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지금 예술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미디어아트를 넘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상상을 뛰어넘는 예술 작품이 나오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대체 불가능 토큰) 작품을 사고파는 시대에 이르렀다. 과연 디지털·미디어 아트는 어디까지 진화할지, 또 미술계에서 얼마만큼 파급력을 가진 시장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디지털·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을 주목할 만하다. 민·관이 손잡고 ‘디지털·미디어 아트’라는 영역에 집중해 전시와 아트페어, 포럼까지 총망라한 행사로, 아시아 최초로 시도하는 형태의 페스티벌로 관심을 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문화기획단체 에이플럭션은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부산 전역에서 루프 랩 부산을 연다. 이 행사는 디지털·미디어 아트 분야에 집중해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 거래의 장을 마련하며, 전 세계 미술계 인사들과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한다. 디지털아트 분야로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루프 바르셀로나’도 참여한다. 루프 바르셀로나는 200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매년 열리는 세계 최초의 미디어아트 페어다. 전 세계 갤러리와 미술관, 컬렉터, 큐레이터, 작가 등과 협력해 미디어아트 관련 페어와 페스티벌, 연구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들이 이번 행사의 공동 주체로 참여해 부산을 비롯한 아시아의 디지털아트 시장을 주목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행사는 지역의 주요 미술공간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4~6월 열리는 전시에는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김해공항 등 문화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부산고은사진미술관 F1963 리앤배갤러리 카린갤러리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OKNP 등 지역 대표 갤러리와 전시공간 20여 곳이 참여한다. 이들은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미디어파사드,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등 관련 작품을 전시하며 새로운 작품 영역에 도전한다. 현재 리모델링 중인 부산시립미술관은 야외 조각공원과 도모헌을 활용해 ‘디지털 서브컬쳐’와 ‘아시아 무빙이미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달간 열리는 전시와 함께 포럼, 아트페어도 마련된다.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포럼(그랜드 조선 부산, 도모헌)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경제적 측면,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현재와 미래를 심도 깊게 논의한다. 스페인 MACBA(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선도적인 미래형 미술관 15곳이 참여하는 ‘미래미술관 포럼’과 아시아 11개국 기획자가 참여하는 ‘아시아 큐레이터스 포럼’, 전 세계 전문가가 참여해 디지털아트 자산에 관해 논의하는 ‘예술과 자본 포럼’, 영상 및 미디어 작품 수집 쟁점을 다루는 ‘디지털·미디어 아트 컬렉션 포럼’ 등이 해당 기간 열린다.

에이플럭션이 주도하는 페어(4월 24~26일·그랜드 조선 부산)는 루프 바르셀로나에 참여했던 국내외 갤러리와 기관 40여 곳이 참가해 디지털·미디어 아트 작품을 관람하고 거래하는 장으로 준비한다. 기존의 아트페어와 비교하면 다소 생소하지만, 전 세계 디지털아트 작품을 만나고 거래까지 도모하는 자리로 관심을 끈다. 거래 대상은 디지털사진 무빙이미지 미디어설치 NFT AR VR AI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플럭션은 2023년 젊은 컬렉터들이 모여 설립한 문화기획단체로, 산업계와 예술계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아트란 영역을 통해 새로운 미술 시장을 발굴하고 선점하는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은 “이번 행사는 디지털 기술 융합 시대의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제시하는 동시에, 디지털아트 플랫폼으로서 부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