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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권율 압박에 못이겨 부산 출정…원균은 끝내 사지로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7> 정유년(1597년) 6월18~30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5-26 19:10:3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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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안골포 등 왜군 소탕이 먼저”
- 권 “조건없이 진격을” 몰아붙여
- 과거 통제사 욕심에 한 말이 화근
- 결국 원균 2차례 대패하고 전사

6월18일[7월31일]

흐리기만 하고 비는 오지 않았다. 아침에 종사관 황여일이 종을 보내어 문안했다. 늦게 윤감이 떡을 해 가지고 왔다. 명나라 사람 엽위가 초계에서 와서 말하기를, “명나라 사람 주언룡이 일찍이 일본에 사로잡혀갔다가 이번에야 비로소 나왔는데, 적병 십만 명이 벌써 사자마나 대마도로 나왔을 것이며, 소서행장은 의령을 거쳐 곧장 전라도를 침범할 것이요, 가등청정은 경주 대구 등지로 진지를 옮기고 이어 안동으로 갈 것이다”고 했다. 저물 무렵 원수가 사천에 갈 일이 있다고 알려 왔다. 그래서 정상명을 보내어 왜 가는지를 물어보게 하였더니, 수군에 관한 일 때문에 간다고 하였다.
정유년 6월이 저물었다. 이제 전쟁의 무대는 칠천량 쪽으로 옮겨간다. 거제도 칠천량 바다를 최근 촬영한 사진이다.
6월19일[8월1일]

새벽에 닭이 세 번 울 때 문을 나서 원수의 진으로 가니 날이 훤히 밝았다. 진중에 이르니, 원수와 종사관 황여일이 공무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 뵈니, 원수는 원균에 관한 일을 내게 말하는데, “통제사(원균)의 하는 일은 그 음흉함이 말이 아니다. 조정에 청하여 안골포와 가덕도의 적을 모조리 무찌른 뒤에야 수군이 나아가 토벌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게 무슨 심사겠나? 일을 뒤로 미루면서 출전하지 않으려는 뜻이 뻔하다. 그래서 내가 사천으로 가서 원균은 빼고 세 수사(경상, 전라, 충청)만을 독촉하여 진격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제 통제사(원균)는 내가 지휘할 것도 없다”고 했다. 나는 또 조정에서 내려온 유지를 보니, “안골포의 적은 가벼이 들어가 칠 것이 못 된다”고 하였다. 원수가 나간 뒤 황 종사관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 초계군수가 왔다. 작별하고 나오려 할 때 종사관과 초계군수에게 “진찬순을 심부름시키지 말라”고 당부하니(16일 일기 참조) 원수부 병방 군관과 초계군수가 모두 그리하겠다고 답했다. 내가 돌아올 때 사로잡혔다 도망해 온 사람(엽위)이 나를 따라왔다. 대지가 온통 찌듯이 더웠다. 저녁에 작은 월라말이 풀을 조금 먹었다. 정오 때에 우수영 관리 변덕기, 변덕장과 늙어 제대한 변경완과 나이 열여덟인 변경남이 와서 봤다. 진사 이신길의 아들인 진사 이일장도 왔다. 밤에 소나기가 크게 내리니 처마의 낙숫물 소리가 요란했다.

※원균은 안골포 등의 왜 육지군을 평정하지 않은 채로 적의 본진이 있는 부산 쪽으로 나갈 수 없다 하고, 원수는 조건 없이 바로 나가 적을 치라 했다. 원수의 전략보다 원균의 전략이 훨씬 여물다. 그런데도 대세는 원수 쪽으로 쏠려 원균은 마침내 매까지 맞고 두 차례에 걸쳐 출전해야 했고 결국에는 대패했다. 원균의 전략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원균 스스로 지은 자신의 과보다.

