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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활도 없어 무용지물인 육군, 도망 다니기만 바쁜 수군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9> 정유년(1597년)7월17~29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6-09 19:27:0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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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한 원균 탓에 거듭 패배만
- 대책 찾겠다고 자청한 이순신
- 충직한 9인의 장수와 현장으로
- 오합지졸 조선군 보니 탄식만

7월17일[8월29일]

가끔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이희남을 종사관(황여일)에게 보내어 어제 들은 세남의 말을 전했다. 늦게 초계군수가 벽견산성(의령의 벽계산성인 듯)으로부터 돌아가다가 만나고 갔다. 송대립 유황 유홍 장덕홍 등이 보러 왔다가 해가 저물어 돌아갔다. 변대헌 정운룡 득룡 구종 등은 모두 초계의 아전들인데 어머니 집안(초계 변씨)과 같은 파(派)라며 보러 왔다. 큰비가 종일 내렸다. 신여길이 백지 임명장을 바다 가운데서 분실했으므로 경상순찰사에게 조사받으러 갔다.
경남 거제시 하청면 칠천로에 자리한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에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1597년 칠천량해전 상황. 이번 회에는 칠천량 패전에 관한 보고와 묘사가 여러 번 나온다.
7월18일[8월30일] 맑음.

새벽에 이덕필이 변홍달과 함께 와서, “16일 새벽에 수군이 밤 기습으로 대패했는데, 통제사 원균, 전라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최호 및 여러 장수와 많은 사람이 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통곡함을 참지 못했다. 조금 있으니 원수(권율)가 와서 말하되, “일이 이미 이 지경으로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새로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이야기를 계속했으나 오전 10시가 되어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나는 “내가 직접 연해안 지방으로 가서 실지 사정을 보고 듣고 난 뒤에 대책을 정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말하니, 원수는 그때서야 매우 기뻐하며 이를 승낙하였다. 나는 송대립 유황 윤선각 방응원 현응진 임영립 이원룡 이희남 홍우공과 함께 길을 떠났다. 삼가현에 도착하니 새로 부임한 삼가현감(신효업)이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치겸도 와서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

※일기의 이 부분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순신을 공부함에 있어서도 새겨봐야 할 주요한 점이다. 첫째 백의종군 중이고 아직 아무런 직책이 없는 상태인데 왜 그는 자청하여 대책을 세워보겠다 했을까 하는 점과 둘째 왜 현장을 둘러본 뒤에 대책을 세우려 했을까 하는 점(현장에 답이 있다)이다. 그리고 이순신을 따라나선 충의에 찬 9인의 장수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7월19일[8월31일]

종일 비가 내렸다. 가는 길에 단성의 동산산성(산청군 신안면 중촌리)에 이르러 그 형세를 살펴보니, 매우 험하여 적이 엿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대로 단성현에서 유숙했다.

7월20일[9월1일]

종일토록 계속해 비가 왔다. 아침에 권문임의 조카 권이청이 와서 만났고, 단성현감(안륵)도 와서 봤다. 낮에 진주 정개산성(하동군 옥종면 종화리 산57) 아래에 있는 강가의 정자로 갔다. 거기에 진주목사(나정언, 당시 정개산성을 지키고 있었다)가 와서 만났다. 굴동의 이희만의 집에서 잤다.

7월21일[9월2일] 맑음.

일찍 떠나 곤양군에 도착했다. 이곳은, 군수 이천추가 고을을 지키고 있고, 백성도 대부분 본업(농사)에 힘써서 혹은 이른 벼를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혹은 보리밭을 갈기도 하였다. 고마운 일이다. 점심 후에 노량에 도착하니, 거제현령 안위와 영등포만호 조계종 등 여남은 사람이 와서 통곡하고, 피해 나온 군사와 백성도 울부짖지 않는 이가 없었다. 경상수사(배설)는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우후 이의득이 보러 왔기에 패한 상황을 물었다. 모든 사람이 울면서 말하되, “대장 원균이 적을 보고 먼저 육지로 달아나고, 모든 장수도 그를 따라 육지로 도망가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이어 대장의 잘못을 퍼붓는데 차마 입으로는 표현할 수 없고 주로 “그놈의 살점이라도 뜯어먹고 싶다”는 등의 악담이었다. 거제현령의 배 위에서 자면서 거제현령 안위와 함께 새벽 2시가 지나도록 이야기했다. 조금도 눈을 붙이지 못했고, 그 바람에 눈병이 생겼다.

7월22일[9월3일] 맑음.

아침에 경상수사 배설이 와서 보고 원균의 패망하던 일을 많이 말했다. 식후에 남해현감 박대남이 있는 곳에 가보니, 병세가 거의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짐말(卜馬)과 전마(戰馬)를 서로 바꿀 일을 다시 의논하니 종 평세와 군사 1명을 데려오겠다고 한다. 오후에 곤양(사천시 곤양면 성내리)에 도착했다. 몸이 불편하므로 거기서 잤다.

※임금은 이 날 이순신을 통제사로 재기용하는 교서를 내린다. (8월 3일 수령)



7월23일[9월4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송대립을 시켜 원수부에 갖다주게 했다. 곧 뒤따라 떠나서 십오리원(곤명면 봉계리 봉계원)에 가니, 배백기(흥립)의 부인 일행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말에서 내려 잠깐 쉬고 진주 운곡(하동 옥종)의 전에 유숙했던 곳에 도착하여 잤다. 백기 배흥립(칠천량해전서 중상을 입었다)도 와서 잤다.

