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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없는 수군, 칠천량 바다서 궤멸…거북선도 불탔다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8> 정유년(1597년) 7월1~16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6-02 18:56:4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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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적 습격 받아 속수무책 당해
- 맨땅서 다시 일어서는 계기 돼
- 어머니 그리워하는 대목 많아

경남 거제시 하청면 칠천로에 조성한 칠천량해전공원에 정유년(1597) 벌어진 칠천량해전을 설명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정유년(1597년) 7월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해 조선 수군은 거의 전멸하고, 자신도 죽는다. 이순신은 백의종군을 벗고 또 일어난다. 맨땅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달도 그에겐 어머니가 그립다.

7월1일[8월13일]

새벽에는 비 오고 늦게는 개이다. 명나라 사람 3명이 왔는데 부산 가는 길이라 했다. 송대립(송희립의 형이다)이 송득운과 함께 왔다. 안각도 보러 왔다. 저녁에 서철 및 방덕수와 그의 아들이 와서 잤다. 이날 밤 가을 기운이 몹시 서늘하니 슬픔과 그리움을 어찌 다 말하랴. 송득운이 원수의 진을 왕래하다 보니 종사관(황여일)이 냇가에서 젓대(피리) 소리를 듣고 있더라는 것이다. 오늘이 바로 경건해야 할 인종의 제삿날인데 매우 놀랄 일이다.

7월2일[8월14일] 맑음.

아침에 변덕수가 돌아왔다. 늦게 신제운과 평해 사는 정인서가 종사관 심부름으로 문안하러 왔다. 오늘이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인데 멀리 천 리 밖에 와 군무에 꼼짝없이 매여있으니 이런 서글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7월3일[8월15일] 맑음.

새벽에 앉아 있으니 싸늘한 기운이 뼈에 스민다. 비통한 마음이 한결 더해졌다. 어머니 제사에 쓸 조과(튀김과자)와 밀가루를 장만했다. 늦게 심부름시키라고 정읍의 군사 이양, 최언환, 건손 등 세 사람을 보내왔다. 늦게 장후완(곡포권관)이 남해에서 보러 와 남해현령(박대남)의 병이 심하다고 전했다. 걱정스럽다. 얼마 뒤 합천군수 오운이 보러 와서 산성(백마산성) 일을 많이 말했다.(6월 15일 일기 참조) 점심 후 원수의 진으로 가서 황 종사관과 이야기했다. 종사관은 전적 박안의와 함께 활을 쏘았다. 이때 좌병사가 그 군관을 시켜 항복한 왜인 2명을 잡아 왔는데, 그들은 가등청정의 부하라고 했다. 해가 저물어 돌아왔는데, 고령현감이 성주(星州)에 붙들려 가 갇혔다 한다.

7월4일[8월16일] 맑음.

아침에 종사관 황여일이 정인서를 보내어 문안했다. 늦게 이방과 유황이 오고, 흥양의 양점, 찬, 기 등이 나라를 위해 자원입대하겠다고 왔다. 변여랑, 변희보, 황언기 등은 모두 무과에 급제하고서 출사는 않고 있던 사람인데 나를 만나보러 왔다. 변사증과 변대성도 만나보러 왔다. 점심 후 비가 뿌렸다. 아침밥 때 안극가가 보러 왔다. 어두워서 큰비가 오기 시작해 밤새 그치지 않았다.

7월5일[8월17일] 비 옴.

체찰사의 종사관 남이공이 초계 관내를 지나간다고 하여, 초계군수가 종사관을 맞이 하기 위해 아침에 산성에서 내려와 내 숙소 앞으로 지나갔다. 늦게 변덕수가 왔다. 변존서가 또 마흘방으로 갔다.

7월6일[8월18일] 맑음.

꿈에 윤삼빙을 만났는데 나주로 귀양간다고 했다. 늦게 이방(李芳)이 보러 왔다. 빈방에 홀로 앉았으니 그리움과 비통함을 어찌 말로 다 하랴! 저녁에 바깥채에 나가 앉았는데 변존서가 마흘방에서 돌아오기에 안으로 들어왔다. 안각 형제도 변흥백을 따라왔다. 이날 제사에 쓸 중배끼(밀가루와 꿀로 만든 유밀과, 제사에 쓴다.) 5말을 꿀로 만들어 봉해서 시렁 위에 올려놓았다.

