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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3> 부산 파인 다이닝 (Fine Dining)

‘부산 향기’ 진한 깡통시장 옆 파인 다이닝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11-04 18:53:0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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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미쉐린 가이드 등재 ‘셰프 곤’ 지중해식 부산요리
- 전통주 도가 ‘40계단 발효소’ 술과 페어링한 코스 일품

‘파인 다이닝(Fine Dining)’. 근래 미식(美食)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음식도 인류가 누리는 문화이자 미각으로 배우는 인문학, 또는 문화인류학이라는 개념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단순히 ‘먹는 행복’ ‘대접받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도 적지 않을 터이다.
채끝 스테이크(왼쪽), 새우구이.
파인 다이닝은 일반적으로 ‘좋은 식사’라는 뜻이다. ‘Fine(좋은, 고급진)’과 ‘Dining(식사)’이 합쳐진 말로, 세련된 분위기를 갖춘 레스토랑에서 최상급의 식재료와 음식, 완벽한 서비스 속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코스 메뉴로 구성된 정찬 식사를 뜻한다.

셰프가 세심하게 구성한 코스 메뉴와 음식 설명을 곁들인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긴 시간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는데, 양식뿐만 아니라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요리에 모두 적용된다. 이때 각각의 음식에 잘 어울리는 주류를 함께 권하는 ‘페어링(Pairing) 서비스’도 포함된다.

최근 우리 부산에서도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많아졌다. 그만큼 부산이 미식도시의 과정을 걷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중 독특한 관점으로 음식을 구현하는 곳이 있어 관심을 두고 있다.

■자갈치 옆에 자리잡은 파인 다이닝

위 사진부터 문어구이, 한치국수, 광어회.
‘셰프 곤’과 ‘사십계단 발효소’. 한 곳은 2024년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고, 한 곳은 한국 전통주 도가이다. ‘셰프 곤’은 해산물 중심의 유럽식 식단을 코스요리로 선보이는데, 거의 제철, 당일 유통되는 식재료 중 부산 경남의 해산물을 중심으로 조리한다.

‘40계단 발효소’는 부산 최초로 유일하게 부산의 쌀, 부산의 누룩 등 부산의 발효 재료들로 술을 빚는다. 이들은 모두 ‘부산에 소재’하면서 ‘부산의 식재료’들을 이용해 제대로 된 ‘부산의 음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셰프 곤’은 부산 원도심의 대표 전통시장인 부평깡통시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부평시장은 1910년 개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시장이다. ‘셰프 곤’이 부산의 재래시장인 이 부평시장 골목에 입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주로 도심 번화가나 유명 관광지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셰프 곤’은 입지 조건이 무난하다고는 할 수가 없겠다. 그런데 ‘왜 굳이?’ 라는 생각이 들자 ‘셰프 곤’ 신영곤 오너 셰프가 명쾌하게 답을 한다.

위 사진부터 순무 은대구, 매집찜, 바위굴.
“자갈치시장이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갈치시장은 대한민국 최대의 수산시장이고 부산을 대표하는 수산물이 이합집산하는 곳이다. ‘역동성과 다양성’이라는 부산의 정체성을 지닌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신 셰프는 자기 음식에서 부산과 부산의 정서를 구현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바로 ‘부산 파인 다이닝’을 말한다.

파인 다이닝에 있어서 주요한 요건이나 절차 중 하나가 페어링이다. 페어링은 술과 음식의 조합을 통해 최적의 맛을 제공하고 미각의 경험을 넓혀준다. 술로 인해 음식의 맛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음식의 정체성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한다.

신 셰프는 부산의 식재료와 부산의 음식문화가 깃든 부산의 음식에는 부산이 담긴 술과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부산 파인 다이닝의 완성은 부산의 발효 재료로, 부산의 특성을 담아내는, 부산의 술로 페어링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40계단 발효소’와 부산 술을 만들기 위해 협업을 해, 강서구 ‘황금예찬 쌀’과 금정산성의 ‘유가네 누룩’을 이용해 술을 빚는다. “한 병에 부산을 담는다”는 것이 이 술의 목표. 이렇게 하여 부산 유일의 ‘메이드 인 부산 약주’는 개발이 된다.

