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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67> 매가리, 객주리, 아지

전갱이가 고등어 아류라니요? 경북선 식해로 담고 日선 왕 대접받지요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7-22 19:15:2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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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어보에 ‘가짜 고등어’ 기록
- 담백하고 고소해 옛날부터 인기
- 지역따라 매생이·가라지 등 불려

- 기장 추어탕, 제주 각재기국 재료
- 일본선 고등어보다 더 귀한 생선
- 고수온·남획으로 어획 줄어 걱정

바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펄떡이는 생선을 낚시로 잡아, 즉석에서 싱싱하게 생선회 한 점 떠먹는 즐거움이 예사롭지 않다. 집과 가까운 바닷가에서 간단한 낚시 장비만으로도 제철 생선을 어렵지 않게 잡아내는 ‘동네 낚시’의 재미다.
동네 낚시꾼에게 반가운 생선 ‘매가리(전갱이)’로 만든 구이.
소일거리 삼아 하는 동네 낚시 치고는 잡히는 물고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계절 따라 지역 따라 학꽁치 도다리 숭어 볼락 노래미 고등어 갈치 매가리 용치놀래기 쥐치 보리멸 망둑어 우럭 전어…. 이들을 잡아 자연산 잡어회 한 점에 소주 한 잔. 캬~! 동네 낚시꾼들만이 누리는 제법 큰 특권이기도 하다.

그중 대표적인 낚시 어종이 ‘고등어’와 ‘매가리’이다. 특히 이들이 반가운 것은 둘 다 모두 떼를 지어 회유하는 어종이기에 한꺼번에 마릿수 조황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10여 개의 낚싯바늘을 달아서 낚시하는 ‘카드 낚시채비’를 사용하면, 바늘마다 줄줄이 고등어와 매가리가 퍼드득거리며 주렁주렁 매달려 온다.

그리고 이들은 낚시로 잡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선회를 먹을 수 없기에 더욱 반갑기도 하다. 이들은 붉은 살 생선이라 쉬 상하기 때문에, 낚시로 잡자마자 산 채로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먹어야 신선하고 건강한 회 맛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고등어와 함께 등푸른생선 대표

부산의 향토 음식 매가리 추어탕.
이처럼 고등어와 더불어 동네 낚시꾼들의 주요 낚시 대상 어종인 매가리. 이 매가리는 정식 학명이 ‘전갱이’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체가 되기 전 크기의 전갱이, 주로 20㎝ 전후 크기의 개체를 말한다.

농어목 전갱잇과에 속하는 전갱이는 고등어 꽁치 정어리와 함께 ‘4대 등 푸른 생선’ 중 하나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류로, 한국과 일본, 동중국해에 걸쳐 분포하며 무리 지어 다니면서 연근해 해역을 따라 회유한다. 우리나라에는 봄 여름에 걸쳐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전갱이 종류로는 갈전갱이 줄전갱이 흑점줄전갱이 노랑점무늬유전갱이 등이 있으며, 종류에 따라 그 크기가 40㎝에서 120㎝에 이르기도 한다, 지역마다 ‘전개이(경남)’ ‘매생이(전남)’ ‘가라지(완도)’ ‘각재기(제주)’ 등으로 불린다.

특히 부산 통영권에서는 어린 전갱이를 ‘메가리’로, 큰 전갱이를 ‘아지’라 부르기도 한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큰 전갱이를 아지라 부르는 데에는, 일제강점기 우리 해역에 진출한 일본인 어부들이 일본말로 전갱이(鰺, アジ)를 부르던 말에서 유래가 된 듯하다.

매가리를 잡아 바로 뜬 회.
고등어와 전갱이는 자주 비교되는 어종이다. 둘 다 ‘등 푸른 생선’이자 ‘붉은 살 생선’으로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맛 또한 짙고, 고소함이 남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대량 어획되던 어종이라는 점 또한 비슷하다.

차이점이라 하면 고등어는 살이 부드럽고 아주 고소하고, 전갱이는 살이 탄탄하고 담백함이 도는 고소함이라 보면 되겠다. 특히 전갱이는 꼬리 부분에 딱딱하고 날카로운 모비늘(방패비늘)이 있어 그 구분이 용이하다.