7월7일[8월19일] 맑음.

오늘은 칠석이다. 슬픔과 그리움을 어찌 다 말하랴. 꿈에 원균과 한자리서 만났는데 내가 원균보다 상석에 앉았다. 음식상을 내올 때 보니 원균이 즐거운 기색을 보이는 것 같았다. 무슨 조짐인지 모르겠다. 박영남이 한산도에서 와서 말하기를 자기 주장(主將, 원균을 말함)이 패전한 잘못으로 처벌받기 위해 원수에게 붙들려 갔다고 했다. 초계군수가 계절 산물(百果)을 갖추어 보내왔다. 아침에 안각 형제가 보러 왔고, 저물녘에는 흥양 박응사가 보러 오고, 심준 등도 보러 왔다. 의령현감 김전이 고령에서 와서 병사의 처사가 잘못된 점을 많이 말했다.

7월8일[8월20일] 맑음.

아침에 이방(李芳)이 보러 왔기에 밥을 대접해 보냈다. 그에게서 들으니 원수가 구례에서 나와 벌써 곤양에 도착했다 한다. 늦게 집주인 이어해가 최태보와 함께 보러 오고, 변덕수도 보러 왔다. 저녁에 송대립, 유홍, 박영남이 왔다가 송, 유 두 사람은 밤이 깊어 돌아갔다.

7월9일[8월21일] 맑음.

내일 아들 열을 아산으로 보내려고 제사에 쓸 과일을 싸서 봉했다. 늦게 윤감, 문보 등이 술을 가지고 와 열과 변주부(존서)에게 전별하는 술을 권하고 돌아갔다. 이날 밤 달빛이 대낮같이 밝고, 어머니를 그리며 슬피 우느라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7월10일[8월22일] 맑음.

새벽에 일어나 앉아 열과 변존서를 떠나 보내려고 날새기를 기다렸다. 아침을 먹은 후 정회를 스스로 억누르지 못해 결국 통곡하며 보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구례에 가서 말을 구해 타고 간다 하니 더욱더 걱정이 된다. 열 등이 떠나자마자 종사관 황여일이 와서 한참이나 이야기했다. 늦게 서철이 보러 왔다. 정상명이 전사자를 염할 때 말가죽 대신에 사용할 종이마대 만들기를 마쳤다. 저녁에 홀로 빈방에 앉아 있노라니 정회가 끓어올라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뒤척였다.

7월11일[8월23일] 맑음.

열이 잘 갔는지 걱정이다. 더위가 매우 심하니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늦게 변홍달, 신제운, 임중형이 보러 왔다. 홀로 빈방에 앉아 있으니 어머니가 한없이 그립다. 종 태문이 종 종이와 함께 순천으로 갔다.

7월12일[8월24일] 맑음

아침에 합천군수가 햅쌀과 수박을 보냈다. 점심을 지을 즈음 방응원, 현응진, 홍우공, 임영립 등이 박명현이 있는 곳에서 와서 함께 밥을 먹었다. 종 평세가 열을 따라 마중갔다가 돌아왔다. 잘 갔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니 그리웁고, 내 신세를 생각하니 한탄스럽다. 이희남이 사철쑥을 베어 100묶음 가져왔다.

7월13일[8월25일] 맑음.

아침에 남해현령이 편지를 보내고 음식물도 많이 보내면서 또 전마(戰馬)를 끌어가라고 하기에 답장을 썼다. 늦게 이태수, 조신옥, 홍대방이 와서 적 토벌할 일을 이야기하였다. 송대립, 장득홍도 왔다. 장득홍은 자비로 복무하겠다기에 양식 두 말을 내 주었다. 칡을 캐어 왔다. 남해의 아전이 심부름꾼 2명을 데리고 왔다. 이방도 와서 만났다.

7월14일[8월26일] 맑음.

