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참듯 살아가는 청년삶 담은 ‘흡!’
- 26~28일 용천소극장서 4차례 공연

부산의 한 소극장 무대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 관객을 만난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의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제작된 창작 연극 ‘흡!’. 화려한 무대 장치나 극적인 반전을 앞세우기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의 일상과 선택의 순간을 차분히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북구 청년 복합문화 창작공간 SPACE 119 입주 작가 김영화(29)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영화 작가가 극단에서 개인 연기연습을 하고 있다. 작가 제공

김 작가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희곡작가이자 배우다.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수학하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배우로도 활동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청소년 극단 ‘눈동자’에서 처음 연극을 접한 뒤 2021년에는 극단 ‘옆집우주’를 만들었고, 1인 출판사 ‘희곡시대 사랑’을 설립하기도 한 다재다능한 청년 작가다. 지난해 말부터는 부산의 극단 ‘동녘’에서 시즌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극은 언제나 일상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일상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선택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시간, 작고 사소해 보이는 감정들이 그의 작품에서는 하나의 서사가 된다. 이런 서사가 깔려있는 연극 ‘흡!’은 명확한 결론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바다를 향한 갈망, 하늘에서 떨어진 돌멩이(운석), 어항 속 금붕어 같은 상징적 장치들이 무대 위를 오간다. 이 장치들은 인물의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관객 각자의 해석을 기다린다.

공연 포스터.

그러나 김 작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 결코 아무것도 아닌 상태는 아니다”고 말한다. 작품 속 금붕어는 평생 자신이 금붕어인 줄 알고 살아오다, 어느 날 바다로 나가야 할 물고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 바다로 가는 걸 선택한다. 또 다른 상징은 집에 떨어진 ‘운석’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돌멩이 하나가 집에 박히면서, 이미 좁았던 공간은 더 줄어들지만 그는 공간을 떠나지 않고, 운석이 박힌 집에서 살아내기로 결정한다. 월세를 4분의 1로 줄여가며 버티는 삶이다. 요즘 시대 청년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난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나랑 비슷한 사람 많네’라고 느낄 것 같아요. 특히 제 또래 청년들은 많이 공감할 거라 생각해요. 완벽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김 작가는 부산에서 작가로, 배우로, 출판사 대표로 계속 활동을 이어 가는 게 목표다. 주변 동료들이 수도권으로, 서울로 하나둘씩 떠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부산에서 승부를 보고 싶은 그다. 누군가는 이 도시의 이야기를 계속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극 ‘흡’은 오는 26일(금) 오후 7시 30분, 27일(토) 오후 3시·7시, 28일(일) 오후 4시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부산 용천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자세한 공연 정보와 예매 방법은 QR코드를 찍으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