지구력에 유연성까지 키울 수 있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에 적합한 운동이 된다. 하지만 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 프로그램 없이는 혼자서 터득하기 어려운 스포츠로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수영에 입문하는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이자 수영인을 위한 양질의 훈련 지침서이다.
# 존중과 겸손이 가진 위대한 힘
- 꾸벅꾸벅/사노 요코 글 ·그림/김영순 옮김/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겸손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임금님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꾸벅꾸벅 인사를 한다. 왕비님은 물론이고 두꺼비, 공작새, 꽃, 식탁 위 생선까지. 임금님의 인사는 세상 모든 존재를 향한 존중과 겸손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어느 날 이웃 나라가 쳐들어왔다. 임금님은 명령을 내린다. “언제나처럼 꾸벅꾸벅 싸운다.” 적군의 총알과 대포알은 꾸벅꾸벅 인사하는 임금님의 성탑과 나무들을 스쳐 지나갔다. 세대와 국경을 넘어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노 요코가 1993년 동판화로 작업한 그림책 ‘꾸벅꾸벅’이 복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