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전 한국문단 뒤흔든 작품
- ‘소설·알렉산드리아’ 현대적 의미
- 안경환 교수 심포지엄 주제발표
- 대중소설가로서 이병주 문학이
- 매체 격변기에 미치는 영향 등
- ‘그를 다시 읽어야 할 이유’ 발견
- 제18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 ‘태양의 그늘’ 박종휘 소설가 등
- 나림 정신 잇는 후배들에 시상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지난 27일 ‘2025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국제신문·㈔이병주기념사업회·KBS진주방송이 공동주최하고, 하동군·경남도 후원, BNK금융그룹·경남스틸 협찬으로 마련됐다. 오후 2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학술 심포지엄과 시상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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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경남 하동군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 ‘2025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행사 모습. 이날 행사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나림의 걸작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과 토론,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 등이 진행됐다. ㈔이병주기념사업회 제공 |
“나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러분을 가을바람처럼 반갑게 맞는다”는 이병주기념사업회 이기수 공동대표의 인사로 개회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 후 김종회 문학평론가(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가 내빈을 소개했다.
이기수 대표는 ‘소설·알렉산드리아’ 발표 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을 회상하며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국제신문 오상준 총괄본부장은 “한 줄기 빛처럼 이병주 소설의 지혜를 MZ세대와 공유하겠다”고 했으며,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은 “기업과 지역이 함께 문학의 힘을 키울 때 한국 문학이 세계 속에서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염을 잘 이겨낸 참석자들에게 축하를 전하는 이병주 선생의 아들 이권기 유족 대표의 마지막 인사로 개회식을 마쳤다.
■60주년, 권력과 정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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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 ‘2025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참석자들과 이병주국제문학상 수상자들이 행사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기념사업회 제공 |
오후 2시30분 학술 심포지엄이 시작됐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안경환 명예교수는 기조 강연 ‘권력자의 법과 국민의 정의: <소설·알렉산드리아> 탄생 60주년 단상’을 주제로 발표했다. 올해는 나림 이병주의 걸작 ‘소설·알렉산드리아’ 발표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이 작품을 “권력과 민중의 정의가 얽힌 현대사의 기록”이라 정의하며, “무엇을 얻었나보다 무엇을 잃은 게 더 많았나”라는 질문을 지난 정부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졌다. 이어 “우리는 과연 대중이 될 것인지, 군중이 될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해 청중의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안 교수는 60년 전 한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날이 샐 모양이다.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태양이 오를 것이다. 태양은 더욱 그 열도와 광도를 더해선, 음향한 알렉산드리아의 꿈을 산산히 부수고 그 잡스러운 생활의 골짜기에는 가차없이 비춰낼 것이다.” 안 교수는 이 구절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태양은 반드시 떠오른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은 중앙대 문예창작과 이승하 교수는 작품이 한 시대를 예견한 ‘예언소설’이라며, 작가는 제자 양성을 통해 한국 문학과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소설·알렉산드리아’를 이국적 정서와 미학, 강렬한 체험의 문학화 측면에서 분석하며 작품 속 인물 발화와 작가 인식 방식을 심층 고찰했다. 김재홍 문학평론가(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독자를 흡인하는 이병주의 매력을 설명하며 작품이 전하는 “대립을 통합하고, 오독하지 않으며, 복수하지 않는 사랑”을 분석해 소개했다.
이어 조동범 문학평론가(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대중 소설가로서 이병주의 현대적 의미와 매체 변천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승하 교수는 이를 정리하며, 이병주 문학이 과거·역사 중심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토론에는 강찬우 변호사와 김언종 한문학자(한국고전번 역원 원장), 김용희 소설가(평택대 교수), 김한상 스페인어학자(전 경희대 부총장), 임정연 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나림의 운명론 연구, 대중소설 속 사랑과 법적 개입 등 다양한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김재홍 교수는 “작가는 캐묻는 방식,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가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안경환 교수는 선친과 나림 선생이 아나키즘적 관점에서 교류한 것으로 기억된다고 전했다. 하태영 교수는 나림을 “법률 소설의 일인자, 불교·유교 전통을 아우르는 학자”라 평가하며, ‘2025년 오늘의 나림이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라는 화두로 심포지엄은 마무리되었다. 참석자들은 이 질문 속에서 시대를 초월해 울림을 주는 이병주 문학의 현재성과 미래를 다시 확인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역사보다 더 많은 행간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이병주 문학의 힘”이라며 “읽어야 할 이유는 백 가지,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며 이 시간을 맺었다.
■문학제의 하이라이트
이날 오후 5시 제18회 이병주국제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심포지엄에 이어 김언종 심사위원의 심사 경위 발표 후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제18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은 박종휘 작가가 수상했다. 박 작가는 광복 80주년 기념일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며 “20년 전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은 장편 3부작 ‘태양의 그늘’로,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질곡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중산층 가족의 아픔과 시련, 그리고 사랑을 그린 새로운 대하소설”이라 평가했다. 또한 “한국인의 삶과 문학적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대상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이병주연구상은 나림연구회가 수상했다. 연구회의 대표인 조광수 회장은 청·장년에게 나림을 알리고 공부할 방법을 고민한다고 전했으며, 회원 박하 시인은 자작시 ‘나림숲의 환청’을 낭송하며 소감을 전했다. 이 단체는 꾸준한 문학 연구 활동을 통해 한국 문학의 폭을 넓히고 이병주 연구의 저변을 확장 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제6회 이병주경남문인상은 김정희 시인에게 수여됐다. 김 시인은 “이거 아니면 안 되는 것, 그것이 문학이었다”라며 등단 12년 차 포부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다음 계절의 처음’으로, 그는 지역 문학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한국 시문학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작가특별상은 외국에서 한국 문학 창작과 발전에 힘쓴 홍영옥 작가가 받았다. 홍 작가는 “변방의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준 기념사업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모든 수상자와 참석자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박수와 환호 속에 이병주 문학 6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이번 2025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역사와 인간, 사랑과 권력을 아우르는 이병주 문학 60년의 세월과 명암을 조명하며, 후대 독자와 연구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올해 문학제의 키워드는 단연 ‘60’
‘소설·알렉산드리아’ 60년은 한 권의 책이 세대를 넘어 살아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60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월이 쌓아 올린 문학의 탑이며, 세대를 잇는 인간 정신의 맥박이다.
문학관 마당에 불어온 가을바람 속에서 ‘문학은 시간의 벽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다’는 진실을 체감했다. 문학제는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의 독자와 작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현장이었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단순한 문학인의 기념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병주라는 한 작가의 명암을 통해, 한국 문학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다시 마주하는 자리였다. 이번 문학제는 ‘문학의 축제’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서 의미를 새겼다.
▶후원: BNK금융그룹, 경남스틸
▶협찬: 하동군, 경상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