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들이 주춧돌로 벽으로 숨을 쉴 때
하늘도 제 몸 찢어 쪽빛으로 가린 골목
아미동 비탈길에서 변함없이 웃고 있다
금이 간 구석자리 여미면서 버틴 날들
생사가 공존하는 경계에 올라서서
간격을 품에 안는다 경사면을 당긴다
아미동 산복도로변의 비석마을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일본인의 공동묘지 위에 들어선 마을이다. 지금도 공동묘지의 묘비로 쓰인 비석들이 주춧돌과 벽으로 남아 숨을 쉬고 있다.
비석마을은 1950년 6·25 전쟁의 아픈 역사와 상흔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네다. 북쪽에서 물밀듯 밀려든 피란민에게 고단한 한 몸 누일 곳으로 허락된 곳은 그나마 묘지가 들어선 산중턱이었다. 당장 추위와 배고픔에 자리를 가릴 처지도 아니었고, 오히려 살 수 있도록 거처를 내어준 망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진다는 주민들이다.
쪽빛 하늘도 몸을 찢어 가릴 만큼 좁고 가파른 골목, 금이 가고 구석진 자리에서 의료 혜택은커녕 생사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민들레 꽃말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피어나는 그들이다. 민들레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가파른 비탈길도 어느 틈에 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