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속살로 옷 짓는 게 가을 곶감 아니던가
순한 살결 굳은 살로 더 깊은 속 감싼다
달달한
아픔의 수위
사랑도 그런 거지
가을 하늘이 만들어 내는 풍경 중에서 발그레 얼굴 붉힌 감만큼 마음을 당기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랑이 만드는 아픔조차도 말랑한 그리움으로 녹여내는 시인의 시적 감성이 절절하다. 사랑은 곶감처럼 말라가 한 점 유물로 남는다. 시인은 우리 가슴에 잊지 못할 사랑으로 응집된 곶감 한 알씩을 안긴다 .
하잖은 사물을 바라보는 개성과 은유의 힘이 얼마나 많은 감동을 주는지 알게 된다. 시인의 손길이 빚어낸 시조는 간결한 정형 속에서 수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잖은 사물에서 본질을 건지는 깊은 은유의 표현력이 살아 숨 쉰다.
제살이 깎이는 고통을 품에 안고 사랑으로 녹여내는 곶감의 달달함이 온전히 느껴진다. 껍질이 벗겨져도 제 속살을 감싸는 옷을 짓는 무한한 사랑이, 오늘 나를 살게 한다. 사랑은 전부를 다 내보이고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온몸으로 야위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심장이 되는 것이다. 사랑은 신기루처럼 일어난 바램을 애태우는 가을 곶감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