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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1> 아까모찌·눈볼대·아카무츠

엄마가 늘 구워주신 그 빨간고기, 日선 ‘빨간보석’ 불리는 고급어종

  • 최원준 시인·음식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9-30 18:40:4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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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경남선 아까모찌·빨간고기
- 눈볼대란 이름 나중에야 알려져
- 큰 생선은 한때 전량 일본 수출
- 작은생선은 서민밥상 오래 올라

- 영도·서구 등 눈볼대 식당 많아
- 회 물회 맑은국 등 다양한 음식

- 일본선 아카무츠, 사랑받는 생선
- 화로구이 솥밥 조림 등으로 요리

어릴 적 어머니는 붉고 작은 바닷물고기를 싸게 사서 곧잘 구워주시곤 했다. 집이 부산 영도인지라 영도다리 건너 자갈치시장에서 자주 장을 보셨는데, 이때면 당시 싸고 허튼 생선이었던 고등어, 갈치 등이나 애들 손바닥만큼 작고 붉은 이 물고기를 더러 사 오셨다.
눈볼대로 만든 물회. 붉고 작은 물고기로 맛이 좋고 요리법도 다양해 고급 어종으로 꼽힌다.
당시 어머니는 이 물고기를 ‘아까모찌’라 불렀다. 이름이야 어떻든 이놈을 프라이팬에 올려 구우면 그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넘어 온 골목으로 퍼져나갔다. 자글자글 생선 굽는 소리에 우리 세 남매는 바야흐로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구운 아까모찌는 우리들 밥 위에 한 마리씩 공평하게 오르고, 짭조름하면서도 질릴 듯이 고소한 이놈을, 우리는 젓가락으로 잘 발라 허겁지겁~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밥 한 그릇씩을 뚝딱 해치웠다.

당시에 어머니께서 맛있게 구워주셨던 이 아까모찌의 학명이 ‘눈볼대’임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오래도록 눈볼대가 ‘아까모찌’ ‘아까무스’ ‘빨간 고기’ 등으로 불렸기에 그렇다.

■‘바다의 버터’라 불리는 최고의 맛

눈볼대회와 섞어서 장만한 선어 모듬회.
눈볼대. 농어목 반딧불게르치과의 바다 생선. 몸에 비해 눈이 크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시쳇말로 ‘얼굴의 반이 눈’일 정도이다. 지역에 따라서 ‘눈뽈대’ ‘눈뽈다구’ ‘눈퉁이’ ‘금태’ 등으로도 불리고, 제주도에서는 ‘조기처럼 맛있는 붉은 생선’이라는 뜻으로 ‘붉조기’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에겐 오랜 기간 널리 사랑받아 온 생선이기도 하다.

눈볼대는 전체적으로 연한 붉은색 몸빛을 띠고 있는데, 등 쪽은 붉은색, 배 쪽은 은백색, 지느러미는 진홍색을 띠며, 크고 둥근 눈을 가지고 있다. 평균 몸길이 30여㎝의 중형 어종으로 암놈이 수놈보다 더 크다. 왜냐하면 3~4년 자란 수컷 눈볼대는 번식을 위해 서서히 암컷으로 성전환하는데, 5년~10년 사이에 모두 암컷이 되어 산란·번식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큰 암놈은 40㎝에 이르기도 한다.

눈볼대는 우리나라 부산을 비롯해 동해 남부의 대한해협, 동해 6광구에서 일본 대마도 부근 공해까지 수심 100m 이상의 심해에서 서식한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가 제철로, 특히 본격적인 겨울철에 지방층이 풍부해 ‘바다의 버터’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의 맛을 낸다.

다 큰 눈볼대는 그 크기가 30~40㎝에 이르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10~15㎝의 작은 놈만 식재료로 활용한 시절이 있었다. 크고 좋은 놈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다. 원래 눈볼대는 눈볼대회, 눈볼대구이, 눈볼대 조림, 눈볼대 맑은국 등 여러 요리에 활용되는데, 서민들은 이 작은 눈볼대로 튀기듯이 구워 반찬을 하거나 한 끼 물회 재료 등으로 소용했던 것이다.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과 충무동 교차로 부근에는 선어회를 파는 오래된 선어회 노포 식당이 여럿 산재해 있다. 이들 식당에는 계절에 따라 대형 어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선을 냉장 숙성해 제공하는데, 복불복~! 재수가 좋으면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비롯해 다금바리 민어 홍어 노랑가오리 대형 참돔과 농어 삼치 등도 먹을 수 있다.

그중 제일 귀히 내놓는 것이 눈볼대회로, 아주 가끔 볼 수 있는 40㎝ 육박하는 놈으로 깍둑깍둑 회를 썰어 장만한다. 깍뚝하게 썬 회 한 점은 촉촉한 ‘어즙(魚汁)’을 제대로 품고 있기에 ‘참치 뱃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격조 높은 회 맛을 제공한다. 끝없이 부드럽고도 고소함, 그윽한 감칠맛이 끝 갈 데 없이 입안을 희롱하는 것이다.

