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0> 보말고둥과 대수리고둥

바위 틈에 깃든 기억, 입 안 번진 바다내음…추억의 주전부리 고둥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9-02 19:14:1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속살 쫀득하고 고소한 참고둥
- 알싸한 매운맛 호불호 맵쌀고둥
- 각각의 학명이 보말·대수리고둥

- 통영 다찌·부산 통술집 기본안주
- 고사리·들깨 넣고 ‘매집찜’ 요리
- 제주에서는 반찬·미역국·죽으로

어린 시절 바닷가 아이들에게는 바다가 놀이터였다.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며 놀다 보면 쉬 배가 고파졌다. 그럴 때면 버려둔 빈 깡통 하나 주워다가 고둥 담치 성게 삿갓조개 등속을 넣고 바닷물로 삶아 먹었다. 가끔 쌀을 가져와 깡통 밥을 해 먹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대수리 고둥. 맵고 쌉쌀한 맛이 매력적이다.
별다른 군것질거리가 없던 시절, 바다 것들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주전부리였고 시장기를 속이는 끼니였다. 특히 그 시절 갯바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둥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바닷속 바위틈에 손을 넣고 더듬으면 도톨도톨 바위에 붙어있는 고둥들이 어김없이 손에 잡히는 것이다. 여러 고둥 중 가장 맛이 좋고 개체 수도 많았던 것이 참고둥과 맵쌀고둥이었다.

참고둥은 학명으로 ‘밤고둥 목 보말 속’의 고둥이고 맵쌀고둥은 ‘대수리 속’과 ‘맵사리 속’의 고둥이다. 참고둥은 속살이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맛이 돌아 모든 이가 좋아하는 고둥이고, 맵쌀고둥은 알싸한 매운맛이 돌아 아이들끼리도 호불호가 갈렸던 기억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역의 해안가 바위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둥들이었다.

■맛도 크기도 좋은 ‘보말고둥’

제주에서 흔히 먹는 보말 고둥으로 만든 음식들. 위쪽부터 양념으로 무친 보말촐레, 보말이 들어간 바릇국, 보말죽.
참고둥은 조간대의 고둥 중에서 크기도 비교적 크고 맛도 좋아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 사람이 널리 먹었다. 제주 지역을 비롯해 해안가 사람들에게는 끼니를 대신하던 유용한 고둥이기도 했다. 그래서 몇몇 지역에서는 이를 ‘참고둥’이라 불렀던 것이다.

참고둥은 일반적으로 ‘보말고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는 모든 고둥을 총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주로 밤고둥 목의 밤고둥, 구멍밤고둥, 보말고둥, 팽이고둥 등이 그 대상이다. 그 모양이 밤알이나 팽이처럼 생겼는데 맛이 좋아 해안 지역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맵쌀고둥은 학명으로 대수리고둥, 두드럭고둥, 맵사리고둥 등이 있는데, 대수리 속 고둥과 맵사리 속 고둥이 있다. 껍데기 표면 오톨도톨한 돌기가 전체적으로 나 있어 두드럭고둥, 매운맛이 있어 맵사리고둥으로 불린다. 이들 모두가 쫄깃하고 고소하기도 하지만, 내장에서 매운맛과 쌉쌀한 맛이 도는 공통점이 있다.

이 ‘보말’과 ‘대수리’는 주로 삶아서 속살을 핀이나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꺼내먹는다. 그래서 남해안 해산물 음식 관련 식당에서는 애피타이저 개념으로 자주 활용한다. 경남 통영의 ‘다찌집’에는 주요리가 나오기 전 입가심용으로 이들 고둥을 삶아서 낸다. 고둥만 내는 곳도 있고, 멍게 해삼 개불 등 간단한 해물과 함께 내놓기도 한다.

부산에도 ‘한 상 차림’ 개념의 ‘통술집’이나 ‘푸짐한 집’, ‘이모카세 전문 술집’ 등에서 이 두 고둥과 입으로 빨아먹는 ‘쪽 고둥(갯고둥)’ 등을 기본 안주로 제공한다. 본격적인 술과 안주가 나오기 전 심심풀이나 간단한 술안주로 제격이다.

보말 대부분이 우리 해역 전 연안에 걸쳐 분포하는데, 특히 제주 사람들에게는 아주 흔하게 먹어온 식재료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고둥류를 총칭해서 보말, 고메기라 부른다. 그중 주로 음식으로 해 먹는 고둥은 먹보말(밤고둥)과 수두리보말(구멍밤고둥)로 한정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에서는 보말로 ‘보말촐레’ ‘보말죽’ ‘보말미역국’ 등을 만들어 먹는다. 보말촐레는 ‘보말로 만든 반찬’이란 뜻으로, 삶은 보말 속살을 꺼내 간장 등에 담그거나 양념해서 무쳐 내놓는 음식이다, 한두 끼 간단하게 차려 먹는 밑반찬쯤으로 보면 되겠다.

보말죽은 삶은 수두리보말의 속살을 한 줌 물에 넣고 내장을 주물러 으깬 후, 살만 건져내 참기름에 달달 볶아내고, 불린 쌀이나 보리쌀을 보말 내장 국물과 함께 부어 뭉근하게 끓여내면 된다. 제주에서는 체력 소모로 지쳤을 때 보양식으로 널리 먹어온 향토음식이다.