일찍이 이순신은 “안골포 등지의 왜적을 소탕하지 않고 부산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섶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아 요충인 견내량만 굳건히 지켜 적이 서해를 넘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는 소위 견내량 고수 전략을 세우고 한산도를 굳게 지키기만 했다. 그런데 원균은 이순신을 꺾고 자신이 통제사가 될 욕심으로 “이순신은 지키기만 하나 나는 바로 부산으로 나가 적을 섬멸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래서 통제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균은 권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체찰사의 종사관 남이공에 이끌려 6월18일 부산 쪽으로 출전했다가 두 장수를 잃고 패전하고는 권율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다시 출전했다가 대패하고 자신도 죽는다. 출전하면 패전의 가능성이 큰 줄 알지만 출전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던 원균, 그리고 대책 없이 수군을 몰아치는 체찰사와 권율 도원수, 수군의 운명이 걸린 일을 놓고 벌이는 이들의 불화. 이를 바라보는 이순신의 이날 심정은 어떠했을까?

6월20일[8월2일]

종일 비가 오고, 밤에는 큰비가 왔다. 늦은 아침에 친구 서철이 보러 왔다. 윤감, 문익신, 문보 등이 와서 만났고, 변유도 와서 봤다. 오후에 노마료를 받아왔다. 병든 말이 차차 나아간다.

6월21일[8월3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새벽에 덕과 율온과 대를 꿈에서 봤는데 반가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아침에 영덕현령 배진경이 원수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원수가 이미 사천으로 가고 없으므로 나를 보러 와서, 좌도(경상좌도)의 사정을 많이 전했다. 좌병사(성윤문)의 군관이 편지를 가지고 왔기에 바로 답장을 써서 보냈다. 종사관 황여일이 사람을 보내 문안했다. 저녁에 주부 변존서, 윤선각이 들어와서 밤까지 이야기했다.

6월22일[8월4일]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아침에 초계군수가 연포국(무 두부 다시마 고기를 맑은 장국에 넣어 끓인 국)을 끓여 와서 권하기는 하나, 그 태도가 오만해 보였다. 그의 처사가 종작이 없음을 말해 무엇하랴. 늦게 이희남이 들어와서 우병사(김응서)의 편지를 전했다. 낮에 정순신, 정사겸, 윤감, 문익신, 문보 등이 와서 만났고, 이선손도 와서 봤다.

6월23일[8월5일]

비가 오다 개다 했다. 아침에 불화살[火箭]을 다시 다듬었다. 우병사(김응서)가 편지를 보낼 때 겸하여 크고 작은 환도(環刀)도 보냈다는데 갖고 오는 사람이 물에 빠뜨려 장식과 칼집이 망가졌으니 아깝다. 아침에 나굉의 아들 나재흥이 그 아버지의 편지를 가지고 와서 만나봤다. 또 군색한데도 노자까지 보내어 주니 미안스럽다. 오후에 이방(李芳)이 와서 만났는데 방은 곧 아산 이몽서의 차남이다.

6월24일[8월6일]

오늘은 입추다. 새벽 안개가 사방에 자욱하여 골짜기 안을 분간할 수 없었다. 아침에 권준 경상수사의 종 세공과 감손이 와서 무 밭의 일을 보고했다. 생원 안극가가 만나러 와서 시국에 관해 이야기했다. 무밭을 갈고 심는 일의 감독관으로 이원룡, 이희남, 정상명, 문임수 등을 정하여 보냈다. 오후에 합천군수(오운)가 조언형을 보내어 안부를 물었다. 날씨가 찌는 듯 덥다.

※권율 원수가 이순신에게 병영 부근에서 무밭을 재배하라고 지시했다 한다.

6월25일[8월7일] 맑음.