7월24일[9월5일]

비가 계속해 왔다. 한치겸(부찰사 한효순의 셋째아들), 이안인이 부찰사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정씨의 종 예손과 손씨의 종이 함께 돌아갔다. 식사를 한 뒤에 이홍훈의 집(하동 옥종면 청룡리에 있다)으로 거처를 옮겼다. 방응원이 정개산성에서 와서, “종사관(황여일)이 정개산성에 와서 연해안 사정을 보고 들은 대로 전해 주어서 알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군량 2섬, 말 먹이 콩 2섬, 말 편자 7벌을 가져왔다. 이날 저녁 조방장 배경남이 보러 왔기에 술로 위로했다.

7월25일[9월6일] 맑음.

늦게 개었다. 종사관 황여일이 편지를 보내어 문안했다. 조방장 김언공이 보러 왔다가 원수부로 갔다. 배수립이 보러 오고 이곳 주인 이홍훈도 보러 왔다. 남해현령 박대남이 그의 종 용산을 보내어 내일 들어오겠다고 전했다. 저녁에 배흥립을 문병 가보니, 고통이 극심했다. 걱정이다. 황 종사관에게 송득운을 보내 문안했다.

7월26일[9월7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일찍 밥을 먹고 정개산성 아래에 있는 송정(松亭)으로 가서 종사관 황여일과 진주목사(나정언)와 함께 이야기했다. 해가 저물어 숙소로 돌아왔다.

7월27일[9월8일]

종일 비가 내렸다. 이른 아침 정개산성 건너편 손경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머물렀다. 늦게 동지 이천과 판관 정제가 와서 체찰사의 명령(수군을 수습하고 응전 대책을 세울 것을 명령했을 것이다)을 전하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 동지는 배 조방장(흥립)이 있는 곳에 가 잤다.

7월28일[9월9일]

계속 비가 왔다. 이희량이 보러 왔다. 초저녁에 동지 이천과 진주목사와 소촌찰방 이시경이 와서 밤늦게 이야기하고 왜적과의 응전 대책을 논의하다가 자정이 지나서야 돌아갔다.

7월29일[9월10일]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아침에 동지 이천과 같이 밥을 먹고 그를 체찰사에게로 보냈다. 늦게 냇가로 나가 군사를 점검하고 말을 달려보았는데, 원수가 보낸 자들은 모두 말이 없고 활과 화살도 없으니 아무 쓸데가 없었다. 탄식할 일이다. 저녁때 들어오다가 배흥립 동지와 남해현령 박대남에게 들렀다. 밤새 큰 비가 왔다. 찰방 이시경에게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물었다.



※이날 일기는 한달 보름 후에 거둘 명량승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째 당시 육군은 수군에 비해 오합지졸에 가까왔던 것 같다. 지난번 장문포 해전에서 육군과 수군의 전군이 동원되어 원수(권율)의 지휘 아래 전투를 벌였지만 원수의 사전 준비와 지휘 능력 부족으로 승전이라 볼 수 없는 졸전을 치루고 원수(권율)와 통제사(이순신)는 추국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순신은 이때 육군의 전투 능력에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그가 함경도 시절 군마를 정비하고 치밀한 사전 전략으로 여진족 추장을 사로잡을 때 그의 육군은 강군이었다. 그런데 오늘 원수로부터 받은 육군부대를 점검해 보니 활도 없고 말도 없어 적을 무찌르는 데 아무 쓸데가 없었다. 이순신은 남해현령 박대남에게 부지런히 전마를 만들어 내라고 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지금의 육군 병력으로써 왜적을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 같다.

둘째, 이순신 지휘하의 조선수군은 막강했다. 싸우면 이겼고 패전을 몰랐다. 그런데 지휘관이 원균으로 바뀌고 나서 반년도 되기 전에 강건한 수군도 오합지졸로 전락했다. 특히 전쟁 초 경상수군은 원균 수사의 지휘하에 있었는데, 적의 막강한 힘에 겁을 먹고, 도망에 필요한 4척 정도만 남겨 놓고, 모든 전선을 불태우고 도주하다 부득이 전라수군에 붙어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원균에 이어 지휘권을 잡은 배설 또한 경상수군을 강군으로 이끌지 못했고 칠천량 해전을 당해서는 경상수군의 전함 12척(경상수군의 전함은 원래 36척 정도였는데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위에 본 바와 같이 4척 정도만 남았고, 그 후 수년간 병력 증강을 계속한 끝에 12척이 되었다)을 이끌고 도주했다. 7월 16일 수군이 참패를 당하고 그로부터 7일후인 7월 22일 배설은 이순신 앞에 나타났고 그때 아마도 경상수군 12척의 소재를 얘기했을 것이다.

셋째, 통제사 이순신은 또 싸워야 했다. 말도 탈 줄 모르는 육군 부대를 데리고 싸워야 할 것인가? 도망만 다니는 경상수군의 전함 12척을 이끌고 싸워야 할 것인가?

이 해 8월 15일 일기를 보면 그는 임금의 분부를 받자마자 바로 장계를 올리는데 거기서 이순신은 육군으로 가라는 명을 거부하고 경상수군을 선택한다. 이순신 지휘 하의 경상수군은 한달여 만에 상상할 수 없는 강군으로 변해 명량대승첩을 거둔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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