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도 아니고 반 괄호로 달이 떠서
어떤 말의 의미들을 풀어줘야 할 것인데
앞 문장 깊은 여백에 품은 글이 사라졌다.
내 나이 다섯 살에 죽었다는 아버지는
콩깍지 속 콩들처럼 칠남매를 남겼지만
어머닌 육십 평생을 반 괄호로 살았다.
괄호( )로 묶어내도 쭉정이가 많을 건데
어떻게 칠남매를 혼자서 키웠는지
반 괄호 달빛을 보니 그 의문이 풀린다.
둥그런 달빛 속을 파고 든 저 그림자
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
서로가 품고 품어서 반 괄호가 되어 있다.
불혹의 내 나이도 반 괄호가 되었지만
자식의 숨소리에 쫑긋 세운 내 두 귀는
언제나 초승달처럼 앞 괄호를 열어둔다.
괄호가 문을 닫아 마음을 눌러 담은 것이라면, 반 괄호는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을 열어둔 문일지 모릅니다. 삶은 언제나 완결되지 않은 문장처럼 머뭇거리며 이어지고, 사람의 마음도 때로는 닫힘보다 열림 속에서 더 깊이 익어갑니다. 옛 어른들은 “자식을 셋은 낳아 길러봐야 사람이 익는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아들딸 여럿 품었던 우리 어머니는 소란한 날들의 마음을 늘 열어둔 채, 파고드는 그림자마저 기꺼이 끌어안으며 여기까지 걸어오셨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구순의 어머니는 이제 익을 대로 익어 살아 있는 백과사전으로 우리 곁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