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궁리와 시도] 사운드 없는 ‘소리 전시회’…눈으로 사투리 들어볼까요

사운드 설치작가 정만영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4-30 19:38:08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낭만시간연구소의 전시 ‘세대의 교차점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만영 작가가 ‘소리를 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 ‘부전시장 소리풍경-산넘고 물건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3일까지 낭만시간연구소 전시
- 후배 김유빈과 ‘세대의 교차점’
- 시각·공간 풀어낸 변주 시발점
- “새로운 도전 긴장감 작업 동력”

“사운드 설치작가가 ‘소리’를 쓰지 않다니…. 새로운 시도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이 작업이 새로운 변주의 시발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뜻깊었습니다.”

작가의 신작 ‘모이고 내리고 다시 모이는’.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부산을 기반으로 ‘사운드 설치작가’의 행보를 꾸준히, 끈기 있게 이어온 정만영(56) 작가가 낭만시간연구소(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참여한 전시 ‘세대의 교차점 프로젝트: 정만영×김유빈(5월 3일까지)’은 중견과 청년, 사투리와 사운드라는 독특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 정만영과 청년 김유빈 작가의 만남이 이색적이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두 사람이 ‘사투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에 풀어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주목할 것은 김유빈 작가는 사투리를 채집해 포장마차 메뉴처럼 펼쳐놓고 들으며 보는 ‘소리의 시각화’를 시도했다면, 사운드 작업에 일가견이 있는 정만영 작가는 ‘소리 없이’ 시각과 공간만으로 보이지 않는 소리를 다뤘다는 점이다. 다양한 지명이 들어간 간판 사진을 모아놓은 ‘부전시장 소리풍경-산넘고 물건너’는 보기만 해도 다양한 지역에서 온 상인과 손님의 사투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한 시장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밀폐된 작은 공간을 부직포로 감싸 외부 소리가 사라지고 의자 하나만 놓인 무음의 공간(‘조용한 시끄러움’)은 외부 소리와 단절된 곳에서 오로지 몸이 내는 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전시장 외벽에 설치된 깔때기 형태의 구조물(‘모이고 내리고 다시 모이는’)은 바깥소리를 오롯이 집중해 들으며 소리를 수집하는 과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는 정만영 작가와 인연이 있는 낭만시간연구소 김민서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전국의 사투리가 모이는 부산, 그중에서도 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어 부전시장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간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녹음기보다 카메라를 더 많이 들었어요. 각자의 고향 이름을 건 다양한 간판만 봐도 사투리가 들리고 시장이란 공간이 상상되는 것 같더군요. 또 도로변에서 골목, 골목에서 집(전시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소음이 줄어들고 단절되는 ‘소리의 레이어’가 느껴져 흥미로웠죠. 그렇게 ‘소리를 내지 말아 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작업이 시작됐어요.”

지역 곳곳을 다니며 소리를 채집하고 그것을 설치 작품으로 드러내는 작업이 익숙한 작가에게 소리를 내지 않는 시도는 모험에 가까웠다.

“공간을 하나의 콘텐츠로 생각하고 원래 있는 소리, 공명하는 소리, 공간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소리를 생각했습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 살다가 골목, 우물가, 무음의 공간으로 들어오면 자신만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고, 또 다른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느끼며 감각이 깨어나고 ‘이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새로운 시도 앞에서 고민이 거듭되며 공간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그런 과정이 ‘이 나이에도 실패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은 느낌이에요. 특히 무음의 공간은 또 다른 변주가 가능할 것 같아요.”

정만영 작가는 부산대에서 조소를, 일본 동경예술대학에서 인터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생소했던 사운드 설치미술가로 활동을 이어왔다.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신초량 아카이브’ ‘서낙토리 프로젝트’ ‘산복도로1번지 사운드포인트’ 등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하며 부산에서 진행한 의미 있는 작업의 중심에 늘 있었다. 여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그는 요즘 ‘부산의 바다 안’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사운드 아트 작업을 하며 외로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날 것이다’ ‘생소하다’는 반응을 무던히 견디며 작업했더니 요즘은 ASMR을 비롯해 ‘사운드’가 현대미술의 중요한 매체로 자리하더군요. 제가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의 매력적인 소리 풍경 덕분인 것 같아요. 흥미로운 사운드 스폿을 계속 찾아다니다 보니 그것이 다양한 사운드 스케이프 CD 발매와 지역 리서치 프로젝트로 연결됐어요. 요즘은 부산의 바닷속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직접 바다에 들어가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관련 자격증도 준비하고 수중 마이크도 직접 만들어봤어요. 일상에서 잘 듣지 못하는 소리를 찾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거기서 오는 긴장감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3. 3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4. 4‘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5. 5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6. 6[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7. 7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8. 8‘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5. 5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6. 6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8. 8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9. 9조국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에 사법개혁 적기 놓쳐”
  10. 10[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3. 3[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4. 4‘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9. 9‘가상자산 과세’ 또 유예될 듯…당정 거쳐 결론 전망
  10. 10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7. 7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