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객(歌客)이 먼 길 떠났다

아호[白水]처럼 살았던 그 삶

생각을 가얏고에 얹어 노래가 되기까지

그 가락 품어 안았던 진정한 한 가객이.

백년만의 무더위가 한풀 꺾인 팔월 그믐

강산은 바야흐로 가을을 재촉하며

그 오랜 갈증 달래듯 단비까지 내렸다.

추풍령 너머 마을 감이 익는 동구 밖을

차마 그 발길 수이 떨치지는 못 했으리

먼 그곳 가서라도 부디 노래는 잊지 마시라.



만남과 이별이 공존했던 8월이면, 백수 정완영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글로만 뵙다가 처음 뵌 것은 선생님께서 아흔 하고도 둘이 되시던 해였습니다. 때죽나무 하얀 꽃이 종소리 되어 울리던 직지사 근처 어느 차방에서 세 시간을 넘게 꼿꼿이 앉아 시인의 직관(直觀)에 대하여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강의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정갈한 모습만큼이나 가얏고에 올린 시심은 단아하셨고 그날의 여운은 파문이 되어 다시금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