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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시피] 국악의 레퍼토리화…진입 장벽 낮춘 춤사위…부산 공연예술 ‘가능성’을 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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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부산국악원 ‘대청여관 2’
- 탁월한 연출·기량에 전석 매진
- BWC, 다채로운 춤 한 무대에
- 현대무용가 손영일 창작 공연
- 인간 내면 파고든 묵직한 몸짓

공연예술 작품은 볼 땐 금방 지나가지만, ‘완성’하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몇 달은 기본이다. 엄청난 반복과 연습이라는 과정도 통과해야 한다. 결실을 떠올리는 연말은 공연예술 현장과 어울린다.
지난 19~21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펼쳐진 ‘대청여관Ⅱ’ 공연 장면이다. 6·25 전쟁 통에 전국 국악인이 부산으로 피란 와서 부산 사람들과 만나는 모습이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지난 17일 손영일 무용단의 춤 공연 ‘종말인가 진화인가’(총연출·안무 손영일), 18일 국립부산국악원 2025 우수 레퍼토리 국악극 ‘대청여관 Ⅱ’(연출 남권아), 20일 부산여자대학교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Ⅷ ‘춤 - 동무동락(同舞同樂·예술감독 김해성)을 관람했다. 세 공연 모두 객석이 꽉 찼다. 개성과 기운이 강했던 세 공연에서 각각 희망의 근거를 건질 수 있었다.

■다시, 매력 증명! 대청여관Ⅱ

‘대청여관Ⅱ’는 국립부산국악원이 우수 레퍼토리 재공연(1차 공연은 2016~2019년) 작품으로 택했다. 지난 19·20·21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276석)에서 5회 공연했는데 전회 매진됐다. 6·25 전쟁 통에 부산으로 피란 온 많은 국악인이 부산 중구 대청여관에 모여들어 소동 애환 사랑 이별 절망 희망을 국악 가락에 얹어 소극장에서 밀도 높게 펼쳐 보인다. 출연진은 국립부산국악원 단원들이다. 작품은 관객을 깊이 빨아들였고, 열광하게 했다. 눈물 훔치는 관객이 꽤 있었다.

출연진의 음악 기량이 워낙 좋았다. 그 바탕 위에 부산에서 듣던 국악과는 또 다른 맛을 내는 경기민요·정가, 그리고 창작곡 ‘그날이 오면’(심훈 시, 차민영 작곡) 등이 어우러졌다. 에너지를 응축하고 폭발시키는 데 능숙한 연출가 겸 배우 남권아의 연출은 대중성 코드까지 꽉 쥐고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국립부산국악원 이정엽 원장은 “내년 하반기우수 레퍼토리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레퍼토리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함께 가는 힘! 춤-동무동락

현대무용가 손영일(위쪽)과 서덕구 안무 ‘당클매다’ 한 장면. BWC 댄스컴퍼니 제공
‘춤 - 동무동락’은 민간 영역에서 시도하는 이토록 다채롭고, 진입 장벽 낮은 춤 페스티벌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줬다. ‘2025 지역사회 공연예술 공헌사업 - 부산여자대학교 BWC 댄스컴퍼니 사제동행 프로젝트’ 제8회 공연이다. 공연장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BWC 댄스컴퍼니는 부산여자대학교 아동예술무용과 졸업생 재학생 교수진으로 이뤄졌다. 한국춤·현대무용·스트리트댄스·발레·벨리댄스·탭댄스 등 다채로운 춤을 한자리에서 보며 환호하고 손뼉 친 무대였다.

출연진 가족 친지부터 예술계 교육계 지역사회까지 다채로운 관객이 ‘춤의 매력은 이렇구나’하고 느끼게 한 흔치 않은 자리였다. 에너지도 강렬했다. 젊음의 힘을 선명히 드러낸 스트리트댄스·현대무용·탭댄스·벨리댄스는 관객에게 더 잘 먹혔다. 스트리트댄스 영역에서 존재감이 큰 서덕구가 안무한 ‘당클매다’는 제주도 굿을 끌어들인 주목할 만한 창작춤이었다. 서덕구와 현대무용가 손영일이 보여준 2인무는 명품이었다.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시도는 여전히 중요하다.

■압도했다! 손영일

연말 춤 공연 현장에서 존재감이 컸던 개인을 꼽자면, 우선 현대무용가 손영일이 앞자리에 온다. 손영일 무용단은 창작춤 ‘종말인가 진화인가’를 지난 1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 올렸다. 안무가로서 손영일은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 들이받는다. 유머 재치 농담 짜증 같은 양념 성격의 코드도 별로 안 쓴다. 이 안무가는 좀체 에둘러가지 않는다. ‘진화인가 종말인가’ 또한 개인 내면을 향해 미세하게 파고드는 방향 대신, 사회에 대두한 묵직한 주제를 택했다.

이런 접근법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춤꾼으로서 손영일이 작품을 끌고 가는 힘은 누가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춤을 추고 짜는 데서 나오는 듯하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여러 요소와 여러 무용수 사이에서 앙상블을 형성하는 힘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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