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향·귀농·귀촌한 새농부
- 큰 기계 없어도 농사 가능”
- 쇼핑으로 일군 도구지식

농사짓는 사람이 있어야 밥이 입에 들어간다. 식재료를 마트와 시장에서 살 수는 있지만, 그것은 땅을 일구는 농부의 땀이 키웠다. 우리나라 땅의 1/5은 농지이고, 농업은 이어진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은 바뀌고 있다. 새로운 농부는 어려서부터 일을 배운 사람이 아니다. 귀향했든, 귀농을 했든 대체로 성인이 되어서 농사를 시작한다. 부모에게 농사일을 배운 적도 없고, 몸놀림과 힘쓰는 요령을 익힌 적도 없기에 힘들다. 그래서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연장을 찾는다.

초소형 경운기(왼쪽), 논 수동 제초기. 김종현 그림·상추쌈 제공

전광진의 ‘농사 연장-작은 농사와 시골 살림에 쓰이는 연장 이야기’는 새로운 농부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이 소개하는 농사 연장은 큰 기계를 들이지 않고도, 몇 마지기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작은 시골 살림과 도시 텃밭 경작의 자리도 마련한다.

전광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다가, 2008년 경남 하동으로 삶터를 옮겼다. 세 아이와 함께 살며, 작은 규모로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는다. 출판사도 운영한다. 조금씩 ‘땅 농사’에 익숙해지는 이야기를, ‘책 농사’에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서툰 농부가 연장에 관심을 두는 과정을 쓴 대목이다. “처음 파종기를 알아보게 된 것은 콩 심을 때였다. 콩 심는 얘기 하면 다들 콩 세 알 이야기부터 꺼내서는, 한 알 두 알 다 나눠 준다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먼 얘기였다. 콩밭에 앉아서 그런 이야기를 떠올릴 여유가 있을 리가. 콩 심겠다고 콩밭에 엎드려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남은 고랑이 아득할 뿐이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고 있으면, 우선 허리가 아파오고, 그 다음에는 분명 누군가가 허리가 덜 아프게 일할 수 있는 연장을 만들어 놓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는 인터넷 검색.”

연장 정리대. 김종현 그림·상추쌈 제공

얼마나 고될까. 저자는 농사와 집을 돌보며, 집안 곳곳에 연장이 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롭게 열린 쇼핑의 세계였다고. 무슨 일이든 시작하려면, 혹시 조금이라도 일을 쉽게 할 연장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졌다. 농사든, 시골 살림 일이든 쩔쩔매는 사람이 알아 두면 좋겠다 싶은 연장 목록도 쌓였다.

많은 일을 ‘호미’ 한 자루로 해치우는 동네 할머니를 따라 해 볼 엄두는 내지 않는다. 쪼그려 앉아 호미질 못 하는 농부를 위해 서서 일할 수 있는 ‘선호미’도 있다. 만들어 쓰기도 한단다. 농부는 줄어든다는데, 새 연장은 늘어나는 까닭이다. 새로운 농부를 위한 ‘뜻밖의 연장’은 지금도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아마존에서 팔리는 우리 호미(Homi)는 미국에서는 새로운 농사 연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닭장. 김종현 그림·상추쌈 제공

이 책에는 스무 가지쯤 농사 연장이 나온다. 논 수동 제초기, 초소형 경운기, 씨뿌리개부터 생태 뒷간과 닭장까지. 허리가 아프지 않게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연장, 반쯤 자동화해 혼자서도 일을 빨리 할 수 있는 연장, 손놀림을 정교하게 돕는 연장,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장 등. 작은 농사 연장이 시골 살림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