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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항일투쟁, 그 큰 줄기였던 범어사 이야기

부산박물관 광복 80주년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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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운동 후원한 오성월 스님 등
- 지역 독립운동과 범어사 톺아봐

- 美서 공수한 불교계 독립선언서
- 아픈 기억 담긴 삼층석탑 유물도
- 부산독립신문 제작 체험 쏠쏠해

부산박물관(남구 대연동)이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광복의 시간, 그날을 걷다: 부산의 독립운동과 범어사’를 지난달 21일 시작해 광복절인 오는 8월 15일까지 이어간다. 특별전 현장을 최근 찾아 임설희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의 해설을 들으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부산박물관의 특별전 ‘광복의 시간, 그날을 걷다:부산의 독립운동과 범어사’에서 관람객이 용성 대종사 진영과 3·1운동 당시 태극기 등을 담은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광복 80주년의 무게감을 곱씹으며 특별전 기획에 임했습니다. 전국 여러 역사·문화 공간에서 관련 기획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 아래, 부산에 조금 더 집중해 보고자 했죠. 그런 과정을 거쳐 부산 지역과 범어사의 독립투쟁에 초점을 맞추었고, 부산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임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따르면 특별전은 부산과 범어사에 집중하되, 안중근 의사와 3·1 운동 민족대표 등 전체 독립운동 판도를 보여주는 유물 전시도 포함한다.

선찰대본산 범어사를 일제강점기 부산 지역 독립운동의 중요한 줄기로 강조하는 점에서 시선에 새로움이 있고, 부산학(學) 내용을 더 깊게 가꾸는 의욕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입구로 들어서자, 흑백 영상이 맞이한다. “이 전시를 위해 프랑스 미디어 아트 작가 장 줄리앙 푸스가 범어사에 머물면서 찍은 6분 10초 길이 영상입니다.” 그는 몇 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미디어 아트 작업을 하는 등 한국 전통문화와 인연이 꽤 있다. ‘정신성’이 깃든 불교 고찰 속으로 고요히 들어서는 느낌을 영상에서 받으며 입구를 지나면, 이제부터 독립투쟁의 시공이다.

“여기 있는 범어사 삼층석탑 형상 전시물을 보시겠습니까?” 임 학예연구사가 관람객을 향해 말했다. 이날은 부산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는 블로거들도 초청돼 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이 통일신라 시대 석탑을 2010년 해체·복원할 때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석탑 안에서 귀한 사리함이나 불경 같은 엄청난 유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막상 덜렁 나온 건 유리함이었고 그 안에 유리 조각과 불에 탄 재가 들어 있었다. 시멘트로 고정한 그 유리함을 일제강점기 일본어 신문이 감싸고 있었다.

관람객이 ‘부산독립신문’을 배경으로 직접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기념사진. 조봉권 선임기자
이는 이미 일제가 통일신라 삼층석탑 안에 있던 중요한 유물을 빼 갔음을 뜻했다. 임 학예연구사는 “(일본어 신문으로 감싼 유리함이 나온 건) 일제가 한민족 정기를 끊으려고 한 짓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제강점기 국가 유산 수탈의 아픈 기억을 담은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산 출신 특출한 독립운동가 서영해 선생 관련 유물도 있다. 서영해 선생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로 활약하며 민족 해방을 위해 분투했다.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의거를 감행해 일본 군국주의자들에게 막심한 타격을 줬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파리에 있는 서영해 선생에게 전보를 쳐 세계에 이 소식을 알리게 했다. 그 전보도 전시했다. 윤봉길 의거를 더 널리 전파한 큰 공로는 서영해 선생에게도 있음을 확인하자 ‘부산과 독립운동’이라는 주제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부산박물관은 독립기념관을 거쳐 미국에 있는 대한인국민회에 호소해 불교계 독립선언서인 ‘대한승려연합회 선언서’도 기어코 전시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범어사를 지켜내며 3·1 만세운동을 후원하고 범어사가 선찰대본산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힘쓴 오성월 스님 유물 전시도 인상 깊었다. 범어사 사찰계 유물,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먼구름 한형석 선생 가문의 사연 깊은 태극기 등 유물을 통해 ‘광복 80주년’을 되새기는 전시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출구에 관람객이 ‘부산독립신문’ 1면 머리기사 주인공이 돼 보게 해주는 사진 촬영 이벤트 코너 ‘부산 올~드 프레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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