■부산의 맛을 담은 지중해식 요리

부산의 파인 다이닝 ‘셰프 곤’의 신영곤 오너 셰프.
자, 이제 풀 코스 요리가 한 틈씩 두고 식탁에 오른다. 우선 식전주로 40계단 발효소의 약주를 한 모금 마신다. 약간 매운 듯 묵직하고 거칠기도 하다. 그러나 잡내가 없고 깔끔하다. 입안을 음식을 받아들일 최적의 조건으로 세팅해 준다.

본격적인 코스요리가 빈틈없이 차려진다. 생땅콩 소스를 올린 가을 꽃게 샐러드부터 된장소스와 붉은 후추를 곁들인 새우구이, 취나물 소스에 국수처럼 채 썬 한치, 세비체 풍의 광어회 샐러드, 순무 수프에 얹은 은대구 살, 20년산 바위굴, 훈연한 채끝 스테이크, 가사리와 검은 보리밥 고명을 올린 문어구이, 부산의 향토 해산물 나물 찜인 매집찜… .

마치 부산의 바다가 일렁이듯이, 낙동강의 물길이 이어지듯이, 음식의 연결이 물 흐르듯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강렬한 맛의 거친 파도가 철썩이다가 달콤하고 온화한 풍미의 바람이 내내 불어오고…. 이렇듯 부산의 사계절이 식탁에서 한데 펼쳐져 풍성하다.

그리고 음식의 면면을 보면 유럽 지중해식 요리를 연상시키는데 모두 맛이 익숙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요리의 간과 향신료의 친숙함이 모두 낯익다. 그도 그럴 것이 요리의 주제를 정하는 소스가 제각각 부산을 닮았다.

셰프 곤 코스요리와 페어링한 ‘40계단 발효소’의 약주.
우선 부산 경남에서 나는 방풍나물 취나물 깻잎 고추 등의 향채나 향신료들로 그윽한 향과 색감을 내고, 우리 전통의 간장이나 된장 등 장류로 간을 맞추고, 가사리 해초나 볶은 우엉, 꽁보리밥 등의 고명으로 식감과 풍미를 발현하는 것이다.

신 셰프는 이를 두고 ‘저의 요리는 부산의 음식을 재현하는 것이면서, 어머니의 음식을 오마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느 요리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신 셰프 요리의 뿌리는 어머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지어 주시던 밥과 다양한 반찬들. 그 맛과 정성의 기억들이 아직 그의 몸과 마음, 요리하는 손에서 오롯하다. “저의 요리의 원천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음식이 그리워 요리사가 되었고, 요리하는 내내 어머니의 손길을 따라갑니다.”

그의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그에게로 이어지면서 고향의 음식으로 재현된다. 어머니의 고향은 밀양. 그는 부산을 고향 삼아 살아왔기에, 그에게 음식의 고향은 부산과 경남이다. 그래서 신 셰프의 음식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그의 음식에서 부산 경남 지역의 정서가 보인다. 경상도의 기질과 맛깔과 음식문화가 어우러지는 것이다.

‘40계단 발효소’ 조부영 대표 또한 어릴 적 할머니가 조리해 준 음식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지금의 조 대표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북 피난민으로 부산에 정착해 부산 사람이 된, 부산의 대표적인 이주 정착민이었던 것.

그러다 보니 우리 부산의 정체성과 맞아떨어진다. 부산은 팔도의 음식문화가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의해 융화하고 독창적으로 재창조되어 현재에 이르는 곳이다. 개방성 수용성 다양성, 그리고 독창성이라는 부산의 정체성이 가장 잘 발현된 것이 부산의 음식문화이다. 이런 바탕이 조 대표의 ‘부산의 술’을 빚는 작업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부산 식재료와 부산 음식, 부산 술을 바탕으로 펼치는 ‘부산식 파인 다이닝’의 구현. 이것이 ‘셰프 곤’ 신영곤 오너 셰프와 ‘40계단 발효소’ 조부영 대표의 옹골진 꿈이다. 이들을 만나는 내내 명실상부한 부산의 파인 다이닝을 꿈꾸는 자들의 결기가 읽혀 참으로 흔쾌하고도 기꺼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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