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검은 점이 겹치고 쌓여 깊이가 느껴지는 찻잔. 서로 다른 흙이 겹겹이 맞물리며 억겁을 담아낸 듯한 찻잔.

안성모 작가의 백자 연리문 다완. 아리안 갤러리 제공

안성모 작가가 빚은 두 다완(찻잔)의 문양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시간과 깊이를 담은, 신비로우면서 깊은 울림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오랜 세월 천목(天目) 도자기에 천착해 명인으로 인정받은 작가가 새로운 도자 예술을 선보이며 한층 깊어진 예술 경지를 보여준다.

현공 안성모 작가의 개인전 ‘불과 흙의 이야기’가 아리안 갤러리(www.ariangallery.com·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서 마련됐다. 이번 개인전은 오랫동안 천목 도자기(중국 송대에서 비롯된 고화도 철유 도자기)를 만든 작가가 최근 새롭게 시도한 연리문(練理文) 도자기(색이 다른 점토를 배치하고 섞어 문양을 만드는 방법)를 선보이는 자리다.

안성모 작가는 부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1980년 도예에 입문해 천목 도자기 작품을 주로 내놓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소화했다. 그는 2017년 한국예술문화명인 도자기 부문에 선정되며 ‘도자기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동안 그는 도자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데 집중했다. 천목 도자기는 불의 온도와 유약의 흐름, 시간의 길이에 따라 결과물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인위적인 조작보다 긴 시간 재료의 변화를 응시하며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깨닫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얻어낸, 농밀하게 스며든 유약의 흐름 속에서 피어난 미묘한 문양과 깊은 색조는 진한 울림을 전하기 충분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연리문 도자기는 ‘조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흙이 겹겹이 맞물리며 빚어내는 변화 속에서 흙의 본성과 인간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조화의 미, 나아가 관계의 예술을 펼쳐낸다. 이를 통해 ‘흙의 예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속에 담긴 예술의 깊이를 사유하게 한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