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영화·방송 40여년 경험 회고
- 부산 문화플랫폼 미래비전 등 강조
 |
| 고인범 영화의전당 대표이사가 6일 부산롯데호텔 사파이어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강연에서 ‘최선을 다하며 준비한 재미난 연극’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진재 프리랜서
|
고인범 영화의전당 대표이사가 국제아카데미 23기 원우를 대상으로 자신의 40여 년 연극 인생과 문화예술 경영 철학을 들려주는 특별 강연을 펼쳤다. 고 대표는 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 41층 사파이어룸에서 ‘최선을 다하며 준비한 재미난 연극’을 주제로 연극무대와 방송, 영화, 그리고 문화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원우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단순한 이력 소개를 넘어 배우로서의 치열한 준비, 무명 시절의 설움,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책임감까지 녹여낸 한편의 인생 수업이었다.
고 대표는 강연 서두에서 “연극은 관객에게 감동과 감흥을 안겨주는 가장 현장성 강한 예술”이라며 “인생 또한 하나의 연극처럼 처음과 중간, 끝을 가진 이야기이고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부산의 기성 극단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수십 편의 연극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길을 닦았고, 이후 방송과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혀 전국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렸다. 대조영, 대왕세종, 각시탈, 용팔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굵직한 작품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남긴 그는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긴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역할이 작다고 대충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큰 기회가 오지 않는다. 단역과 조연 시절에도 대본을 수 백 번 반복해서 읽고 쓰고 완벽히 외우고 난 뒤에야 무대에 올랐다. 특히 전체 무대 동선과 작품 의도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한 에드리브까지 준비했다”며 ‘준비가 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자신의 연기 철학을 강조했다. 2008년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명나라 환관 ‘황엄’ 역할을 맡은 때, 중국어 대사를 완벽히 하려고 하루 17시간 이상 발음을 반복했던 일화를 소개해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사극 촬영장에서 생전 처음 말을 타며 대기한 경험, 눈과 비를 맞으며 반복 촬영한 기억 등은 원우들의 웃음과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당장 오지 않을 때가 있지만, 최선을 다한 시간은 반드시 다음 무대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화려한 배우 생활 뒤에 숨은 무명 시절의 고단함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연 출연료를 받지 못한 채 연습실을 전전하고, 생계를 위해 페인트 배달을 하며 오토바이 한 대로 가족이 함께 이동하던 시절, 아이들 학원비를 걱정하면서도 무대를 포기하지 않은 이야기는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드라마 현장은 힘들고 재미가 없을 때도 많았지만 연극만큼은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준 무대였다”며 “힘든 시절을 견디게 한 것은 결국 무대를 향한 애정이었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배우를 넘어 문화예술 행정가로 변신한 과정도 소개했다. 부산연극협회 회장,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부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을 맡아 지역 공연예술의 저변 확대에 앞장섰고 현재 영화의전당 대표이사로서는 ‘제44회 대한민국연극제 in 부산’ 개최, 복합전시공간 조성, 야외 중심 시민문화축제 확대 등 부산 문화 플랫폼의 외연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하고, 예술가가 되기 전에 책임 있는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며 “연극은 협동심과 창의력, 자신감을 키워주는 예술로 어떤 분야에서도 통하는 삶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 ‘에반 올마이티’의 대사를 인용하며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면 용기를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결국 인생은 준비된 사람에게 무대를 내어준다”고 말했다. 원우들은 “부산 문화예술의 산증인이 들려준 한 편의 인생극을 본 듯했다”며 “최선을 다하는 삶의 가치와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