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락수변공원에 마련된 좌석
- 해변 서가에서 골라온 책 읽어
- 작가 북토크·헌책 장터 열리고
- 리드브루, 해변요가 등 이벤트도
바닷가에 멋진 야외 도서관을 차릴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해양도시 부산에서 바닷가라는 공간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한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함께 처음으로 마련한 ‘2025 부산바다도서관’(국제신문 지난 9일 자 1면·8면 등 보도) 상반기 제2회 차와 3회차 행사가 지난 28일과 29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해양문화 자원인 바다를 야외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활용하는 올해 상반기 행사는 원래 주말을 활용해 지난 14·15일을 시작으로 21·22일, 28·29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달 중·하순 주말 큰비가 쏟아져 개막 행사를 비롯해 일부 순서가 취소됐다. 지난 15일 첫 행사를 치렀고, 지난 28일과 29일에 2회차와 3회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화재단은 기간을 늘려 다음 달 5·6일에도 민락수변공원에 바다도서관을 열기로 했다. 더웠으나, 쾌청하고 바람도 좋았던 지난 28일 오후 다섯 시간 넘게 바다도서관 현장을 취재하고 체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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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2025 부산바다도서관’ 프로그램의 하나로 고선경 시인 초청 문학 대담 행사가 열리고 있다. |
■책과 깊이 대화할 수 있었다
문화재단은 부산 여러 도서관과 협업해 책 4500여 권을 누구나 현장에서 볼 수 있게 비치했다. 널찍한 데다 햇빛가리개가 잘 설치된 민락수변공원 좌석에 의자와 쿠션을 놓고 그 자리마다 다양한 분야 10권 정도 책을 담은 상자를 둬 앉자마자 책을 집어들 수 있도록 했다. 해변산책로에는 따로 분야별 서가를 차리고, 푸른색 바구니를 갖다 놓아 시민·독자가 직접 책을 고를 수도 있게 했다.
체험 차원에서 바구니를 들고 서가에서 책을 골라봤다. 문정인 작가의 그림책 ‘이길 저길’, 마리아 이바시키나의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황벼리 글·그림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을 담았다. 책을 골라 바구니에 담는 과정의 느낌이 새로웠다. 마트에서 음식을 바구니에 넣으며 몸의 기대감을 느낀다면, 책을 담을 땐 마음의 기대감이 일었다. 바닷가 야외 그늘에 앉아 책을 펼치자, 책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드는 몰입감을 느낀 점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산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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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지(오른쪽) 양 가족이 텐트가 설치된 공간인 ‘밀수카페’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다. |
친구와 함께 온 이은주(부산 사하구) 씨는 “해변에서 책이 이렇게 잘 읽힐지 몰랐다. 이런 행사를 다음 주까지만 한다니 진짜 아쉽다”고 말했다. 그에게 ‘오는 8월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팝업 행사를 하고 하반기에는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부산바다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전하자, 표정이 환해졌다. 밀수카페(민락수변공원의 텐트형 공간)에서 책을 읽던 아홉 살 정윤지(부산 수영구) 양 가족은 “이 행사가 있는지 모르고 산책하러 왔다가 온 가족이 함께 책을 펼쳤다. 이곳이 술 마시던 공간이던 때와 비교하면 더 만족스럽다”고 했다.
날씨가 뒷받침해 준다면, 바람 시원한 바닷가 야외 그늘 공간이 뜻밖에 책 읽기 좋은 데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가 애초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자 이곳에 오는 점 등이 독서 몰입도를 높이는 듯했다.
■책으로 야외에서 판을 펼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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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락수변공원에 등장한 책 수레. |
오후 4시가 되자 주무대에서 작가 초청 프로그램 ‘북(Book) 톡(Talk) 시(City)’가 시작했다. 이날 초대 작가는 시집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등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시인 고선경이었다. 우동준 작가가 진행한 북톡시의 열기는 뜨거웠다. 수많은 시민과 독자가 고 시인의 시집을 들고 와 직접 낭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 뒤로 갈매기가 날고 요트가 지나가며 행사 분위기를 돋구었다. 행사는 1시간 40분이나 이어졌다. 고 시인의 소감이 인상 깊었다. “부산 바닷가에서 이토록 현장감 넘치고 알찬 대화를 나눌지 몰랐다. 이런 경험 처음이다. 특별한 체험을 하게 해주어 깊이 감사드린다.”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처 밀락더마켓 정문 앞 주차장에서는 ‘Car Book Sale(카붓세일)’이라는 장터가 펼쳐졌다. 사전 신청한 이들이 집에 있는 책을 차에 싣고 와 벼룩시장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아홉 살, 여섯 살 자녀를 키우는 남천동 주민 김현지 씨도 책을 싣고 왔다. “독서모임 두 군데에 참여하고 ‘독서 육아’를 지향할 만큼 책을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몰리는 행사에서 책 장터가 열리니 효능이 더 높다. 아이들 경제 교육도 할 수 있었다. 책도 조금 팔았다”고 전했다.
문화재단 조정윤 문화시민본부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이 몰린다. 대체로 한 번 잡은 책을 오래 진지하게 보시더라”며 “새로운 장을 처음 펼쳤는데, 우리도 놀랄 만큼 호응도가 높다”고 했다. 29일에는 커피와 책이 만나는 리드브루, 해변 요가·명상을 결합한 마음파도 등 프로그램도 펼쳐졌고, 가족 단위 참가가 많아 현장은 더 활기를 띠었다.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