그런데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갱이보다 고등어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전갱이를 ‘가짜 고등어’라 기술한 것을 보더라도 쉬 알 수가 있겠다. 그러나 당시에도 ‘전갱이 맛이 짙어 고등어보다 더 맛있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전갱이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식재료로 쓰였는데, 조선 후기 문인 김려의 ‘우해이어보’에는 ‘빛깔은 담황색이고 맛은 산뜻하며 좋다. 토박이들은 매갈(梅渴)이라고 부르는데, 매년 고성 어촌의 아낙이 작은 배에 젓갈을 싣고 와서 판다’고 기술하고 있다.

■바싹 튀긴 매가리, 일본선 인기 안주

낚시로 잡은 매가리.
매가리는 고등어보다 살이 탄탄하고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좋아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었는데 회나 구이, 국이나 추어탕, 젓갈로도 즐겼거니와 심지어 튀김용 기름으로 널리 소용되기도 했다.

부산 기장군의 향토 음식 중 하나인 ‘매가리 추어탕’도 그중 하나. ‘매가리 추어탕’은 우선 손질한 매가리를 솥에 넣고 푹 곤 후 뼈를 발라낸다. 시래기 토란대 고사리 호박잎 등을 적당한 길이로 썰어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다. 이 둘을 냄비에 넣고, 조선간장을 넣고 끓인다. 먹을 때 방아잎 산초가루와 양념을 곁들이면 된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어묵’은 전갱이, 정어리의 생선 기름과 고래기름 등으로 튀겨냈다. 깡치(조기 새끼)나 풀치(갈치 새끼) 등의 잡어를 통째로 막 갈아서(막갈이) 생선 기름에 튀겨내던(덴뿌라) 식품이었다. 이때 이용한 기름 중 하나가 전갱이 기름이었다는 것.

남해안 바닷가 마을에서는 작은 매가리를 젓갈로 담그거나, 말려두었다가 국이나 찌개의 육수로 쓰기도 했다. 이 매가리 육수에 국수를 말아내면 ‘매가리 국수’가 된다. 국물이 아주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해 즐겨 먹었단다.

식해 문화권인 포항·영덕 지역은 강원도 이북의 가자미 명태 등 흰 살 생선 식해만을 고집하지 않고 매가리 꽁치 등 붉은 살 생선도 즐겨 식해를 담는다. 흰 살 생선 식해보다 더 짙고 풍미가 깊어 없어서는 안 될 향토 음식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전갱이를 ‘각재기’라 부르는데, 제주 해안 전역에서 잡히던 이 각재기로 한소끔 끓인 국이 제주 향토 음식 ‘각재기국’이다. 손질한 각재기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 여기에 얼갈이배추 한두 포기에 다진 마늘 약간과 청장, 또는 소금을 넣어 담박하게 끓여낸다. 입맛에 따라 풋고추나 붉은 고추를 썰어 넣어 칼칼한 맛을 살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고등어가 국민 생선이라면, 일본의 국민 생선은 단연 ‘아지(鰺, アジ)’이다. 일본에선 서민들이 가장 즐기는 식재료이며, 생선회와 초밥, 구이나 튀김 등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아지’는 ‘무리 지어 다니는 어족(鰺)’이라는 뜻이지만, 맛있다는 ‘아지(味)’와 음이 같아 ‘맛있는 생선’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히 줄전갱이류인 ‘시마 아지’는 일본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사시미’와 ‘스시’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대중화된 음식은 ‘아지 프라이(アジフライ)’ 매가리에 빵가루를 입혀 돈가스처럼 바싹하게 튀겨낸 요리이다. 남녀노소 즐기면서 밥반찬으로, 술안주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이다.

일본 치바현의 향토 음식 ‘나메로우(なめろう)’도 있다. 이곳 어부들이 오래전부터 배 위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으로, 매가리 등 잡은 생선의 살을 칼로 잘게 다져서 미소(일본 된장)와 파 생강 시소 같은 여러 가지 양념에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매가리를 간장 등에 절였다가 일정 시간 후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먹는 ‘아지 오키즈케(あじ沖漬け)’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나들며 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아 온 매가리. 큰 전갱이보다 더 고소하고 잡내가 없으면서 맛이 깊어 다양한 음식에 소용되던 것이 매가리이다.

개체수가 많아 한때 부산 가덕도에서는 밭의 거름으로 쓰이기도 했다는데 이제 수온의 변화와 남획으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어 그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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