쌓여 있는 눈볼대 모습.
눈볼대는 물회로도 아주 좋은 식재료이다. 부산은 ‘자리물회’나 ‘가자미물회’ ‘오징어물회’ ‘해산물모둠물회’ 등 동남해안의 다양한 물회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그중 영도구 남항동 인근에는 ‘물회골목’이 형성되어 있는데, 제주식 ‘자리물회’와 동해식 ‘오징어 물회’를 하는 곳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눈볼대 물회’를 내놓아 부산식 ‘눈볼대 물회’의 원조 지역으로 손꼽힌다.

큰 대접에 무와 오이, 배를 보기 좋게 채 썰어 놓고, 그 위에 빨간 ‘눈볼대회’를 소담스레 얹는다. 그리고 마늘 땡초 파 등을 다져서 주위로 알록달록 둘러놓고, 그 위에다 참기름 몇 방울도 고소하게 떨어뜨려 놓았다. 여기 칼칼한 태양초 고추장을 듬뿍 떠서 얹고, 식초 두어 숟갈 부은 뒤 흑설탕을 입맛에 맞게 넣고는 함께 쓱쓱 비벼서 먹는 것이다.

맵고 얼얼한 입안을 다실 국은 단연 ‘눈볼대 맑은국’이다. 눈볼대 물회를 시키면 함께 나오는, 깔끔하게 맑은 국이다. 그 맛이 아주 시원해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다. 입에 착착 감기는 국물 맛에 ‘물회보다 이 눈볼대국을 먹기 위해 찾는다’라고 할 만큼 그 인기가 높다.

■일본에선 고급 생선 대접… 코스 요리도

일본식 화로인 이로리에서 굽고 있는 눈볼대 소금구이 ‘노도구로 시오야끼’.
이렇듯 지금까지 서민 생선에 속했던 눈볼대가, 이제는 고급 생선으로 크게 ‘어생’ 역전을 하고 있다. 한 마리에 3만~4만 원을 호가하고, 크고 신선한 놈들은 호텔 일식집이나 고급 이자카야에서 회로, 초밥으로, 화로구이의 고급 식재료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눈볼대의 주 어획지가 한국과 겹치는 일본 또한 이 눈볼대를 아주 귀하게 여긴다. ‘흰살생선 계의 참치’ ‘빨간 보석’이라고 불리며, 1㎏당 1만5000엔, 600g 이상의 개체는 1만 엔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고급 어종으로 대접받는다. 그만큼 입안에서 은근하게 도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최고의 횟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눈볼대는 일본 표준어로 아카무츠(アカムツ, 赤鯥)이다. 여기서 무츠(むつ)는 일본 시코쿠 지방의 방언으로 ‘기름치다’는 뜻이 있다. 그만큼 지방층이 두터워 고소하고 맛있다는 말이겠다. 목 안이 검다고 노도구로(のどぐろ, 喉黒)라고도 부르는데, 구강막이 검은 생선을 총칭하지만, 일반적으로 아까무츠를 ‘노도구로’로 널리 통용하고 있다.

이 눈볼대로 사시미, 스시를 비롯해서 일본식 화로에서 구워내는 ‘노도구로 이로리야키(囲炉裏焼き)’, 소금에 구워내는 ‘노도구로 시오야끼(塩焼き)’, 눈볼대를 얹어 조리한 솥밥 ‘노도구로 카마메시(釜飯)’, 눈볼대 조림인 ‘노도구로 니츠케(煮付け)’ 등과 식감 좋은 눈볼대 꼬리 부분과 삶은 간으로 무쳐낸, 간무침의 최고봉인 ‘노도구로 토모아에(ともあえ)’, 산초·된장·설탕으로 만든 양념을 발라서 약한 불에 구운 ‘노도구로 교뎅(ぎょでん)’, 눈볼대 대가리를 다시마 육수로 끓여서 소금간을 한 국물 요리 ‘노도구로 시오지루(しおじる)’, 눈볼대 살과 내장을 소금에 절인 젓갈로 시마네현(島根県) 특산인 ‘노도구로 시오카라(しおから)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이고 있다. 고급 식당에서는 이 눈볼대로 조리한 여러 가지 음식을 코스로 내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 사람 모두 그 맛에 반해, 다양한 요리로 즐겨 먹으며 귀하게 여기는 생선이 눈볼대다. 조리 기구나 양념의 차이는 있으나 조리 방법, 먹는 방법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한일 양국 음식문화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부산·동남해안 사람들이 널리 먹던 맛깔난 생선 반찬이자 즐겨 먹던 물회의 주요 식재료인 눈볼대. 이들에게 눈볼대는 어린 시절의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추억의 매개물이기도 하다. 가난한 세월 속에서도, 싸지만 옹골진 눈볼대로 자식들 건강을 챙기셨던 우리네 어머니들. 그 사랑과 헌신이 오롯하게 남아있는 생선이 눈볼대인 것이다. 아무쪼록 오래도록 우리 해역에서 널리 번성하여, 우리네 밥상의 한 자리를 계속 든든하게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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