이른 아침에 정상명에게 종 평세, 귀인을 딸려서 짐말(卜馬) 두 필을 남해로 보냈다. 정상명은 전마(戰馬)를 끌어오기 위해 남해로 간 것이다. 새벽 꿈에 내가 체찰사와 함께 어떤 곳에 갔는데, 많은 송장이 널려있어 혹은 밟고 혹은 머리를 베기도 했다. 아침을 먹을 때 문인수가 와가채(음식의 일종)와 동아전(과자의 일종)을 가져왔다. 방응원, 윤선각, 현응진, 홍우공 등과 함께 이야기했다. 홍우공은 병든 부친 때문에 종군하고 싶지 않아 팔이 아프다고 핑계 대니 그 심보가 고약하다. 낮 10시께 종사관 황여일은 정인서를 보내어 문안하고, 또 김해 사람으로 왜놈에게 부역했던 김억의 고목을 보이는데, “7일에 왜선 500여 척이 부산에서 나오고, 9일에 왜선 1000척이 합세하여 우리 수군과 절영도 앞바다에서 싸웠는데, 우리 전선 5척이 표류하여 두모포(기장 죽성)에 닿았고, 또 7척은 간 곳을 모른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황 종사관이 군대 점호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와 만나 앞 일을 상의한 후 그대로 앉아서 활 쏘는 것을 구경했다. 얼마 뒤 내가 타고 간 말을 홍대방더러 달려보라 했더니 매우 잘 달리는 것이었다. 날씨가 비 올 것 같아 바로 돌아왔는데 집에 닿자마자 비가 마구 쏟아졌다. 오후 8시경에는 다시 개어 달빛이 밝아지니 또 온갖 생각이 일어난다.

7월15일[8월27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늦게 조신옥, 홍대방 등과 여기 있는 윤선각까지 9명을 불러 떡을 차려 먹였다. 아주 늦게 중군 이덕필이 왔다가 저물어서 돌아갔다. 그를 통해 우리 수군 20여 척이 적에게 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분통이 터진다. 그러나 어찌할 방책이 없으니 더욱 한스럽다. 어두워서 비가 크게 내렸다.

7월16일[8월28일]

비가 오다 개다 하면서 날씨가 종일 흐렸다. 아침식사 후에 손응남을 중군(이덕필)에게 보내어 수군 소식을 좀 더 알아보게 했다. 응남이 중군의 말을 전하는데, “경상좌병사의 긴급보고로 보아 불리한 일이 많다”고 하면서도 자세히 말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한탄스럽다. 늦게 변의정이란 사람이 수박 2덩이를 가지고 왔다. 그 모습이 형편없이 어리석고 용렬해 보였다. 궁벽한 촌에 사는 사람이 배우지 못하고 가난해서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니 이 역시 소박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낮에 이희남에게 칼을 갈게 했는데 매우 예리하게 갈아 능히 적장의 머리를 벨 만하였다.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졌다. 아산 가는 아들 열의 여정에 고생이 많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저녁에 영암 송진면에 사는 사삿집 종 세남이 서생포에서 벌거벗은채 맨몸으로 뛰어왔다. 그 까닭을 물으니, “7월 4일에 전라병마우후(이엽)가 탄 배의 격군이 되어 5일에 칠천도에 가서 정박하고, 6일 옥포에 들어왔다가 7일 날이 밝기도 전에 말곶(부산 강서구 천가면 성북리 가덕도 최남단)을 거쳐 다대포에 이르렀습니다. 왜선 8척이 정박하고 있기에 우리의 여러 배가 곧장 돌격하니, 왜놈은 몽땅 뭍으로 올라가고 빈 배만 걸려 있어 우리 수군이 그것들을 끌어내려 불질러 버렸습니다. 그 길로 부산 절영도 바깥 바다로 향하다가 마침 그때 대마도에서 건너오는 적선 1000여 척과 마주쳤습니다. 싸우려 했더니 왜선은 흩어져 싸움을 피하므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중에 제(세남)가 탔던 배와 다른 배 6척은 배를 잘 제어하지 못하고 표류되어 서생포 앞바다에 이르러 상륙하려다가 모두 살육당했습니다. 요행히 저만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 숨어있다가 무릎으로 기어 간신히 목숨을 보존해 여기까지 왔습니다”고 했다. 듣고 보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믿는 것은 오직 수군뿐인데, 수군마저 이러하니 다시는 희망이 없게 되었다. 더욱이 선장 이엽이 왜적에게 묶여 갔다고 하니 더더욱 원통하다. 손응남이 저의 집으로 돌아갔다.

※일기 쓴 이 날(16일)이 칠천량 바다서 조선 수군이 전멸하는 날이다. 통제사 원균도 죽는다. 거북선도 모두 불탄다. 경상수사 배설은 12척을 가지고 서쪽으로 도망간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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