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숲유치원 만든 장본인
- 아이들 교육 정책 개선 앞장 등
- 부산대 명예교수 일대기 그려
- 지역 작은출판사의 인물 재발견

인터넷신문 ‘인저리타임’ 대표인 언론인 조송현 저자가 쓴 ‘임재택 평전’은 눈이 번쩍 떠지는 책이다. 특히 부산에 근거지를 둔 지역 출판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궜다. 그 근거를 꼽아본다.

한국 유아교육 혁신가 임재택 부산대 명예교수가 ㈔부울경 생태유아공동체 현판을 가리키며 취지와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인타임 제공

‘임재택 평전’은 부제를 ‘아이 행복 세상을 위한 혁명’으로 달았다. 책 전체를 꿰는 핵심 문구는 ‘유아교육의 코페르니쿠스, 임재택’이다. 저자 조송현은 생존 인물인 임재택(76) 부산대 명예교수(유아교육과)를 평전의 대상으로 과감히 정하면서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임재택은 실내·수업·교사 중심의 유아교육을 자연·놀이·아이 중심의 유아교육으로 바꾸었다.” “그의 삶과 학문을 탐사하는 여정에서 저자는 한국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학자이자 집념과 열정의 운동가를 만났으며, 동시에 아이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오직 ‘아이 행복 세상’을 위해 나아가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실천적 지성인을 만났다.”

먼저, 이 꼼꼼하고 방대하며 활력 있는 책을 바탕으로 임재택 명예교수의 삶과 활동을 살펴보자. 그는 1948년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한디미 마을에서 4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진주중·고교를 나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1969년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에 들어간 그는 유신 반대 투쟁에 참여해 고생하면서도 숙명처럼 유아교육의 세계로 들어선다. 1979년 부산대 가정대 가정관리학과에 전임강사로 부임하고, 1982년 같은 대학 사범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옮기면서 그의 일생은 한국 유아교육 혁신과 전환으로 일관한다.

그의 인생과 학문과 실천 여정에서 도드라지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부산유아교육학회 결성(1988)을 시작으로 ▷미국식 유아교육 단절(1990) ▷우리 아이들의 보육을 걱정하는 모임(1990) ▷부산대학교 보육종합센터 개관(1995) ▷부산대학교 어린이집 원장(1995~2007) ▷유보(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운동(1996~현재) ▷생태유아교육 창시(1998~) ▷생태유아공동체 창립(2002)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창립(22002) ▷숲유치원 운동(2010) ▷좋은부모자격증(2013~) ▷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2013)

2014년 정년 퇴임한 뒤로도 그는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설립(2014), 생태전환 컨설팅 활동(2016) 등으로 줄곧 이어진다. 생명·생태·자연·아이다움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는 한국의 유아교육의 내용·법·제도를 실제로 바꾸고 혁신했다.

“임재택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형 숲유치원’ 모델을 제시해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는 사실이다.”(361쪽) 산림청을 단번에 국민이 친근하게 여기는 정부 부처로 만든 숲유치원 정책에서 지극히 중요한 구실을 한 2013년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한국 숲유치원의 창시자로 공인된 것이다.”(372쪽) ㈔한국숲유치원협회는 2010년 5월 출범할 때 회원 시설이 50여 곳이었는데 지금은 1000여 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자! 이렇게 ‘임재택 평전’ 내용을 간추려 놓고 보면, 그는 한국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신명 나게 자랄 수 있는 틀을 놓았고, 정책과 법과 현장을 개선했으며, 부산대학교 또는 부산을 한국 유아교육 발전과 혁신의 중요한 활동 근거지로 가꾸었다. 쉬지 않고 노력한 끝에 한국 전체 차원에서, 그리고 부산 지역사회 차원에서 크게 이바지한 임재택에 관해 부산 시민도 그 존재나 가치를 널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평전 형식으로 정돈해 놓고 보니 무게감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이런 ‘재발견’을 지역의 작은 출판사가 해낸 점이 인상 깊다.

게다가 이 책은 취재가 폭넓고 치밀하며, 재미도 있다. 책 뒤에는 연보·논문과 저서 목록·강좌 연혁·학술대회 연혁까지 꼼꼼하게 실어 자료로서 가치도 크게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