다시 무씨를 뿌리도록 지시했다. 아침 먹기 전에 황 종사관이 보러 와 수전(水戰, 원균의 출전 상황)에 관한 일을 많이 말했다. 또 원수가 오늘 내일 중에 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종사관 황여일은 군사 일을 토론하다가 늦게 돌아갔다. 저녁에 종 경이 한산도에서 돌아왔는데 보성군수 안홍국이 적탄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놀랍고 슬픈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탄식할 따름이다. 적은 한 놈도 잡지 못하고 먼저 두 장수를 잃었으니(보성군수 안홍국과 평산포만호 김축이 전사한 것을 말한다) 통탄함을 어찌 말하랴. 거제현감이 사람을 보내 미역을 실어 왔다.

6월26일[8월8일] 맑음.

새벽에 순천의 종 윤복이 현신하기에 곤장 50대를 때렸다. 거제에서 온 사람이 돌아갔다. 늦게 중군장 이덕필과 변홍달, 심준 등이 와서 봤다. 황 종사관이 개벼루(犬 碩) 강가의 정자로 나갔다가 되돌아갔다. 이응린과 박몽삼 등이 와서 만났다. 아산 종 평세가 들어와서 “어머니 영연이 평안하고, 위 아래 집 사람들은 다 평안하나, 다만 석 달이나 가물어서 올해 농사는 끝장나고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 장삿날은 7월 27일로 미루었다가 다시 8월 4일로 택했다고 한다. 그리운 생각, 슬픈 정회를 어찌 다 말하랴! 저녁에 우병사(김응서)가 체찰사(이원익)에게 “아산의 이방과 청주의 이희남이 복병하기 싫어서 원수(권율)의 진영 곁으로 피해 있다”고 말하여, 체찰사가 그 말을 적어 원수에게 공문을 보내니 원수는 무척 성이 나 공문을 다시 작성하여 보냈다. 도대체 병사 김응서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 (6월24일 일기 참조) 이날 작은 월라말이 살아나지 못하고(6월 19일 일기 참조)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다.

6월27일[8월9일] 맑음.

아침에 어응린, 박진삼 등이 돌아갔다. 이희남과 이방이 체찰사의 행차가 도착하는 곳으로 갔다. 늦게 황여일이 와서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오후 3시경에 소나기가 크게 쏟아져 잠깐 사이에 물이 불었다.

6월28일[8월10일] 맑음.

늦게 황해도 백천에 사는 별장 조신옥, 홍대방 등이 보러 왔다. 또 초계의 아전이 보낸 고목(보고서)에는, 원수가 내일 남원으로 간다고 하였다. 이날 새벽에 꿈자리가 매우 뒤숭숭했다. 종 경이 물건을 사러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6월29일[8월11일] 맑음.

변존서가 마흘방(합천군 적중면 두방마을)으로 갔다. 종 경이 돌아오고 이희남, 이방 등도 돌아왔다. 중군장 이덕필과 심준이 와서 “총병관 양원이 삼가(三嘉)에 이르러 유격 심유경을 꽁꽁 묶어 잡아갔다”고 전했다. 문임수가 의령으로부터 와서 전하기를, 체찰사가 벌써 초계역에 당도했다고 한다. 새로 과거에 급제한 양간이 황천상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변주부(존서)가 마흘방에서 돌아왔다.

*** 심유경은 명나라 병부상서 석성이 비밀리에 파견한 사람으로 일본의 소서행장과 함께 강화교섭을 체결하는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는 명나라의 조정과 풍신수길을 속여가며 거짓으로 외교를 벌이다 풍신수길에 거짓이 탄로 나게 되어 결국 강화 정국은 끝이 나고 정유재란이 터지게 된다. 강화의 실패로 인한 책임을 눈치챈 그는 일본으로 망명하기 위해 남쪽으로 가던 중 양원에게 체포되어 명나라로 끌려간다. 그 후 3년 뒤에 그는 결국 처형당한다.

6월30일[8월12일] 맑음.

새벽에 정상명을 시켜 체찰사에게 문안드리게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대지가 찌는 듯하였다. 저녁때 흥양의 신여량, 신제운 등이 와서 연해안 지방에는 비가 알맞게 내렸다고 전했다.

※ ㈔부산여해재단·국 제 신 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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