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창건 당시 건물은 모두 사라졌지만, 조선 개국 이전부터 살아온 향나무는 오늘도 규장각 봉모당 앞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창덕궁 규장각 향나무(천연기념물)’는 오늘날 궁궐에서 가장 오래된 고목으로, 추정 수령은 750~760살이다. 현재는 받침대 15개가 괴어져 있다. 규장각 가까이 선원전이 있다. 선원전은 왕실의 제사 공간인데, 향나무는 제향에 쓸 재료로 보호받았고, 덕분에 규장각 향나무가 기나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창경궁 남쪽의 선인문 돌다리와 명정전 행각에는 사도세자가 죽는 비극적인 역사를 가까이 지켜봤을 회화나무 두 그루가 자란다. 인간의 수명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오래 사는 나무, 그중에서도 궁궐을 오래 지키고 있는 고목은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나무 고고학 분야의 권위자 박상진 교수는 조선 4대 궁궐에 자리한 주요 고목을 소개하고, 그 나무가 당시 어떤 의미였을지 옛 그림·사진·문헌의 도움을 받아 살펴본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추정 나이부터 궁중에서 나무의 역할, 얽힌 사연 등 고목과의 만남을 더욱 값지게 할 이야기를 모았다. 고목을 탐색하면서 발견한, 소실되거나 복원한 공간과 나무 이야기는 궁궐의 변천을 실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