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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잠들었던 고려 이야기, 세상 밖으로 건져올리다

이병순 작가 장편소설 ‘태안선’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7-09 18:57:2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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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발견된 유물 중심으로
- 문화유산·수중고고학 들려줘
- SSU 등 탐사대원 목소리 생생

작가 이병순이 장편소설 ‘태안선(사진)’을 최근 선보였다. ‘태안선’은 2007년 충남 태안군 마도 바다에서 발견된 800~900년 전 고려 시대 침몰 선박과 그 배에서 발견된 엄청난 유물을 중심으로 수중고고학·바다·문화유산·삶 이야기를 펼친다. 이병순 작가는 신춘문예 등단 작품 ‘끌’과 첫 장편소설 ‘죽림한풍을 찾아서’에 이어 ‘태안선’을 내놓으며 ‘문화유산·고미술에서 이야기를 캐내는 작가’로 더 또렷하게 각인됐다.
장편소설 ‘태안선’으로 수중고고학과 해저유물 탐사대원을 그린 이병순 작가. 오른쪽 사진은 고려 시대 서해에 침몰한 배에서 실제 출토된 유물 가운데 사슴뿔이다. 900년 가까이 된 고려의 사슴뿔은 약재인 녹용이었을까 장식품 용도였을까. 작가 제공·국제신문 DB
■고미술·문화유산 품는 소설가

부산 문단에서 활동하는 이병순 작가는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끌’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끌’은 평생 가구를 만든 목수의 일과 삶에서 이야기를 캐냈다. ‘끌’은 우리 공예 장르와 맥이 닿아 있다. 2021년 펴낸 첫 장편소설 ‘죽림 한풍을 찾아서’는 일제강점기 1930년대 절정의 기품을 간직한 우리 미술품 ‘죽림 한풍’을 놓고 대를 이어 펼쳐지는 긴박한 드라마다.

‘태안선’은 들물·날물, 난류·한류가 뒤섞이는 해역처럼 여러 이야기 줄기가 공존하는 장편소설이다. 수중고고학, 문화유산, ‘뱃놈’ 집안, 떠나는 연인, 아픈 가족사 …. 이 모든 이야기 줄기를 지탱하는 기둥은 태안선이라는 고려 시대 침몰선과 거기서 나온 유물이다. 작가는 무엇보다 수중고고학과 옛 유물에 관해 다큐멘터리 같은 서술을 앞세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과하며 이병순은 고미술·문화유산에서 과거와 오늘의 이야기를 캐내는 작가 면모를 단단하게 가꾼 느낌이다.

■바다는 현실

‘태안선’을 읽은 뒤 곧장 실제 태안선 발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봤다. 2007년 태안군 마도 바다에서 한 어민이 주꾸미를 낚다가 고려청자를 건져 올리면서 태안선(또는 태안 마도선)이라는 고려 시대 침몰 선박은 엄청난 파란을 몰고 왔다. 그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이병순의 소설 ‘태안선’을 방금 읽었기 때문일까. 어딘지 허전했고, 뭔가 빠진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험하고 위험한 바다 현장에서 실제로 유물을 찾아내고 건져 올린 해양유물 탐사대원의 목소리나 모습을 접하기 어려웠다.

이병순은 ‘태안선’에서 험하고 위험한 바다에 직접 뛰어든 해양유물 탐사대원들 이야기를 소설의 가장 중요한 기둥으로 세웠다. 송 대원(송기주) 같은 유물 전문가도 있고 해병대 출신 베테랑으로, 개성 강한 투덜이 캐릭터인 마뇽(임만형)도 있다. SSU(해군해난구조전대) 출신 민간 잠수사로, 사람은 좋지만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 신원표도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장의 해양유물 탐사대원이다. 이들이 뛰어들어야 할 바다는 철저하고 처절한 현실이다. 등장인물 몇은 줄곧 한국 수중고고학이 아직 뒤처져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바다는 은유

동시에 탐사대원들이 뛰어드는 바다는 삶을 은유한다. 송 대원의 할아버지는 43년, 아버지는 라스팔마스 해역을 무대로 18년 동안 뱃사람으로 살았다. 연인 영지가 송대원 곁을 결국 떠나게 되자 송 대원은 “영지라는 배”(236쪽)라고 표현한다. 냉정한 투덜이 캐릭터인 마뇽도 알고 보니 가족사가 아프다. 마뇽은 “내가 아버지나 할머니의 암초였던 거지”(221쪽)라고 말하고 송 대원은 그런 마뇽에 관해 “그의 마음에도 아버지라는 침몰선이 가라앉아 있었다”(224쪽)고 표현한다.

장편소설 ‘태안선’은 수중고고학·해저유물 탐사대원·고려 시대 선박·청자와 유물 같은 낯설고 귀한 세계를 문학으로 형상화해 우리 곁에 데려다 준 값진 시도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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