보말미역국이나 바릇(바다)국에도 보말이 들어간다. 미역과 함께 보말을 넣고 끓여내면 ‘보말미역국’, 미역과 보말 외 문어 성게알 소라 등 해산물들이 함께 들어가면 ‘바릇국’이 된다. 요즘은 관광객에게 제공하던 ‘보말칼국수’가 제주 관광 음식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맵고 쌉쌀한 ‘대수리고둥’

보말과 대수리 고둥 등을 넣어 조리한 기장의 향토음식 매집찜.
대수리 고둥 또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는데, 맵고 쌉쌀한 맛 때문에 지역에 따라 매운 고둥, 맵사리, 맵고동, 매옹이, 맵딸 등으로 불린다. 얕은 수심의 바위에 서식하는데 물이 빠진 바위 아래나 틈새에서 한 무더기씩 따닥따닥 붙어있는 모습을 쉬 볼 수가 있다.

대수리고둥 중 ‘두드럭고둥’은 껍데기에 많은 돌기가 나 있다고, ‘맵사리 고둥’은 매운맛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들이다. 주로 매운맛과 쌉쌀한 맛이 나기에 지역마다 매운 고둥, 맵쌀고둥, 맵고둥, 매옹이 등으로도 불린다. 내장을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플 수도 있기에 장이 예민한 사람들은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이 대수리를 인천 도서 지역에서는 ‘갱’이라 부르며 갱을 갈아 된장국에 넣고 끓이면 ‘갱국’이 된다. 갱국은 매운맛이 있어 숙취 해소에도 좋아 속 쓰린 아침, 술꾼들의 해장국으로도 널리 소용됐단다. 이뿐만 아니라 대수리는 보리가 익어갈 즈음해서 슬슬 살이 올라 맛있기에 보릿고개를 넘기는 구황음식 식재료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부산 기장, 울산 해안에서는 보말과 대수리로 ‘매집찜’을 해 먹기도 했다. 매집찜은 집안 대소사나 잔치 등에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르던 음식 중 하나다. 기장의 여러 해산물과 나물이 총동원되어 들어가고, 바다 향이 물씬 나는 ‘애지’(떡청각) 등 여러 해초까지 한 대접 푸짐하고 넉넉하게 조리해 내는 음식이다.

보기에는 고사리 머윗대 방아 등 제철 나물에 곡물가루와 들깻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쪄낸 ‘나물찜’과 흡사한데,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의 특성상 바다에 지천인 고둥류와 갖은 해조류 등 싱싱한 해산물이 다양하게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들어가는 고둥이 보말, 대수리, 삿갓조개 등이었다. 적은 곡식에 주변의 모든 식재료를 한데 넣고 양을 늘려 먹던 보릿고개 음식이 매집찜이었던 것.

보말고둥과 대수리고둥. 이들과는 인상적인 조우가 참 많았다.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바다천렵을 하던 어린 시절부터 부산 가덕도 대항마을 해안에 큰 바위를 뒤덮듯이 붙어있던 굵직굵직한 대수리. 경남 통영 연대도 해변 바위에 다닥다닥 새카맣게 붙어있어 사람을 놀라게 하던 보말….

이처럼 보말과 대수리는 그 크기는 작아도 해안가 마을에서는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 있었기에, 춘궁기에는 이들로 끼니를 늘려 먹거나 소소하게 반찬으로 활용하던 소중한 식재료였다. 그만큼 해안가 사람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그들 주변에서 그들의 조촐한 음식이 되어 주었던, 그 역할과 가치 또한 새삼 빛나던 바다 식재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3. 3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4. 4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5. 5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6. 6[국제칼럼]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7. 7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10. 10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1. 1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2. 2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3. 3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4. 4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5. 5"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6. 6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7. 7[속보]與 "'무책임한 의혹제기' 주진우, 사이버 레커로 전향하라" 직격
  8. 8이 대통령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비정상의 정상화"
  9. 9정동영 "김정은 방중, 긍정적으로 볼 여지 있어"
  10. 10北 ‘지뢰 폭발은 韓 자작극’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이사국들 회람
  1. 1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3. 3전기료 밀린 홈플러스…한전 ‘단전 예고’(종합)
  4. 4음악 들으며 북항친수공원 걸어요
  5. 5부산 온 세계 해사인 “안전·친환경 실천”
  6. 6“관광수익 주민에 환원해야 지역활력”…글로벌 20개 도시 리더들 한목소리
  7. 7BNK금융 3분기 누적순익, 작년보다 19% 감소
  8. 8복권판매점 늘어난다…정부, 우선계약 대상에 14만명 추가
  9. 9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오늘 재심의…승인 땐 내년 재가동
  10. 10[한 손 뉴스] S/W 실행 환경 ‘Node.js’, 서버 해킹 보안 취약 경고
  1. 1양산도시철 시운전에 소음 민원 빗발…방음터널 설치 요구
  2. 2가덕 공사비 2000억 증액 목표…市 ‘국비확보’ 국회 상주반 가동
  3. 3자갈치축제에 늘어선 바비큐·통닭…취지 두고 갑론을박
  4. 4관객 춤췄다고 영업정지 ‘오방가르드’ 두 달만에 재개장(종합)
  5. 5“인구 급증 강서, 교통혁신 필수…생곡소각장 대체부지 검토 건의”
  6. 6지광, 신문을 사업 수단화…380억 땅 있으면서 102억 체불
  7. 7갈맷길 36코스로 전면 개편
  8. 8日 주 20시간法 만들자 알바앱 급성장…편법 단기고용 판쳐
  9. 9[속보] 내일 기온 ‘뚝’ 떨어진다…대부분 지역 한파주의보
  10. 10강남 구룡마을 화재로 다량의 연기 발생
  1. 1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2. 2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3. 3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4. 4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5. 5[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6. 6[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7. 7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8. 8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9. 9‘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10. 10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