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모순과 갈등 개성있게 담아
- 관계에 지친 이들 위한 감동선물
- 카린갤러리 다음 달 30일까지

“어휴, ○○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유은석 작가의 ‘싸인볼-spring’(왼쪽), 순이지 작가의 ‘나 vs 세상’. 카린갤러리 제공

사회생활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일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충돌, 사회의 모순까지 ‘대인관계’는 사람 사이 갈등의 중요 요인이 된다. 이럴 때 이런 관계를 ‘뻥’하고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카린갤러리(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의 기획전 ‘KICK(킥)’은 관계 갈등과 이에 따른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전시다.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젊은 작가 강목 순이지 유은석 잭슨심, 4명의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을 모아 소개하며 사회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4명의 작가 모두 친근한 캐릭터와 익숙한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짠하게,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강목 작가의 ‘파르페’. 카린갤러리 제공

강목 작가는 ‘동그리’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그것이 연결되어 이어지는 관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동글동글한 동그리들은 각각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구불구불 연결되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각기 다른 동그리들이 서로 연결된 모습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면서, 나아가 관계 속에 존재하는 따스한 감정을 친근하게 전달한다.

유은석 작가는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공을 이미지로 변형해 관계를 탐구한다. 축구공 농구공 골프공 야구공 등 갖가지 스포츠 종목에 사용하는 공이 쌓이고 변형되어 귀여운 토끼와 고양이, 화분 등의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이렇게 축적된 공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여겨지는 스포츠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며 그 속에도 즐거움과 행복이 있음을 은유한다. 쨍한 컬러의 공들이 만들어낸 친근하고 귀여운 작품들은 스포츠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다.

잭슨심 작가의 ‘ASTROBOY MASTERPIECE 19_ 100F’. 카린갤러리 제공

잭슨심 작가는 대중문화로 익숙한 캐릭터와 상징을 결합해 역설적인 조화를 만들어낸다. 곰돌이 푸, 신데렐라, 뽀빠이, 찰리 브라운 등의 캐릭터는 작가의 의도와 변형이 더해지면서 순수와 욕망, 동경과 현실이 충돌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여전히 밝은 기운이 가득해 우리를 동심 가득한 시절로 소환하며 현대사회에서 순수와 현실의 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이지 작가는 일상의 사물과 인물을 재해석해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는 자본주의 권력 계급 종교 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익숙한 이미지와 만화 등을 비틀고 뒤집는 블랙코미디와 같다. 부조리한 현실을 생생하게 포착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웃음을 주면서 여운을 남긴다. 가판대에 오밀조밀 걸려 있는 작품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동시에 무심히 지나친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 작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관람객에게 ‘킥’을 선사한다. 사회적 갈등과 억압을 박차고 나가는 ‘킥’과 작은 웃음을 주며 억눌린 관계 속에 자극을 주는 ‘킥’까지. 관계로 인해 지치고 좌절한 이들에게 환기의 감정을 주는 ‘킥’이기도 하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