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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첫 배리어프리展…닫혀있던 오감을 일깨우다

‘열 개의 눈’ 전시, 9월7일까지…시각예술 웹툰 등 다양한 장르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5-07-03 19:32:5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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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비장애예술가 20명 참여

커다란 달이 여러 손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파라핀으로 형상을 굳힌 동그라미(‘밤의 노래’) 아래 20여 개의 손(‘하얀 목소리’)이 놓여 있다. 크기도 모양도 각기 다른 손을 가만히 잡으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온도에 따라 녹고 굳는 파라핀과 차갑게 보이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하얀 손.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접촉을 통해 느껴지는 촉감에서 따뜻한 생명력을 느끼고 위로를 받게 되는 색다른 경험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처음 선보인 배리어프리 전시 ‘열 개의 눈’에 설치된 김덕희 작가의 ‘밤의 노래’와 ‘하얀 목소리’. 온도를 통해 감각(촉각)을 깨워주는 작품이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이 처음 시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고령자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전시 ‘열 개의 눈’은 다양한 감각을 깨워주는 특별한 전시이다. 배리어프리라고 해서 눈을 감고 온몸을 부딪친다든지 귀를 막고 세상과 단절되는 등의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닌, 열 손가락이 눈을 뜨는 것처럼 작품을 통해 무뎌진 감각들을 일깨우고 그것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생각하게끔 한다.

라움콘의 ‘한손 프로젝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에는 국내외 예술가 20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참여했고, 시각예술 웹툰 퍼포먼스 사운드아트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형태를 만든 미니멀 아트의 거장 로버트 모리스(미국)의 ‘블라인드 타임’을 비롯해 뇌출혈 이후 불편한 몸에 맞춰 숟가락 집게 등 일상의 소품을 자신에 맞도록 변형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옮긴 라움콘(Q레이터, 송지은)의 ‘한 손 프로젝트’, 시각을 잃은 이후 변화된 감각 체계를 조각 회화 등의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미국)의 ‘가족 아카이브’ 등, 일본의 시각장애 사진가 시라토리 겐지가 선물한 초점이 어긋난 사진과 재즈음악을 결합한 정연두 작가의 ‘와일드 구스 체이스’ 등은 감각을 제한해 오히려 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들이다.

온도와 감각을 표현한 김덕희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밤의 노래’ ‘하얀 목소리’)과 눈코입 없는 초상화와 다양한 재료를 품은 망원경을 통해 시각이 가진 의미를 탐구한 엄정순의 ‘당신의 눈동자를 위하여’, 석고 점토 등 남겨진 재료를 섞어 만든 조각을 통해 다양한 촉각과 청각을 느끼게 해주는 김채린 작가의 ‘하나인 27가지 목소리’ 등은 무뎌진 감각을 새롭게 되살려주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 작가의 ‘가족 아카이브’.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지난해 현대미술관이 장애·비장애 커뮤니티, 예술가들과 함께 진행한 6개의 프로젝트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작품 중에는 지난해 프로젝트의 연결 선상에 있는 작품도 꽤 포함됐다. 부산맹학교 저시력 학생들과 교류해 시각장애가 있는 이들이 미술관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화 형식의 화집으로 풀어낸 홍보미 작가의 ‘천천히, 가까이’는 예술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장 내에 마련된 ‘감각 스테이션’에서는 전시 작품의 미니어처를 자유롭게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오감 만족’형 전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또 지하 1층에 마련된 ‘을숙극장’에는 배리어프리를 다룬 특별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상영작 정보 등은 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9월 7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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