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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결혼 뒤 행복했을까…현대미술로 다시 읽는 옛이야기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4-02 19:20:3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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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뿔소와 유니콘’ 7월 19일까지
- 국내외 작가 회화·영상 등 재해석
- 유명인 낭독 영상 등 이색체험
- 미술관 옥상 레스토랑 9일 오픈

“그들은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코뿔소와 유니콘’에 전시된 작품들. 발린트 자코 작가의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벽화 ‘그 꽃을 따도 될까’.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동심을 지켜주는 완벽한 해피엔딩. 하지만 과연 현실에서, 현재에도 그 결말은 그대로일까.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인어공주가 거품이 되어 사라진 결말은 아름다운 사랑일까.

이정윤 작가가 ‘바리데기’를 재해석해 넥타이를 엮어 만든 ‘실크로드’.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 ‘코뿔소와 유니콘’은 ‘이야기의 결말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선과 악, 권선징악이 분명한 옛이야기를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재해석하며,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는 시도를 한다. 상상 속 유니콘과 현실의 코뿔소가 다르듯, 고난 끝에 해피엔딩을 맞는 이야기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예술로 풀어냈다.

전시에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유럽권 작가 7명(팀)이 회화 드로잉 영상 인터랙티브아트 등의 작품 80점을 펼쳐 놓았다. 이정윤, 창작공동체A, 추미림, 아야카 후카노, 발린트 자코, 주마디, 마고즈 등은 각각 선택한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내놓고 그 과정을 다시 책으로 엮어냈다. 옛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보고 듣고 읽고 느끼는,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전시다.

이정윤 작가는 ‘바리공주’를 바탕에 둔 회화 천 공기조형 등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씨앗에 비유한 바리공주가 아버지를 위해 떠난 고난의 여정은 수십 개의 넥타이를 엮어 만든 실크로드로 표현됐다. 또 바리공주를 지키는 새로운 캐릭터 무니가 더해져 버려짐과 돌봄, 성장의 과정이 펼쳐진다.

창작공동체A의 ‘토끼전’은 15명의 작가가 각각 이야기 속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높은 계단에 품위 있게 앉아 있지만 실은 치유를 갈구하는 용왕의 ‘카리스마’, 폭퐁우를 뚫고 육지로 향하는 거북이를 상상한 ‘내가 간다’, 바닷속도 현실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점의 ‘자식이 먼저다’ 등은 이야기와 현실을 재치 있게 비틀며 원천 서사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추미림 작가의 ‘헨젤과 그레텔’은 현실과 매우 닿아 있다. 길을 잃지 않으려 뿌린 헨젤과 그레텔의 빵 부스러기는 디지털 시대의 파편이자 흔적인 쿠키와 캐시로 바뀌었고, 과자로 만든 집은 명령코드와 전선이 쌓인 집이 됐다. 작가는 디지털 기기에 얽매여 사는 오늘의 현실을 흐르지 않는 전류, 디지털 파편, 명령어로 쉽게 만든 게임 등으로 은유한다.

생소한 옛이야기를 전시장으로 끌어온 해외 작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아야카 후카노 작가는 일본의 설화 ‘일촌법사’를 짧은 질문을 담은 16개의 장면으로 표현해 인상적인 일러스트 작품을 내놓았다. 발린트 자코 작가는 헝가리의 민담 ‘봉선화’를 바탕으로 벽화와 다양한 패널을 설치해 관람객이 직접 꽃을 해체하고 이을 수 있도록 하며 ‘꽃을 꺾지 말라’는 원작을 비튼다. 마고즈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시공간의 왜곡을 이미지의 리듬으로 구성한 영상 작품을, 주마디 작가는 동남아시아의 대서사시 ‘라마나야’를 회화·설치·문장으로 다시 선보였다.

전시와 연계된 흥미로운 지점도 많다. 구전으로 전해진 옛이야기의 매력을 살리고자 작가별로 유명인(배우 김재욱·카사마츠 쇼, 가수 브로컬리너마저, 국악인 안정아, 싱어송라이터 씨씨킴 등)이 참여한 낭독 영상 콘텐츠를 마련했고, 작품들을 은밀히 잇는 이스터에그(책 그림 게임 등에 숨겨진 장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씨앗’과 협력한 상영 프로그램과 작가와 관람객을 잇는 다채로운 워크숍도 전시 기간 내내 운영한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부산현대미술관이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만든 미술관 옥상 레스토랑 ‘리프(LYFF) 부산’이 오는 9일 문을 연다. 레스토랑 운영은 공개 입찰을 통해 부산 영도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 아르프가 맡았으며, 을숙도 자연과 어울리는 ‘잎 요리’를 콘셉트로 100% 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연잎밥 파스타 리소토 등을 판매한다. 레스토랑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네이버 캐치테이블 등으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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