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고래의 뱃속에 다섯 명의 여인이 한 그물을 덮고 있다. 겁먹거나 당황하지 않고 평온하게 작업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유대감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원시시대 벽화를 연상시키는 고래와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인어를 닮은 여인들. 삶과 신앙이 얽힌 장면이다.

황신 작가가 해녀를 모티프로 그린 ‘The Big Fishing Boat and the Little Haenyeo’. 홍티아트센터 제공

대만의 작가가 바라본 해녀의 모습과 삶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부산문화재단의 시각예술 창작공간 홍티아트센터(부산 사하구 다대동) 입주작가 황신의 개인전 ‘불타는 바다의 별눈물’이다.

대만 트레저힐 아티스트 빌리지의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6월 홍티아트센터에 입주한 황신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인 ‘해녀’와 ‘탈(가면)’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평소 여성성과 의례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한국의 해녀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제주도에서 직접 바다를 체험하며 그들의 모습과 삶에 매력을 느꼈다. 이에 공동체의 상징이자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해녀와 인어의 이미지를 결합해 작품 속에 담았다. 그녀의 작품 속 해녀는 강인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을 은유한다.

또 안동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한 한국의 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120점의 가면 회화는 한국 탈의 해학과 풍자, 대만 가면의 전통 무늬, 서양의 신화 등을 대담한 색채와 직관적인 표현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황신 작가는 “이번 레지던시를 통해 한국 문화 속 여성성 등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작업으로 보여주게 됐다”며 “저의 작업이 한국의 문화를 새로운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이해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