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원·반달모양 망건에 달아
- 신분따라 사용한 재료 다양
“이거 이름이 뭔지 알아? 조선의 남자들이 다 쓰고 다니길래 나도 하나 샀어.”
“갓.”
“오, 마이 갓. 조선인들은 언제나 God과 함께 하는 건가?”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국인 카일 무어가 신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God’과 우리 전통 쓰개 ‘갓’의 발음이 같은 것을 소재로 했던 언어유희다. 이처럼 조선의 점잖은 남자는 외출 때 항상 갓이라 불린 흑립(黑笠)을 착용했다.
조선 선비의 외출 친구였던 갓도 시간 흐름에 따라 분명한 유행이 있었다. 그렇기에 사극을 보면서 고증에 관해 아는 척하기 가장 좋은 복식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갓이 아닐까 싶다. 조선 초기 갓은 모자의 꼭대기가 둥근 형태였으나 점차 평편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갓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갓은 거대해져 몸체는 높게 솟고 챙은 어깨를 덮을 정도로 커졌는데, 이는 양반층의 신분 과시와 당시의 미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
이처럼 18세기에는 조선에서 남성 갓의 거대화와 더불어 여성의 가체 또한 금지령이 내려질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 비슷한 시기 저 멀리 유럽의 프랑스에서도 여성 헤어스타일이 거대화된 점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흥미를 일으킨다.
갓과 함께 쓰이는 부속물로는 망건(網巾) 풍잠(風簪) 관자(貫子) 동곳 상투관 등이 있다. 그중 바람 풍(風)과 비녀 잠(簪)이라는 한자를 사용하는 풍잠은 망건에 다는 타원 또는 반달 모양 장식품으로, 갓을 이마 위에 고정시켜 갓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갓은 현재 우리가 쓰고 다니는 모자와 달리 눌러쓴다기보다는 머리에 얹히는 느낌으로 착용하기에 바람에 넘어가기 쉽다. 상투를 틀고,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게 망건을 두르고 망건 윗부분인 ‘당’ 중앙에 풍잠을 다는데, 이렇게 하면 풍잠이 이마 중심에 위치해 바람이 불어도 갓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된다. 흥부가에서 놀부는 제비집을 처마에 붙이는 것을 보고 “망건 당에 풍잠 달 듯 한다”고 비유했다. 풍잠 형태는 망건의 당 중앙에 다는 형, 풍잠 끝에 빗을 달아 머리에 꽂는 형, 상투관에 풍잠이 연결된 일체형 등이 있다.
풍잠은 신분에 따라 정해진 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류층은 주로 대모 호박 마노 등을 썼고, 서민은 소뿔 뼈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했다. 국립해양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에서 만날 수 있는 풍잠은 휘어진 반달 모양의 대모 풍잠이다. 풍잠 아래 구멍에 실을 꿰어 망건의 당에 다는 형태다. 대모는 바다거북의 일종으로 대모의 등딱지는 나전(螺鈿) 산호(珊瑚) 진주(眞珠) 어피(魚皮) 등과 함께 해양 공예의 주요한 소재이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잠시 시간 여행을 하듯 조선 선비의 멋을 느끼며 해양 공예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