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발표작 등 다양한 작품 선봬

‘불의 회화’로 유명한 정철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정철교 작가가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마을 풍경을 그린 ‘월내마을 폐가’. 아리안갤러리 제공

아리안갤러리(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는 다음 달 2일까지 ‘정철교 초대전’을 개최한다. 부산을 대표하는 작가의 1980년대 작품부터 최신작, 미발표작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정철교 작가는 강렬한 붉은색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붉은 선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삶의 불안과 초조 등을 드러낸다. 평단에서는 그의 붉은 선이 동맥이자 정맥, 실핏줄로서 생명의 강렬함을 나타낸다고 하고, 활활 타듯이 넘실거리는 붉은 선이 뜨거운 활기이자 불이라고도 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한 조각 드로잉 회화 등을 소개한다. 초창기 작품으로, 외다리로 선 작가의 얼굴을 한 작품은 힘든 삶 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표현했다. 이어 작가에게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지는 원자력 발전소 소재의 작품도 다수 소개됐다. 2010년 울주군 서생면으로 삶의 공간을 옮긴 작가는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마을과 주민의 삶이 파괴되고 불안에 떠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작가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그것을 기록하듯 회화로 남겼다. 붉은 선이 얼기설기 펼쳐지고 노란 하늘이 뒤덮은 스산한 마을 풍경은 원자력 발전소와 일상을 나누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의 마음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하고 우울하지만은 않다. 최신작인 ‘녹색 불씨’는 붉은색 불 속에서 살아나는 녹색불을 통해 세상을 살리고자 하는 희망을 전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미발표 작품 300여 점 중 일부도 전시장 벽면 한쪽을 가득 채웠다. 불안한 군상들을 표현하며 마음을 다잡은 미발표 작품들은 젊은 시절 치열했던 작가의 열정을 담고 있다.

정철교 작가는 “예전과 현재의 작품을 두루 살피며 나의 작품이 이런 흐름을 거쳐 현재의 맥락에 이르렀음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