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반기 나눠 새 문화체험 제공
- 민락 야외 리딩존서 3516명 독서
- 다대포선 강연·행사 146회 열려
- “날씨 변수 대응안 마련” 목소리도
2025년 부산 문화 현장에서 ‘부산바다도서관’(국제신문 지난 6월 9일 자 1면 등 보도)은 존재감이 단연 선명했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함께 올해 처음 부산에서 시도한 대규모 ‘야외도서관’ 프로그램이 부산바다도서관이다. 야외에서 단기간 펼치는 도서전·북페어를 넘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꽤 오랜 기간 이어가며 다채로운 책과 독서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결합했다. 이를 통해 단지 ‘야외에서 독서한다’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책과 바다(야외)를 매개로 완연히 새로운 문화 체험을 제공했다. 이제껏 접하지 못한 가능성을 펼쳐 보인 셈이다. 지난달 19일 상반기와 하반기 그리고 중간 팝업 행사 등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2025 부산바다도서관을 결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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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 차린 부산바다도서관 리딩존에서 시민이 책을 읽는 모습. 부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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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욕구 확인, 부산 바다 활용
애초 ‘야외에서 책 읽는 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부산바다도서관이 참고했다고 밝힌 서울의 야외도서관 행사 등을 통해 이런 걱정은 사전에 어느 정도 제거됐다. 야외도서관 자체의 기획 의도가 ‘야외라는 장소에서 책 읽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두 요소를 활용하되, 함께하는 새롭고 재미있는 인문·문화 체험의 장을 창출하고 확장하자는 뜻이 담겼다. 책과 독서가 놀이·강연·장터·취미활동 등과 만나서 생활 속에 더 깊이 들어올 수 있게 하자는 ‘축제’ 성격이 분명하다.
게다가 상반기 행사장인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과 하반기 행사장인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솔숲에서 직접 책 읽는 체험을 해본 결과, 야외 공간은 예상보다 책 읽기에 좋았다. 쾌적도·집중도가 높았고, 눈치 안 보고 여러 사람이 모여 마음 놓고 독서하다가 강연 듣고 요가·명상도 하며 반려동물과도 함께하는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7월 6일 주말마다 6회에 걸쳐 열린 행사 때 민락수변공원에 마련한 책 읽는 야외공간인 리딩존에서 3516명이 독서 체험을 했다. 강연 등 10개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원은 713명, 행사장을 ‘방문’한 사람은 총 5만 여명으로 나왔다.
지난 9월 20일~10월 19일 주말마다, 모두 10회 진행한 하반기 다대포 행사장 방문 총인원은 사하구 시설관리사업소 계수 데이터를 참고해 추산했는데 19만여 명으로 나왔다. 이는 해당 기간 2025바다미술제가 겹친 데다 원래 다대포 해변이 인근 주민이 많이 찾는 곳이고 가을철 행사도 잦았던 점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다대포에서는 강연·행사·이벤트·장터 등이 146회 이뤄졌고, 부산시·부산비엔날레·부산국제영화제·국립부산과학관 등과 연계한 협업이 11건 펼쳐졌다.
자료와 현장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수치 그 자체보다는 시민 내면에 잠재해 있던, 책·독서와 연결된 문화·여가 활동 욕구를 끄집어내 이들이 야외에 모이도록 집약 효과를 냈고, 그 과정에서 바다라는 부산의 자연 자원을 활용한 점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무작위로 참여 시민을 만나 의견을 물었을 때 절대다수가 ‘평소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바다도서관이 차려지니 만족한다’ ‘친구·가족과 함께 왔다’고 답했다. 잠재해 있던 욕구를 끌어낸 것이다. 재단 측이 현장에서 시행한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는 ‘매우 만족 75%, 만족 22%’, 내년에도 하기 바란다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 86%, 그렇다 12%’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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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진행한 독서 행사 장면. 부산문화재단 제공 |
■평가·보완 거쳐야… 내년 행사도 준비
지난달 23일 2025 부산바다도서관에 시민 서포터즈 일원으로 참여한 박서희(오픈아츠 스페이스 머지 큐레이터) 씨, 프로그램 기획에 동참한 베이트리북클럽 장재근 대표, 실무를 맡은 김예인 부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경남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지 3년을 갓 넘겼다는 박서희 씨는 “부산 바다라는 자원을 잘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을 매개로 한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는데, 관심사가 비슷한 덕분인지 금세 친밀해졌다. 부산의 독서 관련 단체를 많이 알게 되고 연결된 점도 수확”이라고 말했다.
장재근 대표는 “휴대전화를 50분가량 꺼두고 모여서 책에 몰입하는 ‘스위치 오프’ 프로그램을 기획해 몇 차례 진행했는데, 목표로 했던 실제 참여 인원 100명을 돌파하는 등 열기를 직접 확인한 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콘텐츠·영상이 엄청나게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는 결국, 실제로 책을 읽어 지식·정보·예술을 얻고 토론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런 흐름에 시민이 올라타게 돕는 시책으로서 바다도서관은 나름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예인 팀장은 “보람이 크다. 예행 연습이나 파일럿 프로그램 없이 바로 바다도서관을 기획·진행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종합 평가를 거쳐 향후 행사를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행사 때 현장에 나온 박형준 부산시장은 “시민 호응이 높고 책과 독서라는 콘텐츠의 잠재력이 큰 만큼 평가를 거쳐 이 행사를 이어가면서 확산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 특성상 날씨에 매우 민감했다.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대안 마련 또는 매뉴얼 보완이라는 과제가 제기됐다. 알맞은 행사 횟수나 규모에 관한 판단, 지역 문화계 참여 확대 등도 필요해 보였다. 배은희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장은 “바다도서관이라는 시도를 환영한다”면서도 “부산 문화예술계와 협업을 늘리는 등 지역문화 발전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