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부산현대미술관의 기획전 ‘다원예술-몸, 실험중’에 참여한 정금형 작가의 ‘작업실 겸 수장고’ 전시 전경. 다양한 기계와 부품, 인체 모형을 조립하고 대기 중인 상태를 보여주며 몸과 사물의 관계를 작가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 정금형·후니다 킴·권병준 작가
- 신체에 대한 다각적 질문 던져
- 소장품 기획 ‘수집:결정의방’도
색다른 전시장 풍경이다. 여러 개의 테이블 위에 팔 다리 머리 등 신체 모형과 기계 부품이 널려 있다. 공간 곳곳에는 마네킹, 몸을 움직이는 기구, 바퀴, 나사, 전선, 공구, 작업용 모자 등 생소한 물건이 가득하다. 정금형 작가가 기계와 인체 모형을 결합해 만드는 ‘하이브리드 신체’의 작업실 겸 수장고이다. 차가운 물건과 부품을 펼쳐놓았을 뿐인데 작가가 조립 중인 하이브리드 몸은 언제라도 움직일 것 같이 에너지를 머금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몸’이 되어가는 과정은 새로운 형태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듯하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전시실을 ‘실험실’로 바꿨다. 새롭게 마련한 기획전 ‘다원예술-몸, 실험중’은 정금형, 후니다 킴, 권병준 작가의 각기 다른 시각을 담은 3개의 실험실을 릴레이 형식으로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신체에 대한 다각적인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가장 먼저 공개한 정금형 작가의 ‘작업실 겸 수장고’(4월 30일~7월 19일)는 DIY 로봇의 제작과 유지, 보수 과정을 선보이며 하이브리드 신체를 작업하거나 대기 중인 상태를 보여준다. 연극 무용 애니메이션 등을 전공한 작가는 신체와 사물의 교감을 다루는 데 독보적인 작업으로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선보인 대형 전시에서 그는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고민을 ‘수집’과 ‘퍼포먼스’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실험을 이어받는 후니다 킴의 ‘파인-튜닝 트레이닝 룸’(5월 29일~7월 19일)은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감각 실험 환경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오스트리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인공생명 및 인공지능 부분 특별언급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작가는 ‘환경 인지 장치’를 통해 인간의 지각과 감각이 기술에 의해 매개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시각과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에 공개되는 실험실은 싱어송라이터에서 사운드아트 및 미디어 퍼포먼스로 영역을 확장한 권병준 작가의 ‘로보틱 사운드 워크숍’(6월 19일~7월 19일)이다. 그는 20명이 참여하는 로봇 제작 프로그램을 실제로 보여주며, 인간의 노동과 로봇의 경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새롭게 인식하는 실험실을 펼쳐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전시장에 펼쳐진 실험실은 ‘실험 중’이란 진행형 개념을 바탕으로 관람객이 실험을 목격하고 하나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경험을 선사하며 새로운 예술적 접근을 유도한다. 현대미술관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다원예술 ‘초록전율’이 다양한 매체의 예술을 다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면, 올해는 몸·기계·테크놀로지의 관계 맺기를 통해 몸에 대한 개념과 감각이 확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은 “관람객이 퍼포먼스와 참여, 체험을 통해 ‘포스트 휴먼’의 몸에 대한 인식과 사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은 지하 1층과 2층 전시실에서 ‘수집: 결정의 방’도 함께 선보였다. 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주축으로 미술관이 왜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하는지 알리고자 마련한 기획전이다. 배윤환, 빌 비올라, 하룬 파로키, 왈리드 라드/아틀라스 그룹 등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을 소개하며 이들의 작품이 미술관의 테두리 안에서 공공의 자산으로 남아야 하는 이유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