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도시마다 역사·문화 스며있어
- 야마토 왕조가 천황칭호 쓴 이유
- 히로시마 물의 도시 재건과정 등
- 일본사 관점서 입체적으로 조명
어떤 나라에 속한 여러 도시의 면모를 하나씩 찬찬히 살피면 그 나라의 역사를 입체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파악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맛보았다. 아하! 이런 접근방식도 있구나 싶어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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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에 실린 아스카(飛鳥) 전경. 지금은 수더분한 마을 모습인데 일본사에서 중요한 야마토 왕조의 도읍으로, 일본인 마음의 고향으로 통한다. 푸른역사 제공 |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를 쓴 박진한 저자는 현재 인천대학교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이다. 이 대학의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일본 교토대에서 역사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도시는 역사다’ ‘제국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근대 도시 형성’ 등 역사 관점에서 도시를 조명하는 연구를 펼쳐왔다. 그는 저서 ‘시코쿠에서 일본을 읽다’ ‘인천, 100년의 시간을 걷다-근대 유산과 함께하는 도시 탐사’ 등도 펴냈다.
먼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혹자는 도시를 통해 일본을 살펴보는 것이 뭐가 그리 다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도시라는 개념은 지역마다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된 역사적인 산물이다.” (서문 중)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해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 ‘도시(都市)’라는 글자가 뜻하는 바는 개념과 역사 차원에서 조금씩 다르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그러니 그 나라 여러 도시를 파악해서 종합하면, 그 나라 역사와 문화가 손에 잡힌다.
책은 ‘고대: 도성제의 수용과 변용’이라는 제목의 첫 단원에서 아스카, 후지와라경, 헤이조경·나라, 헤이안경·교토를 살핀다. 이어 ‘중·근세: 무사의 등장과 조카마치의 성립’ 단원에서 가마쿠라, 아즈치, 오사카, 도쿄를 다룬다. 끝으로 ‘근대: 조카마치의 해체와 근대 도시의 형성’에서 하기 가고시마 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를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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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오는 기온마쓰리의 야마보코 행사 모습. 푸른역사 제공 |
각 도시에 붙은 설명문구는 해당 도시의 특징과 개성을 꿰는 표현이어서 독자가 흥미를 가질 만하다. 예컨대 저자는 적지 않은 한국인이 여행을 가는 일본 남부 도시 하기(萩)에 관해 ‘양이와 도막 운동의 진원지에서 위기의 지방 도시로’라는 문구를 붙였다. ‘조카마치 하기의 성립과 요시다 쇼인의 쇼코손주쿠’라는 수식도 했다. 히로시마는 ‘원폭의 과녁이 된 이유’ ‘재건 사업의 종결과 물의 도시 히로시마’ 등으로 설명했다. 아스카(飛鳥)는 ‘도왜인의 향기가 배어 있는 야마토 왕조의 도읍’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등이다.
처음으로 찾아가는 도시는 아스카이다. 아마 많은 한국인에게 ‘지명은 귀에 익었지만, 막상 가본 적은 없는’ 고장이 아닐까 싶다. 왜 아스카로 시작했을까. 저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아스카를 자주 찾아가곤 한다”며 혼자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대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떠올린다. 이어 나라현에 속한 아스카의 역사를 살핀다.
“현재 천황가의 선조에 해당하는 야마토 왕조는 7세기 무렵 수·당의 통일 제국 수립과 신라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천황’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군주의 주도로 중앙집권적인 국가체제를 수립하고자 노력했다. 이 시기에 야마토 왕조의 도읍이 바로 아스카였다.” 역사·문화에 관한 설명, 도시를 거니는 듯한 느낌, 그 도시의 공간 구조 특징이 책 속에 골고루 잘 스며있다.
‘헤이조경·나라’ ‘헤이안경·교토’ ‘가마쿠라’ 등의 단원도 요긴했다. 일본에 여행가거나 일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헤이안 시대’ ‘가마쿠라 막부’ 같은 말을 자주 만난다. 근데 헤이안 시대가 실제로 언제쯤인지, 가마쿠라는 어디 있는지 등 사항은 곧잘 까먹곤 한다. 이 인상 깊은 책은 일본사를 입체로 생생하게 파악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