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짝퉁 이소룡, 마이너리티를 위한 찬가

‘이소룡-들’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7-25 19:36:0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용쟁호투’(1973)가 유작이 되어버렸지만, 이소룡의 그림자는 성룡이 대두하기 전까지 홍콩영화계를 맴돌았다. ‘사망유희’(1978)가 원래 ‘사망적유희’의 오프닝으로 삼고자 촬영한 장면을 엔딩으로 돌리고 대역배우로 기용해 찍은 추가 촬영분(그중 장례식 장면은 실제 이소룡의 장례식 현장을 담은 필름을 가져온 것이었다)에 이전 이소룡 영화 장면들을 부분적으로 떼어와 엉터리로 짜깁기해서 나온 괴작이었지만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대역을 맡은 한국 배우 김태정(‘당룡’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다시 기용해 속편인 ‘사망탑’(1981)을 찍는 실정이었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 한 장면.
심지어 스태프가 팔아넘긴 유출 시나리오를 갖고 쇼브라더스에서 낸 아류작 ‘신사망유희’(1975)가 ‘사망유희’보다 먼저 나오는 혼란한 판이었으니 당시 홍콩 액션영화는 시대의 아이콘이 사라진 후유증을 제대로 앓았다. 우후죽순 등장한, 일명 ‘브루스플로테이션’(Bruceploitation)이라 불렸던 짝퉁 이소룡 영화들. 그중에는 이두용 감독의 ‘아메리카 방문객’(1976)을 영어 더빙과 자의적 편집으로 위장하거나, ‘브루스 리의 클론들’(1980)처럼 이소룡 복제인간을 만드는 내용의 황당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다큐멘터리 ‘이소룡-들’(2023)은 이처럼 짝퉁 이소룡 영화가 범람하던 영화역사의 기이했던 한 시절을 돌이켜보고자 한다. 골수 이소룡 팬이라면 아마도 다소 아쉬움을 피력할 법하다. 가장 대표적인 이소룡 대역 배우로 손꼽을 ‘사망유희’와 ‘사망탑’의 배우 김태정에 관한 내용이 완전히 누락돼 있고, ‘비룡과강’(1978)으로 아류 이소룡 영화에 대한 풍자를 시도한 홍금보의 인터뷰나 생전 이소룡과 직접적인 인연(‘정무문’(1972)에서 악역의 일부 스턴트 대역과 ‘용쟁호투’에서 엑스트라)이 있었고 ‘신정무문’(1976)까지 찍은 성룡에 대한 언급과 비중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소룡 사후 50주년을 추모한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에는 나름의 호소력이 있다. 영화는 이소룡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돌이키면서,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그의 대타를 구하고자 했던 대중의 분위기, 그에 부응해 이소룡의 그림자가 되길 자청했던 이들의 존재를 재조명한다.

대만의 하종도, 한국의 거룡, 버마의 브루스 례, 홍콩의 양소룡(주성치의 ‘쿵푸 허슬’(2004)에서 악역)의 일대기를 중점으로 풀어놓는 영화는, 거기에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던 브루스플로테이션 무비들의 면면을 포개면서 모종의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분명 이소룡은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거인의 뒤안길에 가려졌고, 끝내 원본을 넘어설 수 없었던 난쟁이들의 삶은 이처럼 누군가 관심을 갖고 비춰주지 않으면 쓸쓸한 독백으로 남고 잊혔을 것이다. 마이너리티에도 치열함과 진정성이 있고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출연한 영화는 태반이 엉터리 B급에 지나지 않았고, 제대로 대우받지도, 영광을 누려보지도 못했지만, 스크린 속에서 온몸을 날리며 치고받았던 삶마저 짝퉁이라고 비웃을 순 없다.

크고 화려한 불꽃은 되지 못했을지언정, 작은 폭죽이 일으킨 찰나의 반짝임 또한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추억의 일부가 되기 마련이다. 그 역시도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고, ‘이소룡-들’은 한 조각 위로를 건넨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10. 10“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3. 3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7. 7[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8. 8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9. 9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