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0> 고려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가위

고려시대 여성 무덤서 출토…평소 쓰던 물건 함께 묻은 듯

  • 박미욱 정관박물관장
  •  |   입력 : 2024-10-14 19:31:2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위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가위는 미술시간 손에 쥐는 문구용부터 정원용 이발용 의료용까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도구다. 외국인이 감탄한다는, 고기나 냉면을 자르는 주방용 가위부터 용도보다 맛있는 소리로 기억되는 엿장수 가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창의성이 엿보이는 가위도 있다. 문득 이런 가위를 언제부터 사용했고, 예전엔 어떤 용도로 썼는지 궁금해진다.
부산 기장 용수리 유적 출토 청동가위. 정관박물관 소장
삼국 시대엔 고분에서 가위가 출토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건물이나 목탑 심초석 아래 매납되거나 사리장엄구에 포함됐다. 경주 안압지에선 90여 점 가위가 출토됐는데, 그중 납제 90점은 형태만 갖추었을 뿐 비실용적이어서 고대 사회에서는 제사 신앙의 주술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큰 건물지나 탑 사리장엄구 내 가위는 진단구(鎭壇具·나쁜 기운이 근접하지 못하게 땅에 묻은 공양품)로 쓰인 것은 아닐까.

기장 방곡리 유적에서 출토된 철제가위. 정관박물관 소장
통일신라시대 무덤에서도 가위는 확인되지 않다가 고려 시대 이르러서야 무덤에서 가위가 자주 발견된다. 고려 시대 장례 풍습은 많은 양의 유물을 부장하진 않았고, 의례용 부장품보다 피장자(被葬者)가 실생활에서 쓰던 물건을 무덤 안에 넣은 경우가 많다. 자기와 청동으로 만든 식기류, 청동숟가락, 동경, 장신구 등 피장자가 일상에서 쓰던 생활용품이었다.

고려 시대 무덤 속 대표적인 생활유물이 바로 가위다. 처음엔 고정못이 없는 8자형이 대세를 이루다가 뒤에 고정못이 있는 X자형으로 변화하면서 가위의 실용성도 높아졌다. 동경이나 빗 분합 유병 등과 함께 출토되는 경우엔 미용·화장도구로, 바늘과 함께 나오는 경우엔 재단·재봉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시대에 가위는 남녀 모두가 사용했겠지만, 무덤에서 함께 출토되는 유물로 미루어 보면 바느질로 의복을 장만하고 화장을 했던 여성이 더 많이 썼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려 시대 무덤 중 인골을 통해 성별이 남성으로 확인된 무덤에서는 가위가 출토되지 않았고, 여성으로 확인된 무덤에서는 동경·빗·장신구와 함께 가위가 종종 출토되고 있다. 고려 시대 무덤 속 가위를 보면 손때 묻은 실생활 도구로 사용되다가 피장자와 함께 부장돼 내세에서도 현세와 같은 삶을 누리길 염원하는 고려 사람의 마음이 읽힌다.

지난달 3일 개막한 정관박물관 특별기획전 ‘이제 우리의 일기를 쓰겠소’에선 무덤에서 출토된 가위를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개관 10년 되는 정관박물관의 자취를 담아낸 전시로, 정관신도시 개발을 위해 3년간 진행되었던 발굴 조사 과정과 박물관 건립에 관한 이야기, 10년간 박물관을 꾸려온 노력, 주민과 함께 성장해 온 정관박물관 일기이다. 정관박물관에 오셔서 한 줄의 가을 일기를 써 보시길 권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7. 7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10. 10[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8. 8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9. 9[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10. 10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